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부터 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KTX 여승무원이 30일 대학 강단에 섰다.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들과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 주최로 이날 오후 중앙대에서 열린 이 특별한 강의는 조만간 사회에 진출할 '예비노동자'들인 대학생들에게 KTX 여승무원 문제, 나아가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들려주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위탁업체 정규직보다는 철도공사 비정규직이 낫다"
이날 강연의 연사는 KTX 여승무원 오미선 씨였다. 그는 준비해 온 동영상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KTX 여승무원에 대해 직접고용이 필요한 이유와 그간의 투쟁과정, 그리고 철도공사와 정부의 '거짓말'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오 씨는 "KTX가 개통하던 첫날부터 시작된 온갖 혼란스러운 상황을 바꾸려고 시작한 싸움이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지난달 29일 노동부의 적법도급 발표로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지만 철도공사나 정부가 자꾸 '동그라미'를 보고 '네모'라고 하니까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오 씨는 "우리가 시험도 안 보고 철도공사 정규직이 되려 한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KTX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서도 승무원은 반드시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위탁업체인 관광레저의 정규직이 되느니 차라리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특별한 '선생님'의 수업을 열심히 듣던 학생들은 KTX 여승무원이 준비해 온 동영상을 보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국회 헌정기념관 바닥에 누워 있다 경찰들에게 연행되는 여승무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끝내 눈물을 보인 중앙대 사회학과 2학년 김나희 양은 "여승무원들의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며 "나 역시 똑같은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배준영(사회학과 3학년) 군도 "수업을 듣고 나니 이런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오늘 수업으로 KTX 여승무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똑같은 '취업사기' 당하게 할 수는 없다"
오미선 씨와 함께 이날 특강을 진행한 교수모임 소속의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여승무원의 문제는 철도공사의 취업사기에서 시작됐다"며 "여러분 역시 파견과 도급위탁의 차이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면 자신이 서명하는 근로계약서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똑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 분위기는 점점 직접고용보다는 아웃소싱을 통한 간접고용을 선호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며 "간접고용된 노동자의 경우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과 같은 기본적인 법의 보호조차 받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대의 특강은 KTX 여승무원 문제의 본질을 바로 알려야겠다는 교수모임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중앙대 사회학과 김경희 교수는 이같은 특강을 마련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KTX 여승무원의 문제가 단지 '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교수모임 소속의 조순경 교수도 "이번 릴레이 특강은 너무나 명백한 KTX 여승무원의 불법파견 문제와 성차별에 대해 직접 학생들에게 알리고 조만간 취업시장으로 들어설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모임은 KTX 여승무원들과 함께 이같은 특강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주에는 연세대와 이화여대에서 각각 두 차례씩 특강이 예정돼 있고 카톨릭대에서도 이같은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다.
교수모임은 KTX 여승무원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특강 외에도 수업 동영상을 촬영해 관심이 있는 대학 교수들에게 배포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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