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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성과, 그러나 남은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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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성과, 그러나 남은 과제들

[특집] 여우주연상 수상 계기로 해외시장 진출 적극 모색해야

"큰 경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웃고있을 수만은 없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 <밀양>의 메인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마케팅 담당자는 수상소식과는 별도로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하는 입장을 강조했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이 시장에서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한 효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마케터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말이 고비일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프랑스 칸에서의 낭보가 전해진 28일 오전, 시네마서비스 마케팅팀은 환호보다는 <밀양>의 국내 박스오피스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느라 오히려 차분해진 분위기. 24일 초파일 휴일에 맞춰 개봉된 <밀양>은 개봉 4일동안 전국 35만 정도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계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봤지만 시네마서비스 자체 분석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함께 개봉된 <캐러비안의 해적3>가 900개에 가까운 스크린을 싹쓸이해 간 상태에서 260여개 개봉관 수로, 그 정도면 선전했다는 자평이 이어졌기 때문.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작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진 만큼 그렇다면 앞으로 좀더 해볼 만한 싸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어차피 이 영화는 단기간 승부용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스크린 수로 중장기 상영을 통해, 긴 승부를 가져가겠다는 것이 당초의 배급전략이었다."
밀양 ⓒ프레시안무비
하지만 문제는 BEP. <밀양>이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는 180만 관객이 필요한 상태다. 영화제에서의 쾌거가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수상을 계기로 관객이 몰려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배급 경험상, 결코 그렇지 않다는 데에 마케팅 담당자들의 고민이 있다. 그렇다면 칸영화제에서의 수상조차 영화산업의 논리로 봤을 때는 빚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일까. 매사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또 비관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칸영화제 같은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어찌 됐든 산업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일단 국제마켓에서의 작품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해외 세일즈가 훨씬 용이해진다. 실제로 <밀양>은 수상 전까지 칸필름마켓에서 판매실적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 영화의 해외마켓을 담당하고 있는 또 다른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가능하면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하지만 여우주연상을 탄 만큼 해외 세일즈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며 그렇다면 이 영화가 수익구조를 내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해외판매가 아무래도 늘어날 만큼 만약 국내흥행에서 BEP에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영화제 성과,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연결시켜야
밀양 ⓒ프레시안무비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고민은 <밀양>의 수상을 둘러싸고 궁극적으로 한국영화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법론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5~6년동안 한국영화는 국제영화제에서 비약적인 성공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임권택, 박찬욱, 김기덕, 이창동 감독 등이 칸과 베니스, 베를린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한국 영화계를 새로운 영화의 보고로 인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잔치 분위기'는 이제 그만 즐기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감독상이나 심사위원 대상, 주연상 등을 수상하는 것은 물론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영화 전체를 해외시장으로 진출시키는 것으로 이어가게 하지 못했던 것이 큰 실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임권택 박찬욱 김기덕 이창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 됐지만 이 사람들을 밑바탕으로 많은 다양한 한국영화들이나 감독들을 세계시장에 소개시킬 수 있는 여러 루트를 개발하는데 그동안 소홀했거나 실패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예컨대 중국이나 홍콩의 경우 첸 카이거와 장이모우, 왕자웨이 감독 등이 세계적 명성을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 중국영화의 산업화를 이루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이모우 감독이 <영웅>이나 <연인><황후화>같은 대작을 만들 수 있었던 데는 국제시장에서의 중국영화적 가치가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 장쯔이, 공리, 장만옥의 사례들 장쯔이나 공리, 장만옥 등이 해외 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둠과 동시에 자신들을 포함해, 중국계 배우들을 해외시장에 대거 진출시키는 역할을 한 것 역시 우리가 곰곰이 반추해 봐야 할 대목이다. 이들의 최근 영화만 보더라도 장쯔이의 경우 <게이샤의 추억>에, 공리는 <마이애미 바이스>, 장만옥은 <클린> 등 모두 할리우드 영화나 다국적 합작영화에 출연해 왔다. 따라서 이번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 역시 수상의 영광에만 그치지 말고 해외영화계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교두보가 되도록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이를 영화계와 영화관련 정부기관이 적극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명의 배우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이후 두명,세명의 배우가 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며 결국엔 감독과 스탭들이 결합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영화 자체가 밖으로 뻗어 나가게 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시점인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전문 마케터는 물론 해외시장을 겨냥한 글로벌한 기획력을 가진 프로듀서들의 양성, 배우들의 영어 등 언어능력 개발 등 구체적인 방법들이 도모돼야 할 때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 이룰 것은 다 이뤘다는 얘기가 나올 만 하다. 칸,베니스,베를린 3대 영화제를 지난 5~6년간 하나씩 섭렵해 왔으며 이번 전도연의 수상은 마치 화룡점점을 찍는 것과 같은 순간과 같은 것이었다. 이제는 이 같은 성과를 실질적인 시장의 효과로 연결시키는데 골몰해야 할 시기다. 특히 작금의 한국영화산업의 상황은 해외시장의 개척 없이는 더 이상의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 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모처럼 맞은 호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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