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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를 욕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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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를 욕할 수 없는 이유

[김종배의 it] 친기업 논조에 누가 날개를 달았나?

'중앙일보'를 욕할 수가 없다. 속이 뻔히 보이는데도 대놓고 비판할 수가 없다.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여야 의원들이 무더기로 CEO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를 맡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요구가 유난히 많다"고 했다. "환율 급등, 미국 금융위기 등으로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시점이지만 기업인 증인 요청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왜 부르느냐는 투다. 기업 활동을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왜 방해하느냐는 투다. "솔직히 지나치게 많은 증인을 불러서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될 때도 있다"는 한 의원 보좌관의 말까지 붙여놨으니 '중앙일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선명해진다. 국감 증인 채택이 도를 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새삼스런 논조가 아니다. 재벌신문 전력에 어울릴만한 논조다. 증인 채택 사유를 가르지 않고 도매금으로 '기업 괴롭히기 국감'으로 몰아가는 논조다. 결국은 기업을, CEO를 보호하기 위한 논조다.
▲ ⓒ중앙일보

그런데도 힐난할 수가 없다. '중앙일보'가 내놓은 사례가 입을 틀어막는다.

'거래'한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이 기업CEO를 증인으로 신청하거나 채택한 뒤 '딜'을 제안한다고 했다. 어떤 의원은 후원금을, 어떤 의원은 지역구 행사 협찬을, 또 다른 어떤 의원은 대출이나 인사를 청탁한다고 했다. 국감 증인에서 빼주는 것을 조건으로 내놓는 제안이라고 했다.

'중앙일보'가 일부 의원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음을 실증하는데 어떻게 반박할 수 있겠는가. 비판할 수가 없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기업CEO가 증인으로 나가면 기업 활동이 지장 받는다는 주장은 엄살에 불과하다고, 잿밥에 침을 흘리는 '일부' 의원과 염불에 열중하는 '다른' 의원을 갈라서 봐야 한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부질없다. 전자는 '원론'이다. 맞는 지적이지만 메아리가 없다. 후자를 들이밀려면 '일부'와 '다른 일부'의 실명을 적시해야 하는데 그것보다 먼저 부각되는 게 있다. 정무위원회의 처음 증인수가 350여명에 이르렀다는 사실, 1일 현재 80-90명으로 줄었지만 실제로 소화할 수 있는 증인수가 20여명에 불과한 현실과 비교하면 이 또한 많은 숫자라는 사실이 먼저 다가온다.

세상사 이치는 똑같다. 쌍방폭행이라고 해서 같은 벌을 받는 게 아니다. 먼저 때린 사람이, 원인제공자가 더 중한 벌을 받는다. 쌍방과실이라 해도 과실의 경중에 따라 책임의 경중이 달라진다.

먼저 비판받아야 할 곳은 국회다. 구태를 벗어나지 못해 친기업적 논조에 날개를 달아준 국회가 먼저 욕을 먹어야 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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