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사의 일로 대표될 뿐, 교사 이외의 다양한 노동이 가진 가치나 고충은 교권 중심주의에 가려져 관심 밖, 배제된 존재로 방치돼있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노동, 안전, 건강 등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다양한 가치를 가르치는 공간이지만, 정작 학교 안의 안전과 가치의 실현에는 무심한 게 현실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노동안전이다. 최근 집단적 폐암산재 발생으로 급식실은 사회적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그 외 특수교육지도사, 과학실무사, 사서 영역(약 7만6000명)은 여전히 안전과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당 사각지대 노동은 학생들이 수시로 접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진 못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공동 수행한 실태조사 결과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학교 산재의 사각지대’를 알리는 연재를 진행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법 제3조에서는 '모든 사업'에 적용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는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모든 사업'이라는 말이 사실 무색해진 상황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조 별표1에 따르면 공공행정과 교육 서비스업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인데, 제2장 제1절(안전보건관리체제) 및 제2절(안전보건관리규정), 제3장(안전보건교육)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고용노동부장관이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고시한 이에 한해서는 제2장 및 제3장의 규정이 적용되도록 하여, 예외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위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학교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수업과 행정에 관한 업무 및 이를 보조하는 업무와는 업무형태가 현저히 다르거나 유해·위험의 정도가 다른 업무로서 별표 2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이에 해당하는 업무를 살펴보면 조리 시설 관련, 학교 경비 및 통학 보조, 학교 시설물 유지관리 업무 정도로 한정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실무사, 특수교육지도사, 사서 등 상당수 업무는 현업 외 업무로 분류된다. 이러한 자의적인 구분으로 인해 교육공무직 약 18만 명 가운데 약 7만6000명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제2장 및 제3장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같은 교육청 소속이며, 각자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담당 업무가 '현업업무'인지 아닌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과 보호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장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은, 책임지고 산업재해를 예방할 사람도 체계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를 둘 의무가 없으므로 사업장의 위험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사가 함께 산업재해 예방계획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구성되지 않고, 근로감독에 참여하거나 급박한 위험 발생 시 사업주에게 작업중지를 요청할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위촉되지 않는다. 사업장의 안전보건 유지를 위한 핵심 규범인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작성할 의무도 없다. 책임자들이 있고 산재예방 기구 및 규정이 있지만 같은 학교 내에서 현업업무 노동자들에게만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법 제2장의 적용 배제는 산재 예방에 관한 기초적인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무너뜨린다.
다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3장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은, 노동자가 작업 과정의 위험을 인지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기초적 권리가 박탈된다는 것을 뜻한다. 법 제3장에서는 사업주에게 근로자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보건교육 실시 의무를 부여하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는 직무교육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현업 외 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교육 의무가 없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없으므로 직무교육 역시 실시할 대상이 없다. 이러한 교육의 부재는 현장의 위험을 가시화시키지 못하고, 사고 발생 시에도 적절한 초기 대응을 어렵게 만들어 산재의 위험을 키운다.
현업 외 업무 종사자가 사업장에서 직면하는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과학실무사는 유해 화학물질 노출, 근골격계 부담이라는 복합적 위험에 처해 있다. 특수교육지도사는 중증 장애 학생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돌발 상황에 의한 신체적 사고와 고강도의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사서 역시 대량의 도서를 반복적으로 이동하고 배치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근골격계 부담을 겪으나 단독 근무 구조로 인해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조차 어렵다.
특히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과학실무사에게는 특수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이 필요할 것이나, 일부 지역에서만 특수건강검진이 이루어지고 소수 학교에서만 작업환경측정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한편, 현업 외 업무 종사자라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위험성평가나 보건조치(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등)는 법률상 의무 사항임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장의 적용이 배제됨에 따라 이들이 개별 제도의 실천을 담보할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학교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업무 확대를 위한 노동환경 및 건강상태 평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를 위해 각 시도교육청의 산업재해 예방계획,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규정, 안전보건관리규정, 단체협약의 안전보건 관련 조항을 분석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상 현업 외 업무 종사자에게 일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법 적용의 한계에 그치지 않고, 교육청의 산업재해 예방체계 전반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각 시도교육청이 수립하는 산업재해 예방계획은 대부분 현업업무 중심으로만 작성되어 현업 외 업무의 위험을 포착하지 못하며, 교육청별 산업재해 발생 통계 취합 기준이 상이하고 현업 외 업무의 재해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위험 수준을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전보건관리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인천교육청 등은 안전보건관리규정에서 해당 규정이 적용되는 근로자를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명시함으로써 현업 외 업무 종사자를 원천 배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에 있어서도, 근로자의 범위를 현업업무 종사자로 제한하는 곳이 많아, 과학실에서의 유해 화학물질 노출이나 특수학급의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은 공식 안건에 오르지 못한다. 단체협약의 안전보건 관련 조항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의 관련 규정을 준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업 외 업무 종사자에게는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다양한 업무와 그 위험이 연결됨에도 일부 '현업업무' 노동자들에게만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적용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조 단서에서 출발한 적용 배제는 동법 시행령, 고용노동부 고시, 각 교육청의 산재예방계획·안전보건관리규정·산업안전보건위원회·단체협약에 이르기까지 제도 전반에 재생산되며, 현업 외 업무 종사자들의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
현재 학교의 일부 노동자들에게만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적용하고 있는데, 학교 모든 노동자들의 위험과 교육 현장의 노동환경을 반영하고, 업무 형태에 따른 배제가 아니라 통합적인 위험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이 예방 중심의 안전보건 체계 안에서 보호받을 때 비로소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도 온전히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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