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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명절인데, 너희가 왜 쉬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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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명절인데, 너희가 왜 쉬냐'라고요?"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34> '피부색 구별 없는 한가위'를 위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한가위가 코앞에 다가왔다. 명절이 되면 모두들 바빠진다.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한국의 이주노동자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우리 민족의 명절인데 이주노동자들이 왜 바빠질까?

"한국인 명절에 외국인이 쉬면 뭐하냐"

상담을 하다 보니 1년 중 상담이 몰려드는 때가 있고 한가한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명절이 되면 명절을 전후하여 각각 한 주간씩 상담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이유는 대개 명절이 일요일을 끼고 쉬게 되니까 명절 전 일요일과 명절 후 일요일에는 쉰 대가로 일을 해야 하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클이야 이주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영세한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니 무급노동이 아니라면 그리 문제시하기는 어렵다. 이주노동자들도 며칠간 쉬는 대가로 일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파키스탄인 하산 씨가 일하는 공장에는 파키스탄인이 2명 있다. 이 두 사람의 파키스탄인은 한국의 명절이면 가욋돈을 버는 날이다.

사장은 "한국인의 명절인데 외국인이 쉬면 뭐하냐"면서 특근을 하라고 했고, 두 사람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개 3~4일 정도 되는 명절연휴 중에 그래도 하루정도는 쉰다.

한국 명절에는 쉬지 말라면서, 무슬림 축제때도 쉬지 말라

특근수당을 받으니까 뭐라 불만을 갖기는 힘들지만 명절 당일 두 사람만 일하노라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사장님은 수당을 주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인데, 사장님 말대로 가족과 함께 하지는 않지만 한국사회 전체가 쉬는 날이니 같은 나라 사람들을 만나 고국의 얘기도 듣고 싶고 놀러가고도 싶지만 두 사람은 참는다.

그런데 사장은 한국인들의 명절에는 일하라고 하면서 무슬림들의 큰 축제인 이드 축제(무슬림들이 1년에 한달간 해가 있을 때 금식하는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고 여는 축제.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은 이때 웬만하면 회사를 쉬고 가까운 지역에 있는 이슬람사원인 모스크에 모여 기도한다)때에는 쉬지 못하게 한다. 쉬려면 결근해야 하고 하루치 임금을 손해 봐야 한다.

명절 상여금까지 차별해야하나

몽골인 밧트 씨는 하산 씨와 달리 명절 연휴에 모두 쉰다. 한국인처럼 상여금도 받는다. 그런데 그가 받는 상여금은 임금 대비 몇%로 받는 것이 아니다.

그의 상여금은 추석과 설 같은 명절에는 15만 원이고 여름 휴가 때는 10만 원이다. 밧트 씨는 한국인들은 명절 상여금으로 얼마를 받는지 모르지만 훨씬 많이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장은 한국인들은 명절에 돈 쓸 곳이 많은데 너희들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상여금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명절이라고 준다며 선심 쓰듯이 준다.

그런데 밧트 씨의 사장님은 몽골인들이 축제로 여기는 여성의 날(사회주의국가였던 몽골에서 여성의 날은 축제의 대접을 받는 날이라고 한다. 이날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선물을 받고 가사노동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다고 한다)이나 나담축제(몽골책력으로 7월 16일을 전후하여 열리는 이 축제는 몽골씨름-활쏘기-말타기대회 등을 개최하는 몽골 최대의 축제이다. 한국에 사는 몽골인들은 한국책력으로 따져서 나담축제일이 평일이 되면 일요일로 미루거나 앞당겨서 지역별로 서로 모여서 즐긴다)때 "돈 쓸 일이 있을 테니까 상여금을 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명절을 기다리는 이주노동자들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하산 씨처럼 명절을 보내지는 않는다. 명절연휴를 모두 쉬는 이주노동자들도 적지 않고, 명절에 사장님집을 찾아가 한국 명절음식을 먹으며 함께 즐기는 이주노동자들도 있다.

그리고 한국의 여러 문화기관이나 종교기관에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를 통해서 제공하는 할인티켓이나 초대장을 받아 문화행사나 위락시설을 이용한다든지 명절잔치에 참여한다든지 하면서 연휴를 즐겁게 보내는 이주노동자들도 많다.

이렇게 쉴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명절은 정말 기대가 되요'라며 몇 달 동안 손꼽아 기다린다. 봄에는 여름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고, 여름에는 추석을 기다리며 열심히 일하고, 그리고 설날을 기다리며 또 열심히 일한다. 그렇다고 하산 씨 같은 이주노동자가 드문 것도 아니다.
▲ 지난 2004년 추석 당시 안산 원곡본동에서 열린 국경없는마을 콩꽃축제의 한 부스에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남들 쉴 때 같이 쉬고, 남들 떡값 받을 때 똑같이 받고

그런데 하산 씨의 경우와는 달리, 이주노동자들 중 밧타 씨와 같이 명절 상여금을 한국인노동자보다 적게 받는 사람들은 아주 많다.

한국인들은 상여금을 받는데 외국인이라고 상여금을 아예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 단체가 대략 1년에 임금체불상담만 약 250~300여 사례 정도 해왔는데, 몇 년 동안 상담하면서 한국인과 동등한 비율로 상여금을 받는 사람을 딱 한 사람 보았다. 그 사람의 임금명세서를 보았을 때 나는 놀라워서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었다.

하여튼, 달력을 보니 주5일 근무 사업장이라면 연휴가 무려 5일이나 된다. 5일을 모두 쉬는 공장이 그리 많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최소한 '한국인들의 명절이니 너희들은 조금만 쉬어'라는 말을 하는 한국인 사업주는 없는 그런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그저 더도 덜도 말고 남들 쉴 때 이주노동자들도 같이 쉬고, 남들 떡값 받을 때 이주노동자들도 떡값 제대로 받는 그런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 지난2004년 추석에 열린 국경없는 마을 콩꽃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도 흥겹기는 마찬가지.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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