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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 고용보장 해법,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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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TX 승무원 고용보장 해법, 지켜봐달라"

[인터뷰] 김천환 코레일 여객사업본부장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여승무원들을 저런 상태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승무원들에게 어떻게든 다시 일자리를 찾아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철도공사의 기본 입장이다. 고용 보장, 즉 일자리 제공을 위한 해법을 (노조와 함께) 모색하고 있다."

1년을 훌쩍 넘긴 KTX 여승무원 문제와 관련해 코레일(옛 철도공사)의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은 1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김천환 본부장은 그러나 코레일이 고민 중인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현재 노사가 그 문제에 대해 대화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천환 본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어찌 보면 기존 사측의 입장에서 별반 달라진 것 없는 아주 원론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노사가 이 문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대화 중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오랜 시간 끌어 온 KTX 여승무원 문제가 타결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인터뷰는 <프레시안>의 지난12일자 기사 'KTX·새마을호 "달라진 분위기…이제 해결하자"'에 대한 코레일의 해명 인터뷰 요청에 의해 14일 대전 정부종합청사에서 이뤄졌다.

"변한 것은 철도공사가 아니라 노동조합"
▲ 김천환 한국철도공사 여객사업본부장.ⓒ프레시안

1년 넘도록 팽팽하게 대립해 온 코레일 노사가 최근 대화채널을 가동하면서 이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것은 KTX 여승무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무게로 미루어 당연한 일이었다.

김천환 본부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같은 변화가 이뤄진 것은 노동조합이 기존의 입장을 바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대화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고집해 타협점을 찾지 못했었다"는 것.

노조가 어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일까? 김 본부장은 "노조의 표현으로는 '승무업무의 외주화', 우리 표현으로는 '업무위탁' 자체를 철회하라는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승무 업무의 이원적 운영을 요구했다. 코레일투어서비스(옛 KTX관광레저)에 있는 승무원들의 문제는 열외로 놓고 현재 투쟁 중인 승무원 '85명 프러스 알파'의 인원에 대한 문제만 해결하자고 제안해 왔다. 또 승무직으로 일할 수 있다면 공사의 정규직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노조의 전향적 태도로 인해 과거와 다른 양상의 대화가 현재까지 2차례 진행될 수 있었다."

"노조가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진지한 대화가 가능해진 것"이라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그런 면에서 노조는 노조 나름대로 '회사가 달라졌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노조가 먼저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라고 해명했다.

"코레일이 고민 중인 해법, 협상 카드인만큼 공개는 어렵다"

그렇다면 노조의 이같은 제안에 대한 사측의 입장은 무엇일까. 김 본부장은 "승무 업무의 이원운영은 여러 가지 법적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사의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정원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오는 7월 시행되는 비정규직법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노조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승무원들을 철도공사가 '해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직'이라는 노조의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지만 "이 문제를 풀고 싶은 것이 코레일의 오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이 문제는 "우리도 풀고 싶다"는 원론적인 바람만으로 해결되기에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코레일의 주장대로 "변한 것은 노조"라면 더욱이 회사의 '변화'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해법에 대한 고려 없이 "풀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공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고민하고 있는 해법은 있으나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다수의 노동전문가들이 우리에게 '회사가 KTX관광레저 정규직이라는 카드를 너무 일찍 빼들어서 사태가 더 장기화됐다'고 비판하는 얘기를 들었다. 여승무원의 파업 초기가 아니라 좀 더 나중에 꺼내들었으면 이렇게까지 장기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협상 카드를 공개하는 것은 좀 곤란하다. 대화 중이어서 더욱 그렇다."

"노동부 장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 ⓒ프레시안

김 본부장은 인터뷰 초반부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KTX 승무원 문제와 관련한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이렇게 시각이 다를 수 있는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은 들어올 때부터 계열사의 비정규직이었고 이를 알고 들어왔다. 승무원들이 처우와 고용불안 문제를 처음 제기한 후에 이를 들어주기 위해서 계열사 정규직으로 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승무원들이 거부해 놓고 철도공사가 자신들을 해고했다고 말할 수 있나?"

논란이 됐던 불법파견 부분에서도 코레일 측이 "억울하다"고 했다. "지난 2005년 이 문제가 전혀 이슈화되기 전에 노동부가 합법으로 1차 조사 결과를 내놓고도 노동부 장관의 지시에 의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재조사까지 벌였지만 결국 합법도급이라고 인정했다"는 것. (☞관련기사 보기 : 노동부 "KTX 승무원, 100%는 아니나 그래도 합법")

당시 노동부는 재조사 결과 "일부 불법의 소지가 있으나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일부 불법의 소지'와 관련해 "재조사가 KTX 개통 직후 1년에 한정해 이뤄져 아직 채 안정되지 못한 시기였기 때문에 있었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그 이후에도 개인적 소신임을 전제로 수 차례 승무원에 대해 코레일의 직접고용이 옳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이상수 장관의 이같은 '소신'에 대해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장관이 재조사를 지시한 것도 이 문제에 대해 오해가 있었거나 아니면 노동계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개인적 소신이라며 적법한 도급이지만 직접고용이 옳다고 본다고도 말했지만 코레일 입장에서는 참 당혹스러웠다. 왜 그렇게 고집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개인적 소신이지만 장관으로서의 지시는 다른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상수 장관은 이 문제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넣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 관련기사 보기 : 이상수 장관,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 언급)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 "장관이 공공부문 대책에 넣는 방안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다른 부처의 반발이 있었고, 이 대책이 현재 직접고용된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는 점 등의 문제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히 지켜봐달라. 그래야 우리가 움직일 폭도 생긴다"

KTX 승무원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이 문제는 이미 노사간 합의로 풀 수 없는 '정치적 이슈'가 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철저히 노사 간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김 본부장의 주장대로 이 문제가 노사 간의 문제라면 오히려 해법은 노사 모두에게 있다는 말도 된다. 노사 모두 풀겠다는 의지가 진정으로 있다면 의외로 손쉽게 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인터뷰 중에 "우리는 이 문제를 정말 풀고 싶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김 본부장과의 인터뷰 후 노조 관계자를 통해 노조의 사태 해결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노조 관계자 역시 "승무원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조는 일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해법을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진심'이라면, 여승무원들이 조만간 일터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도 품어볼 수 있다. 하지만 노사 간의 문제일수록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상대방이 이 문제의 해결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또 그만큼의 양보가 전제돼 있지 않다면, '진심' 역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노사 양측이 이미 상당한 시간 평행선 주장을 되풀이하며 너무 멀리 와 있다는 점에서 아직 장미빛 희망을 갖기는 다소 섣부른 감도 없지 않다.

김 본부장은 "정치인, 사회단체 등 여러 곳에서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지켜봐줄수록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는 것이었다. 조용히 지켜봐달라는 당부이기도 했다.

사태가 노사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될 수만 있다면 현재 진행중인 대화를 지켜보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또 이에 대한 '과도한 희망'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KTX 승무원 문제는 이미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고, 현재 진행 중인 노사 대화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된 만큼 이번 기회에 '신뢰의 구축'만이라도 확실히 이룰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사실만은 노사 양측 모두 유념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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