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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인간이니까"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200명, 노조 가입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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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인간이니까"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200명, 노조 가입의 이유

[인터뷰] 3년 누적된 차별에 집단행동으로 맞선 현대중 스리랑카 용접공 4인

이달 HD현대중공업에 고용된 계약직 이주노동자 200여 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소속이다. 같은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1600여 명의 13%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주노동자의 집단적 노조 가입은 대기업 제조업 현장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고용주가 체류 자격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극심한 '갑을 관계'에 놓이기 쉬운 데다, 언어장벽과 좁은 사회적 관계망이 더해져 이들의 노조 가입 문턱은 한국인보다 훨씬 높다.

"지난 3년 참아왔던 분노와 억울함이 쌓여 있습니다.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 모두 붉은색 피가 흐르는 인간입니다. 다른 색깔의 피는 없습니다. 우리도 인간입니다. 노예가 아닙니다."

스리랑카 노동자의 대표를 맡았던 차리타(39) 씨는 누적된 분노가 이유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신규 조합원의 다수를 차지한다. <프레시안>은 지난 한 달간 이들을 대표했던 차리타 씨와 인디카(44)·다누카(44)·비젯싱아(48) 씨를 만나 지난 3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7월 19일 <프레시안>과 만난 현대중공업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빚더미 입국"3년 일해도 아직 빚 갚아"

이들은 '이쎄븐쓰리'라고 불린다. 이들이 발급받은 비자 종류가 E-7-3이다. 흔히 알려진 고용허가제(E-9)와는 다른 비자로, 도장공, 전기공, 용접공 등 제조업 전문 기술자의 취업 비자다. 네 명 모두 스리랑카에서 용접 기술자로 일했다. 그러다 현대중공업 인력 모집 공고를 보고 2023년 9월 입국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됐지만, 네 사람 모두 빚을 다 못 갚았다. E-7-3 노동자 대부분이 '브로커' 문제에 시달린다. 인력 송출 절차를 대행하는 에이전시에 1000만~3000만 원 가량을 내야 한다. 책정 기준은 모른다. 대부분 은행 대출로 납부해, 입국 후 돈을 벌며 수년간 갚는다. 교육비, 건강검진비, 항공료 등은 별도다.

차리타 씨는 "약 1200만 원을 에이전시에 냈다. 비자 요건인 자격증 학원비 70만 원, 추가 교육비 50만 원, 건강검진 15만 원, 마지막 자격검사 전에 내는 130만 원 등은 별도"라며 "대부분 은행에서 빌렸다. 한 달에 50~80만 원씩 갚는다. 우리도 빚이 500~600만 원 정도 남아 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에 고용된 이주노동자 A 씨의 급여명세서. 2024년엔 식대 등 외국인생활지원비로 56만 원이 공제돼 세금을 포함한 전체 공제 금액이 100만 원을 넘어 실 지급액이 226만 원이다(왼쪽). 2025년 이후부턴 21만 원씩 공제돼 전체 공제 금액이 79만 원 수준이다. ⓒ프레시안(손가영)

같은 배 만드는데 왜 '이쎄븐쓰리'만 밥값 떼이나

이들은 이렇게 빚을 지고 도착한 한국에서 차별과 부당 대우를 거듭 겪었다. 다누카 씨는 "인천공항 도착 직후 또 어떤 에이전시 관계자를 만났는데, 사진을 절대 찍으면 안된다며 핸드폰도 수거한 후, 어떤 계약서 2장에 서명을 강요 당했다"며 "내용이 뭔진 아무도 모른다. 한국어로 적혀 있고, 볼 시간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리타 씨는 "첫 월급을 받기 전에도 강제로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경, 현대중 관리자가 스리랑카 노동자를 단체로 모아 놓고 '스리랑카에서 작성한 계약서는 잘못됐다'며 다른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관리자가 '작성하지 않으면 스리랑카로 출국해야 한다'고 말해 그 자리의 모두가 새 계약서에 서명했다.

핵심은 통상임금의 20%가량인 56만 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숙사비, 아침·점심·저녁 식사비 등이 명목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원·하청 한국인 노동자와 하청 이주노동자는 모두 무료로 식사를 지원받았다. 1년 후 이는 27만 원으로 줄었다. 불만이 확산하자, 아침·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이들에겐 '29만 원'을 매달 환급해 줬다.

성과금 차별도 서러웠다. 지난 2월 원청 정규직은 평균 1721만 원의 성과금을 받았다. 하청업체 직원도 한국인은 920~1035만 원을, 이주민은 465~52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원청에 고용된 이들은 한 푼도 못 받았다. 차리타 씨는 "24년 3월쯤 30만 원 바우처 상품권을 첫 보너스로 받은 적은 있다"며 "대부분 한국인 동료에게 25~29만 원을 받고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인디카 씨는 "무자비하게 강제 출국당한 동료도 여러 명 봤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1월, 한 친구가 오전에 관리자에게 불려 가더니, 오후엔 기숙사로 보내졌다"며 "방엔 어떤 한국인이 그의 짐을 싸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곧장 내용을 모르는 서류에 서명하고 바로 공항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그는 "무릎이 건강하지 않았지만, 스리랑카와 한국 건강검진을 모두 통과해 회사가 데려온 직원이었다"며 "어떤 이유를 대도, 사람을 이런 식으로 보내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해외취업청 홈페이지 갈무리. 이주노동자들이 브로커라 부르는 에이전시 명단과 각 에이전시가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나와 있다. 위에서 순서대로 1600여만 원, 1160여만 원, 1112여만 원 등이다.

임금 삭감, 강제 계약, 강제 출국, 그리고 다시 '나쁜 계약'

그러다 지난 5월 다시 '새 계약서를 작성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기본급 삭감이다. 214만 원을 187만 원으로 줄였다. 여기에 30시간 고정 연장근무 시간을 책정해 연장수당 48만 원이 붙었다. 즉 기본급은 줄고, 차액 일부를 연장근무로 메우는 구조였다. 이들은 기존 임금보다 17~20만 원 정도가 줄어든다고 계산했다.

"3년을 참았지만, 이번엔 도저히 못 참겠다."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가 같은 마음으로 서명을 거부했다. 관리자들은 협박과 회유를 동원했다. 서명을 한 직원만 식당에서 밥을 무료로 먹을 수 있게 했다. 관리자들은 또 '작업팀을 해체한다', '잔업을 주지 않는다', '향후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면담에서 말했다.

지금까지 서명하지 않은 비젯싱어 씨는 한 달가량 잔업을 하지 못했다. 잔업이 없으면, 월 급여는 수십만 원씩 줄어든다. 그는 "우울감이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막 치솟더라"며 "울산타워 위에 내가 서 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바보 아니냐'는 말도 면담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새 계약엔 성과평가에 따른 차등 임금과 쉬운 해고가 도입됐다. 6개 평가 등급에 따라 임금 인상률과 상여, 성과금이 달라졌고,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해고 대상이 됐다.

지난 6월과 7월, 울산 현대중공업의 이주노동자들이 거리 집회로 쏟아져 나온 이유다. 처음엔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시작했지만, 이후 베트남, 태국, 네팔,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집회에 나왔다. 노조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주노동자 320여 명이 '강제로 새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확인서에 서명했다.

▲7월 5일 현대중공업 정문 앞 전국 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 행진 모습. ⓒ사람이왔다

단기계약 남용에 해고 공포그럼에도 노조 가입

집단행동이 거세지자,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공제해 왔던 식대를 이들에게 돌려줬다. 1인당 평균 700만 원의 규모다. 그러나 '나쁜 계약'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인디카 씨는 예전과 최근 급여 명세서를 보여주며 "예전엔 특근을 많이 하지 않아도 280만 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특근을 충분히 해야 280만 원이 찍히더라"고 말했다.

이들은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이다. 비자를 발급받으면 회당 최장 3년까지 체류할 수 있지만, 회사는 단기계약을 고집했다. 이들의 계약기간도 내년 2월 종료된다. 회사 눈 밖에 나면 계약 갱신이 되지 않을 거라는 공포심은 항상 깔려 있고,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제대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한다고 인디카 씨는 전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얼굴을 드러내고 대표 활동을 했다. 차리타 씨는 "지난 3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고맙다는 말은 듣지 못하고 차별이 거듭됐다"며 "더 나빠질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나쁜 일은 다 겪었기 때문이다. 노조에 가입 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게 없다면, 가입을 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담담히 말했다.

이들의 바람은 동등한 대우와 존중이다. 비젯싱어 씨는 "우리 다 기술을 배운 기술자다. 우리가 만드는 배가 바다에 나가지 않느냐"며 "같은 배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마음대로 이주노동자를 자르지 않게, 우리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법도 노조를 통해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청 처우 개선은 않고"이주민 차별, 결국 전체 노동자 처우 후퇴"

2015~2019년 조선3사는 구조조정으로 전체 인원의 42.6%에 달하는 8만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조선업 경기 침체가 이유였다. 2020년 이후 수주는 다시 증가했지만, 조선업계는 인력난에 빠졌다. 조선3사가 하청업체 임금수준을 높이지 않으면서, 비정규직을 통한 인력 확보에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조선3사는 낮은 처우의 이주노동자 수급으로 인력난을 해결했다. 정부는 E-7-3 비자 요건을 대폭 완화해 이주민 기술인력을 대거 들이면서 조선3사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임금 삭감, 단기계약 남용, 부당한 계약 해지, 체류권 박탈, 브로커 문제 등이 속출했다.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를 불러온 한국사회가 이들을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 아닌 '소모성 인력'으로 취급한 결과다.

노조 가입을 통한 이주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에 한국인 노동자도 팔을 걷어붙였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14일 현대중 직접고용 이주노동자의 노조 집단 가입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결국 정주노동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고, 현장 전체의 노동조건 후퇴를 불러온다"며 "단단한 연대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탄압을 바꿔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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