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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위기'의 핵심은 '인물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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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위기'의 핵심은 '인물 부재'

[2007 대선이야기]소신과 철학의 '1류 정치인'이 없다면

한나라당 대세론에 제동이 걸렸다. 4.25 재보선 패배도 충격적이지만, 이후에 벌어지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간의 갈등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선결과를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또 성질 급한 이들은 두 사람이 분열하면 한나라당은 필패라는 예측도 내놓는다. 다만 한나라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비(非)한나라당 진영의 승리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는 근본적으로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는 다른 점이 있다. 정당이나 이슈, 그리고 조직의 비중이 높은 일반 선거와 달리 '인물' 선거의 특성이 무척 강하다는 것이다. 클린턴 정부의 8년 호황에도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하고 공화당의 부시 후보가 승리한다든지, 지난 2002년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인기가 추락해 당시 민주당이 형편없는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었음에도 노무현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한 것도 이러한 특성을 잘 반영한다.
  
  최근 비한나라당 진영의 각 정치세력들이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합의 협상을 벌여도 별로 소득이 없는 것 역시 인물부재가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다. 만일 구여권의 특정 정파가 10% 이상의 지지율을 가진 대선주자를 내놓는다면 그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은 훨씬 쉽게 이뤄질 것이다.
  
  대통령형 정치인이란
  
  전문가적 입장에서 현실 정치인을 평가하는 방식은 꽤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대통령형 정치인과 국회의장형 정치인이다. 대통령으로 거론된 사람 중에 국회의장이 된 사람이 없다는 점과 국회의장으로 거론된 사람 중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 없다는 것은 꼭 우연만은 아니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인의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성격이나 리더십이 합리적이어서 동료의원들과 친화력이 있다. 그 대신 지역구 관리에 철저해 '다선'을 한다. 반대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상대적으로 독선적이고 나라를 뒤흔드는 수준의 '사고'를 많이 내는 경향이 있다. 한 마디로 국회의장이 합리적인 엘리트형 정치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 대통령 주자들은 자기중심적 대중정치인이 대부분이다. 즉 대통령이 될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대중성임을 의미한다.
  
  정치인의 자질을 1류와 2류, 그리고 3류로 구분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 1류 정치인의 자질은 바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하는 유형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은 소신과 철학이 뚜렷해 때로는 비타협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시적 이득도 마다한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모두 '민주화'라는 소신에 입각해 희생을 치르며 정치를 해 온 측면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3당 합당에 참여하지 않는 등 '소신이 강해서 탈'인 스타일이다.
  
  반면 2류 정치인들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이다. 소신형 1류 정치인들과 달리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출세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득실계산에 분주하다보니 순발력은 딸리는 경향이 있다. 3류 정치인은 '자신이 호강하고 싶어서' 정치하는 부류다. 국회의원의 지위만 누리려 하고, 정치적 소신이나 야망도 없이 때로는 경제적 이득을 쫒아 정치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통령이 되는 정치인은 소신형 정치인일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좀 더 체계적으로 대통령 또는 지도자가 되는 자질을 분석하자면 '대중성', '차별성', '시의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먼저 앞에서도 강조한 대중성은 '흥행성'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다. 사실 지도자란 자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어 모든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 정책에 있어 해당 분야의 전문적 식견은 학계나 공무원들이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성은 국민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말하게 되며, 대개 지적 능력보다는 '용기'와 같은 감성적 능력을 바탕으로 대중을 열광시키며 인기를 얻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차별성인데 앞서 얘기한 1류 정치인들은 철학과 소신에 따라 오랜 시간 정치행보를 하면서 다른 정치인들과는 차별화 되는 정치인으로 부각되는 특성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시의성은 특정 정치인의 차별화된 소신과 철학이 대선 상황에서 대중의 집단적 희망, 즉 시대정신에 부합될 수 있는지를 말한다. 결국 특정 정치인의 철학과 소신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며 인기를 얻게 될 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가장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3500만과 소통하는 리더가 있는가
  
  지금 비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을 꼽아 보면 이런 점에서 특출한 인물이 없어 보인다. 물론 한 선배의 얘기대로 과거에도 가까이 지켜보면 대통령 될 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중들에게 전달된 이미지만으로 보았을 때, 그래도 지난 30년의 인생이 '성공과 신화', '일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축적해 온 이명박 전 시장이나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과 함께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온 '리더십' 중심의 박근혜 전 대표만한 대중자산을 가진 인물이 범여권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정당지지도가 내려가도, 또 내분의 위기에도 주요 주자들의 지지도가 끄떡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 같은 인물 중심의 지지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구여권의 빅2 중 한 명인 김근태 전 장관은 여전히 민주화 이미지에 머물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 역시 멋진 스타일 이전에 자신의 삶이 드러내는 시대적 상징성이 모호하다. 비한나라당 진영에는 새로운 시대에 대중들을 감동시킬만한 '자신만의 무엇'을 가진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근본적으로 1 대 3500만 명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국민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될 단 한 명의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정당도 중요하고 노선도 중요하고 이슈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인물' 자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사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보수와 진보의 양분법적 국민성향은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지금 대세론을 중심으로 고공행진 하는 한나라당의 양강 후보가 올해 말까지 반드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비록 지금까지 두 후보가 가지는 경쟁력이 어느 다른 후보보다 뛰어나다 해도 대중의 입맛에 맞는 더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선택을 바꾸는 것이 민심의 특성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한나라당 진영에서 삶의 궤적에서 우러나오는 자신만의 매력으로 국민이 원하는 희망에 부응하며 대중을 감동시킬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어떻게 되든 간에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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