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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인 우리랑 직접 얘기하자는데…"

비정규법 노사정 토론회 '무산'…비정규직 39명 연행

지난 7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노사정이 한 자리에 모여 비정규직법과 관련된 각종 의견들을 밝히는 토론회가 열린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 올리브타워 20층.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주최한 이 자리에서 본격적인 토론은 시작도 못 하고 토론회가 무산됐다.

기륭전자, 뉴코아·홈에버 등 이랜드 그룹 유통업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기 때문. 이 장관의 격려사 도중 "도대체 누가 비정규직을 보호해 준다는 말이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들 40여 명의 비정규직은 이 장관을 둘러싸고 '쌓였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제 만날 수 있는지라도 이 자리에서 약속해달라"는 '한 맺힌' 외침
▲ 비정규직법에 대한 노사정 대토론회 자리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격려사 도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연합뉴스

"불법파견 판정만 나면 정규직으로 해준다더니 유일하게 노동부, 검찰에서 모두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그 후에도 2년 동안 우리는 여전히 길 위에 있습니다. 교수 같은 고상한 분들 말고 당사자인 우리랑 직접 얘기 좀 하십시다." -기륭전자 조합원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되고 3개 월 동안 싸웠는데도 이랜드 그룹은 꿈쩍도 안 하는데 노동부가 비정규직법으로 어떻게 우리를 보호해준다는 겁니까." -뉴코아 조합원

"비정규직법 후속대책은 필요 없습니다. 차라리 비정규직법을 없애 주십시오." -코스콤 조합원

한 번 터진 목소리는 이 장관의 "여러분의 심정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여러분의 태도는 온당하지 못하다"는 호통에 더 격해졌다. 결국 이 장관은 격려사를 황급히 마치고 토론회장 뒤편의 좁은 방으로 몸을 피해야 했다.

이 장관이 사라진 뒤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이상수 장관과 얼굴을 맞대고 우리 처지에 대해 직접 얘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장관과의 면담 요청이었다.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3년을 투쟁하는 동안 노동부 장관은 한 번도 우리를 만나주지 않았다"고 했고, 뉴코아노조 조합원은 "서울지방노동청에서도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농성을 벌였지만 하루 만에 공권력에 의해 끌려나오기만 했다"고 핏대를 세웠다.

민주노총이 중재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면담이 곤란하다면 면담 날짜를 확실히 정해 달라"는 요청을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노동부에 전달했지만 "이 상태에서 장관과의 면담 일정을 잡는 것은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 어려우면 언제까지 답을 주겠다는 약속이라도 해라"고 맞섰고 어느덧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결국 3시 30분 경 노사정위는 토론회 무산을 선언했다.

경찰 보호 속 토론회장 나가는 이상수 "상당히 실망스럽다"

오후 3시 40분, 토론회장에 전투경찰이 투입됐다. "업무방해 및 감금혐의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 이상수 장관은 경찰의 보호 속에 3시50분 경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이 장관이 빠져 나간 뒤 "한 번만 직접 만나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다"던 39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원 연행됐다.ⓒ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

토론회장에 경찰이 대거 들어왔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히려 더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만 빠져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더 쉬워진다"는 것이었다.

한 조합원은 "연행되는 건 하나도 무섭지 않다. 장관이나 빨리 나오라고 해라"고 말했다. 매장에서의 세 번의 연행과 서울지방노동청에서의 연행 등 수 차례 공권력에 의해 끌려나갔던 이랜드 노동자들이었다. 코스콤이나 기륭전자도 다르지 않았다.

"짐 챙겨서 나가시면 민주노총이 장관과의 자리를 마련해보겠다"는 이용식 사무총장의 설득으로 이들은 토론회장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갔지만 로비에서 경찰들에 의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났다. 경찰이 이들을 격리한 직후 이상수 장관은 무대 뒤편의 작은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 장관은 토론회장을 빠져나가며 기자들과 만나 "오늘 같은 토론회를 통해 함께 해법을 찾아보려는 것이었다"며 "저 분들이 보다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절차를 밟아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하면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이 빠져 나간 뒤 "한 번만 직접 만나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다"던 39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원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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