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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력이 너무도 두렵다. 그래서 폭력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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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력이 너무도 두렵다. 그래서 폭력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

[핫피플] 신작 <박쥐> 작업중인 박찬욱 감독과의 대화

박찬욱 감독이 22일 저녁 크링시네마에서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 중 자신이 연출한 <컷>이 상영된 뒤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크링시네마에서 매달 개최하고 있는 '감독과의 대화'에 김지운 감독과 이준익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초대된 것. 최신작 <박쥐>가 4월 개봉을 앞두고 작업중인 만큼 관객들의 질문 역시 상영작인 <컷>보다도 신작 <박쥐>에 집중됐다. 박감독은 <박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몇 가지 새로운 정보들을 알려줌으로써 <박쥐>에 대한 기대를 더욱 뜨겁게 했다.

▲ 박찬욱 감독 ⓒ프레시안무비

'뜻하지 않게 뱀파이어가 된 사제 송강호가 김옥빈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는 정도로만 알려진 <박쥐>는 원래 'Evil Live'라는 영어 제목으로 박찬욱 감독이 7, 8년 전부터 시놉시스를 써놓은 상태였다. <컷>에서 영화감독 류지호(이병헌)이 찍고 있던 흡혈귀 영화가 그 원류쯤 된다. 그러다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쓰면서 애초의 이야기와 완전히 달라진 영화가 됐고, 현재 'Thirst'라는 새로운 영어제목을 부여받게 됐다. 다만 <컷>에서 염정아나 강혜정이 피를 토하는 장면은 그대로 <박쥐>에도 남았다는 말을 전했다.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원래 엄격한 사제로서, 뱀파이어가 된 뒤 어떻게든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골몰하며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뱀파이어의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은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제 라퀸]에서 상당한 영감을 받아 몇몇 설정을 <박쥐>로 빌어왔고, 크레딧에도 원작으로 명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주연을 맡은 송강호나 김옥빈은 과연 영화에서 어떤 모습일까. 박감독은 "송강호가 살을 빼고 옷도 근사하게 입으면서 제법 섹시해졌다. 저 배우가 저렇게 멋있는 면이 있었구나, 관객들이 새롭게 송강호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옥빈에 대해서는 "무척 성숙하고 섹시하게 나온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김옥빈을 보며 완전히 깜짝 놀랄 것이다. 게다가 연기도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 해주었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박찬욱 감독이 언제나 배우가 원래 갖고 있던 이미지를 비틀고 새로운 면을 끄집어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만큼, <박쥐>에서 송강호와 김옥빈의 모습 역시 감독의 공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박찬욱 감독은 "이미지와 연기를 크게 바꿀 수 있기에 스타가 재미있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언제나 '폭력'을 영화의 중심에 놓았던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폭력이 발생하기 직전의 공포, 폭력이 발생하는 동안의 고통, 폭력이 발생한 이후의 죄의식"이 자신의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폭력은 영화적으로 상당히 좋은 미학의 수단이기도 하다. 폭력이 잔혹하게 제시될수록 인물들이 겪는 감정과 갈등, 죄의식의 진폭도 커지기 때문.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이렇게 폭력에 천착하는 것이 "이게 다 군부독재, 전두환 때문이다"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에 의하면 감수성이 가장 예민했던 나이에 화염병이 날아다니며 갈등과 폭력이 일상적이었던 시대를 거치면서 폭력이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폭력에 대해 극단의 공포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역시 백골단과 일명 '지랄탄'에 대한 공포는 물론, 언제 기습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와 쫓길 때의 고통이 너무도 생생하다고 했다.

▲ 박찬욱 감독과 크링시네마 PM인 오동진 영화평론가 ⓒ프레시안

폭력 후의 '죄의식' 역시 박찬욱 감독의 영화의 또 다른 키워드다. 박찬욱 감독은 악은 전적으로 후천적인 것, 사회와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믿는다. '살아있는 악마'처럼 보이는 사람 역시 나름의 환경과 성장의 굴곡과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만큼 사회가 만들어내는 악이 크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부를 세습받은 사람은 아쉬운 것도, 꼬인 것도 없기 때문에 더 착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리더를 자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갔다가 너무나 매너도 좋고 겸손하고 착한 그들을 보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는 박찬욱 감독은, 결국 가난한 사람은 착하게 사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가장 큰 비극 아니겠냐고 말한다. 그리고 그때의 사건이 <컷>을 구상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한국영화 중 그 어떤 영화보다도 계급적인 시각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것도 바로 박찬욱 감독의 이런 고민들 때문일 것이다.

<박쥐>에 이토록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로 이제껏 박찬욱 감독이 탐구해왔던 폭력과 죄의식과 같은 주제들이 <박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저 4월이 오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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