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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의 눈물로 노무현의 가치와 꿈이 회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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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의 눈물로 노무현의 가치와 꿈이 회복되길"

[노무현을 기억하며]"MB여,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니…"

누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였을까?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권, 검권, 언권에 노 대통령이 서거 당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일반 국민들도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 세 권력의 노무현 죽이기는 그들만의 작품이었을까? 아니다. 협조자들이 있었다. 기득권층이 노무현에 대한 미움과 저주를 만들어내고 언론이 그것을 유포시켰을 때, 일반 국민들 다수가 그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기득권층은 물론이고 노무현 정부 정책의 혜택을 입은 중산층, 서민, 지방 주민들 다수가 노 대통령을 미워하고 저주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에는 그의 정책에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이 있다는 말을 꺼내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정도였다.

노무현 대통령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유례없이 무리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그를 몰아붙일 때, 그것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사람은 극소수였다. 지식인들은 침묵했고, 민주당은 외면했으며, 진보 언론들은 일찌감치 그를 파렴치한 죄인으로 낙인찍었다. 노무현의 사람들조차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필자도 검찰 수사의 무리함과 비열함을 간파했음에도, 귀찮다는 이유로 그렇게 즐겨 쓰던 칼럼 한편 쓰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연세대 심리학과의 황상민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지금 '나도 공모한 것 아닌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정권, 검권, 언권이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해도 국민들의 동의와 암묵적 지지 없이 그런 일을 벌이기는 어렵다. 국민들 다수가 노무현을 증오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이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그렇게 비참한 지경까지 몰고 갈 수 있었겠는가?

우리 국민들의 잘못이 크다. 이 땅의 기득권층이 노무현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유포시킬 때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 것은 치명적인 잘못이다. 검찰과 언론이 합작하여 무방비 상태의 전직 대통령을 짓뭉개고 있는데도 그냥 침묵하고 있었던 지식인들(특히 소위 진보 지식인들)과, 차제에 노무현은 떼버리고 가자고 결단하고는 잘못된 방향으로 치달은 진보 언론들의 잘못도 크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난 후 이 땅의 민초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바로 깨달았다. 분향소 주변에 매달린 노란 리본과 벽보 속에 담긴 수많은 사과의 고백들이 그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봉하마을과 전국 각지 분향소의 추모 열기가 그들의 미안한 마음을 대변해준다. 노무현의 사람들도 한결같이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부짖고 있다.

다만 비겁하게 노무현 대통령의 어려움을 외면했던 지식인들과 진보 언론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신원(伸寃)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그 동안의 잘못을 만회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일 추도글을 쓰면서 "당신의 죽음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의 꿈도 죽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죽음은 곧 대한민국의 죽음입니다"라고 말했었다. 이제 이 말을 정정하고자 한다. 이 땅의 민초들 속에서 거대한 회개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회개하는 자는 용서 받는다. 이번 주 내내 이 땅의 민초들이 흘린 눈물은 지금까지 노무현 죽이기에 협조했던 그들의 잘못을 사(赦)하기에 충분했다.

모쪼록 이 거대한 회개의 물결이 그 동안 외면당하고 무시당했던 노무현의 가치와 꿈의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반칙과 특권과 불로소득이 사라지고 국민 모두가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정의로운 사회, 서울과 지방이 고르게 발전해서 지방이 이유 없이 차별받지 않는 균형발전 사회, 분배와 성장이 상호 촉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동반성장의 사회, 생각이 달라도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참된 민주주의 사회, 한 마디로 말해 '사람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이 땅의 민초들에게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노무현 죽이기의 '종범'들과 방관자들은 이처럼 눈물로 회개하고 있는데, 막상 주범들은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엄청난 추모 열기가 반정부 열기로 바뀌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검찰은 연일 수사 결과를 친절하게 브리핑하던 때와는 정반대로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고, 보수 언론들은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을 미화하는 '순간 모면하기'용 기사들, 국면 전환용 기사들, 그리고 뜬금없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서 화해와 통합을 이끌어내는 국민 교도용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보기에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극우 인사들이 패륜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정말 가관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노무현 죽이기의 주범들이 살 길은 지금 민초들이 하고 있듯이 솔직하게 자신들의 죄악을 고백하고 회개하는 것밖에 없다. 진심으로 회개한다는 사실이 느껴지면 이 땅의 민초들과 하늘은 바로 용서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척 꾸미면서 국민들의 추모 열기를 식히는 일에 골몰한다면, 또 지난 1년 3개월 동안 해 왔듯이 사람 사는 세상 만들기에 역행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펼친다면, 그들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노무현 죽이기의 주범들이 과연 자신들의 막강한 권력에 기대지 않고, 잘못했다고 느끼면 바로 회개하는 민초들의 겸손과 지혜를 배울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 및 언론계의 요직에 앉아 있는 자칭 기독교 신자들에게 성경 구절 하나 들려주고 글을 맺는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언 16장 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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