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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키우고, 해결 막고, 이중행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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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키우고, 해결 막고, 이중행동까지…"

[해설]이랜드 또 공권력 투입…"정부의 모순적 태도가 문제다"

다시 이랜드 그룹 비정규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지난 20일에 이어 31일 두 번째로 이들은 경찰에 의해 농성장에서 강제로 끌려 나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붙잡힌 한국인 인질 가운데 또 한 명의 남성이 살해됐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진 직후인 이날 새벽 5시 경의 일이었다. 점거 농성을 시작한지 만 이틀을 갓 넘긴 시간이었다. (☞관련 기사 : 경찰, 이랜드 노조원 185명·민노당 당직자 5명 강제 연행)

이로써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의 두 번째 점거농성도 공권력 투입으로 막을 내렸다. 단위 사업장의 노사갈등으로 노조가 강제해산된 뒤에 다시 점거농성을 벌이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두 번이나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해산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특히 이번 공권력 투입은 애초 원인제공자이기도 한 정부가 '힘 없는 자에게만 강한' 이중적인 태도를 다시 한 번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프레시안

특히 이번 공권력 투입은 애초 원인제공자이기도 한 정부가 '힘 없는 자에게만 강한' 이중적인 태도를 다시 한 번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사실 "비정규직 문제의 1차적인 원인제공자이자 이 같은 갈등을 방기한 주체"로서 지난 18일 노사의 교섭을 앞두고 '결렬되면 공권력 투입'을 운운해 자율교섭의 길을 스스로 봉쇄한 바 있다.

1차 공권력 투입 이후 정부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이랜드 노사갈등에서 발을 빼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회사가 협상에 진지하게 나올 것"이라며 시작한 이들의 2차 농성을 정부는 강제로 진압했다. (☞관련 기사 : "이렇게라도 해야 회사가 협상에 나서니까요")

노조로서는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농성을 정부가 강제로 해산시킴으로써 노사 갈등의 두 당사자 가운데 노조의 행위에 대해서만 정부의 힘을 동원해 편파성 시비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갈등은 애초부터 정부가 키워놓고…

사실 이번 갈등은 이미 지난 1일 비정규직법 시행 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다.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만든 법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법 시행 전부터 비정규직의 계약해지와 외주화 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법의 취지와 다르게 법이 가지고 있는 구멍을 이용한 사용자들의 편법이 횡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차별 없는 일터, 비정규직보호법이 만들어갑니다"라는 선전에만 열을 올렸을 뿐 이같은 '역효과'를 막는 데는 무력했다. 정확히는 최소한의 성의마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이랜드 갈등이 불거지자 정부 책임론이 힘을 받았다.

더욱이 이랜드 그룹의 두 노조는 뉴코아의 0개월 계약서 작성 강요, 홈에버의 '18개 월 이상 비정규직의 해고 금지'라는 단체협약 위반 등을 이미 5월 경부터 노동부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 왔다. (☞관련 기사 : 노동부가 오히려 "사인한 비정규직이 잘못" 강변?)

하지만 노동부는 뉴코아에 대해서만 형식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했을 뿐 이번 사태를 사전에 막는데는 무책임했다. 그런 면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이랜드 갈등을 키운 첫 출발점은 정부인 것이다. (☞관련 기사 : 비정규직법 시행되던 0시…"우리가 농성하는 이유")
▲ 장기화되고 있는 이랜드 갈등을 키운 첫 출발점은 사실 정부였다.ⓒ프레시안

자율교섭의 길도 정부가 막아놓고…

노조가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하면서부터 이랜드 갈등이 본격적인 사회 문제가 된 이후에도 정부는 무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 이후에는 정부가 노사갈등의 자율 해결을 가로 막기도 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처음 이 갈등이 불거지자 "이랜드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이랜드를 비판했다가 며칠 뒤에는 또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했다. 게다가 노사가 점거 농성 이후 최초로 마주 앉았던 지난 10일에는 교섭 시작도 전부터 이 장관이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노조가 내일(11일) 점거농성을 해제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어 노동부의 중재안을 전혀 듣지 못하고 교섭장에 나온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관련 기사 : 노사 첫 협상 결렬…노동부發 '노사합의' 소동)

노사가 벼랑끝에서 사실상 마지막 협상을 하기로 한 18일에도 정부의 태도는 신중치 못했다. 교섭 시작도 전에 정부가 "이날 교섭이 결렬되면 공권력 투입"을 언급한 것이다. 이랜드로서는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확정한 마당에 "협상이 타결돼도, 결렬돼도 농성은 해제되는" '꽃놀이패'가 됐다.

최종 교섭에서 결국 이랜드는 바로 전 협상에서 내놓았던 안 외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끝까지 고집했던 '18개 월 미만 비정규직의 고용보장' 요구에서 노조가 한 발 물러섰지만 교섭은 '예상대로' 결렬됐다. 정부는 바로 20일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관련 기사 : 이랜드 노사, '마지막' 협상 끝내 결렬, "오늘 노무현 대통령은 실수한 겁니다")

"이제는 못한다" 발 빼려면 공권력 투입은 왜?
▲ 지난 20일 1차 공권력 투입 이후 정부는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지만 오히려 교섭 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분위기마저 가로막았다. ⓒ프레시안

그 이후 정부는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어떻게든 해결해보자고 나섰다가 괜히 모든 욕을 다 먹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중재의 노력은 차치하고 교섭 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분위기 마저 가로막았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등 노조 간부 3명을 구속했을 뿐 아니라 교섭위원인 노조 대표들의 신변보장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측 교섭위원의 신변 문제는 노조로 하여금 "교섭 장소를 민주노총으로 바꾸자"고 제안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회사는 장소 문제를 대고 대표이사가 교섭에 나올 수 없다고 나왔다.

결국 정부의 '협상 중인' 노조 간부에 대한 무리한 구속·수배 등 조치에 의해 노사는 '법과 원칙이 적용된' 지난 20일 1차 농성 해제 이후 단 한 번도 마주 앉지 못했다.

또 법원은 이랜드 측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전국 홈에버 매장 앞에서의 집회 시위까지 가로막았다. 노조가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차단한 것이다. (☞관련 기사 : 법원, '이랜드 매장 타격 투쟁'에 과징금 1인당 100만 원)

이상수 장관은 "노사가 자율로 풀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이랜드 매출 0 투쟁'에도 비판의 칼날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노사 자율"이라는 대외적인 입장 뒤에는 이와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

더욱이 1차 점거 해제 이후 교섭에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노조가 "실질적인 결정권자인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직접 나와 집중적인 교섭을 하자"며 시작한 2차 점거 농성에도 또 다시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랜드 노사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제 꾀에 제가 넘어질 날이 온다"
▲ 이랜드 비정규직들이 2차 점거농성을 벌였던 서울 뉴코아 킴스클럽 강남점 안 진열대 위에 '승리할 때까지 점거 투쟁!'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프레시안

문제는 물리력 동원으로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라는 데 있다. 노조는 이날 새벽 공권력 투입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박성수와 노무현 정부에게 오늘의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였음을 똑똑히 알게 해줄 것"이라며 "우리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은 제3, 제4의 거점으로의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또 다른 곳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1차 점거농성 강제 해산 이후 불과 9일 만에 다시 2차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벼랑 끝으로 몰린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 스스로가 결정한 일이었다.

1차 점거농성이 무기한 길어졌던 것도 노조 지도부의 결정이었다기 보다 조합원들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다.

민주노총도 오는 8월 18일 전국적으로 5만 명이 모이는 이랜드 규탄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은 30일 농성장을 찾아 조합원들 앞에서 "이랜드의 대출자금을 회수하라고 압박하기 위해 우리은행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점거농성 해제가 결코 갈등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바로 그런 점에서 분명하다. 더욱이 이번 갈등은 향후 비정규직법의 '미래'를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이 '자승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랜드 노사갈등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려고 한' 이랜드의 '승리'로 끝날 경우 비정규직법은 현장에서 종이조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른 기업들도 이랜드의 사례를 따라 "일단 계약해지 후 외주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불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대기업에서조차 지키지 않는 법을 중소기업이 지킬리는 만무하다.

정부가 "일하고 싶다며 피눈물을 흘리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에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만든 법이 시행과 동시에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막고자 한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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