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태 주도자 해고 압박하겠다는 권력자가 있다"

YTN 노조 노종면 위원장 "타협과 중재에 응할 생각없다"

"YTN 사태 주도자들을 자르라고 (회사에) 얘기할 것이라고 말한 권력자도 있었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11일 작심한 듯 "정권의 핵심이라 자처하는 불순한 인사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정부가 이들의 부당한 간섭을 막지 않는다면 이들의 배후는 정부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솔직히 협박이 두려웠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주최로 열린 'YTN 사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단순히 노조를 편들어 달라고 말하기 위해 나오지 않았다"면서 "YTN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단순한 길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노 위원장은 "그동안 (협박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심지어 노조위원장인 저에게도 특정 시점까지 해결하지 않으면 불행한 사태가 생길 것이라는 협박을 해오기 때문에 YTN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노조위원장으로서 솔직히 두려웠다"며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일부 공개한다"고 비장하게 운을 뗐다.

노 위원장은 "그동안 정부 요직에 있는 다수 인사들이 노조를 향해 협박해왔는데, 만약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YTN이 망할 수밖에 없어 수많은 기자들이 거리를 헤매며 제2의 경인방송 종사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특히 "YTN의 특정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으니 폐지하는 것이 맞겠다는 얘기가 사측에 전달됐고, YTN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기가 나서서 이 사태의 주도자들을 해고 시키고 자르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한 권력자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노 위원장은 그러나 이 '권력자'의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노 위원장을 비롯해 6명의 YTN 기자가 해고된 상태다.

노 위원장은 이밖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내세운 방통위가 기구를 동원한 YTN 압박사례"라며 "뉴스룸 뒤에서 피케팅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는 참고용 의견만 개진한 방통심의위가 앵커들의 '블랙투쟁'에는 시청자 사과 명령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비난했다.

본인도 앵커를 맡았었던 노 위원장은 "김선일 씨 피랍 사망 사건이 났을 때도 앵커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방송을 하는 등 뉴스와 관련된 부분을 의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앵커들의 직무"라며 "집단 해고 사태에 대한 앵커들의 의사 표현을 방통심의위가 중징계로 탄압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협과 중재가 아니라 옳고 그름 가려 달라"

노 위원장은 또 YTN 문제는 '타협과 중재'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철기 교수가 국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는데, 노 위원장은 "구성이 됐어도 진작에 됐어야 하지만 국회 차원의 위원회가 타협과 중재의 역할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며 "YTN 노조는 진상조사위원회든 정치인의 개별적인 노력이든 (타협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노 의원장은 대신 "진상 조사를 해서 어느 부분이 옳고 그른지 명백히 가려 달라. 그것으로 족하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구본홍 사장의 인선·취임 과정, 취임 이후 행태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구본홍 사장을 결단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YTN 노조는 지금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처음 터널에 진입할 때 주위에서는 끝이 안 보이니 나오라고 했지만 사정이 어찌됐건 지금까지 걸어왔고, 이제는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빠를지 돌아가는 것이 빠를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노조는 앞으로 나아가면 반드시 터널을 빠져나가 맑은 산소를 마실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YTN 사측 관계자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날 토론회의 결론은 결국 '구본홍 사장 퇴진'이었다. 즉 'YTN 사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구본홍 사장 퇴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 주최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YTN 사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프레시안

"YTN은 투쟁의 최전선"

발제를 맡은 김민웅 교수(성공회대)는 "해법은 YTN 사태가 얼마나 악랄한 것인지 국민 전체에게 계속 알리는 성토 작업을 계속 해서 이번 싸움을 노조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전 국민이 토론하고 옳은 길을 합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구본홍 체제의 철회는 단지 YTN 개별사안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이 나라 민주주의 전체의 중요한 거점이 해체되는가 아닌가의 문제이자, 박탈되고 있는 우리의 시민적 권리를 되찾는가 아닌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YTN 투쟁은 이 모든 싸움의 최전선"이라고 규정했다.

노종면 위원장 역시 "구본홍 체제의 문제점을 노조원들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스스로 두들겨 맞아 해체될 지언정 투쟁을 중단할 수 없게 됐다"며 "구본홍 체제의 문제점과 본질을 더 알리고 여론이 든든하게 YTN 노조 편이 될 때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구본홍 씨는 제 생각 이상으로 나쁜 사람이군요"라고 말한 이철기 교수는 "해결책은 구본홍 씨 스스로의 사퇴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이날 토론회에 축사를 통해 "한나라당 내에서도 구본홍 사장의 자진 사퇴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나 역시 그런 방법으로 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