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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쇠고기 수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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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쇠고기 수입하세요"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58> 이주노동자들의 소 생각

광우병 바람에 온 나라가 법석이다. 일을 하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소 생각만 하면 기가 탁 막히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어린 학생들을 보면 어른들의 잘못이 절로 통감된다. '철없이 깔깔거리고 즐거워야 할 나이의 아이들에게 내일과 시국을 걱정하게 하다니!'하는 생각에 미안하고 안쓰럽다. 그런 한편,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뭔가 한국이 소란스러우면 그저 반사적으로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로 신경이 쓰인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보면 100이면 100, 고기를 잘 먹는다. 힘든 노동을 견뎌야 하는 탓에 고기를 먹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긴 한데, 본국에서도 육류요리를 자주 먹었었던 것 같다. 몽골이나 카자흐스탄, 러시아 같은 추운지방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동서남아시아의 국가들에서 온 사람들도 그런 것 같다. 닭은 다 잘 먹고, 쇠고기-돼지고기 모두 아주 잘 먹는다. 그런데, 다 같은 남의 살이라고 해도 각 고기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있다시피 돼지고기는 이슬람교 신도들에게 '음식이 아닌' 것이니 그 구박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고 힌두교도들은 쇠고기를 안 먹는다.
  
  그런데 내가 아는 어떤 버마사람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힌두교도는 아닌데 말이다. 그 만이 아니라 버마사람들의 소에 대한 생각은 좀 독특해 보였다. 버마사람들은 먹지 않는 고기가 없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 소는 특별하게 생각한다. 소가 많은 것을 인간에게 제공해주기 때문에 가족처럼 여긴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고 힌두교도처럼 소를 신성시하는 것은 아니어서 잘 먹는 것 같고, 한국에서도 값싼 쇠고기 뷔페 같은 데 가면 잘 먹는다.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버마친구의 소에 대한 생각도 다른 버마사람과 비교해볼 때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무슬림 신도와 그 친구가 함께 있을 때면 돼지고기와 쇠고기가 둘 다를 배려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2007년도에 미국소 수입과 관련하여 한바탕 온나라가 시끄러웠을 때, 우리들과 이주노동자들의 화제에도 자연히 수입쇠고기가 올랐다. 한번은 몽골인들에게 왜 한국에서 미국산 수입소를 문제삼고 있는지, 소가 대량으로 사육되기 힘든 한국의 자연조건, 한국사람들이 한우를 좋아하는 이유, 한우가 비싼 이유 등등을 설명해주었는데, 그러자 몽골사람들이 아주 적극적인 자세로 '그럼 몽골의 쇠고기를 수입하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몽골에서는 초지에 그냥 방목해서 소를 기르고, 동물사료 같은 건 절대 먹이지 않으니까 안전하다. 그러니 몽골소 수입을 한번 추진해보는 것이 어떤가.'라고.
  
  몽골소가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믿음이 가는데, 쇠고기를 수출하려면 지금처럼 가족이 목축을 하는 방식으로는 안되고 대량 사육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반론이 금방 나오는 제안이었다.
  
  그날의 그 아이디어야 그냥 아이디어 수준이었는데, 대화 중에 몽골인들은 한국의 유제품이며 육류의 가공과 유통과정을 보면서 몽골가축 사육과 부산물 가공들이 좀더 산업화되어야 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게다가 몽골인들 중에는 예를 들면 서울우유처럼 유제품 가공회사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 가공기술을 배워서 본국으로 돌아가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몽골인들은 5대 가축이라고 하여 소-말-양-낙타-염소를 중시하는데 그 5대 가축 중에서 소의 활용도는 한국인들에게 버금가는 것 같다. 고기 먹고 젖먹고, 젖을 가공해서 음료와 간식거리등을 만들어 먹고, 심지어는 도축하고 난 복사뼈마저 샤가이라는 여러 용도의 놀이기구로 활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단 소만이 아니라, 또 비단 몽골인이나 버마인들만이 아니라, 사람이 먹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물자를 제공해주는 가축에 대해서 이주노동자들이나 그 본국의 주류의 정서는 고맙고 귀한 생명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그들의 시각에, 작금에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그리고 미국에서 소를 둘러싸고 인간이 벌이고 있는 일들이 어떻게 비칠까.
  
  경제선진국들의 축산업자-도축업자-정치가들은 누구 말마따나 '영혼이 없는 사람들'임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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