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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총파업"…민주노총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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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총파업"…민주노총의 '고민'

"뚜껑 열어보니…그러나 안 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위원장 조준호)이 예고했던 대로 22일 전면 총파업을 벌였다. 지난 9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올해 들어 7번째 총파업을 결정한 이후 조준호 위원장은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며 "민주노총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조직의 명운' 걸고 '역사상 최대 규모' 장담했지만…

이날 총파업에는 민주노총 집계로 197개 노조 20만5000여 명, 노동부 집계로 5만 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 15일 경고파업과 비교해 5000여 명의 전국사회보험노조가 더 참가했고 전교조도 결합했지만 이날 총파업의 규모는 예상보다 적었다. 더욱이 14만이 참여한 15일 파업에 비해 그리 크게 늘지도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관계자도 "예상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당초 15일 4시간 경고파업 이후 20일까지 정부의 태도를 지켜본 뒤 22일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려 했던 민주노총은 이날 하루 총파업 이후 23일부터 28일까지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동력의 문제로 계획을 바꾼 것이 아니라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장기간 투쟁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뚜껑이 열린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지도부의 결심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총파업'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 민주노총은 22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전국 15개 지역에서 집회가 열린 가운데,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는 1만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조준호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시청 광장 앞에서 열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어렵고 힘들다. 좋아서 하는 투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총파업이 원래 어렵지 않느냐"고 털어놨다.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우문숙 대변인은 "파업을 한 번 하면 연차와 월차를 못 쓰게 되고 자본이 자꾸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어 경제적인 피해까지 받게 된다"며 "파업권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총파업에 대한 지도부의 뜻과 의지를 이해하고, 그 내용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실제 파업을 벌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장에 쌓인 피로감도 총파업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민주노총은 올해 들어서만 7번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장에서 각각 사업장의 문제를 놓고 파업을 벌이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정치파업은 불법"이라고 정부가 엄포를 놓고 있는 가운데 7번째 총파업에 전 조합원이 지도부의 결심대로 나서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러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모든 것을 걸겠다"던 지도부의 결심에 비해 민주노총 '총파업'의 양상과 이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태일 사무총장은 "오늘 오전 보도만 보더라도 민주노총의 총파업의 쟁점은 다 빠지고 도심 교통의 혼잡 문제만 부각시키지 않았냐"며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상당히 우려를 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의 총파업 내용은 빠뜨려 국민과 민주노총을 괴리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 싸울 수는 없지 않냐"
▲ "총파업이 어렵고 힘들지만 안 싸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민주노총의 '고민'이다. ⓒ프레시안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와 어려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안 싸울 수는 또 없지 않느냐"는 것이 민주노총의 고민이다.

우문숙 대변인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정규 법안 때문이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당장 피해가 닥치는 법안 처리와 관련한 움직임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총파업의 '남발'로 그 효력이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태일 사무총장은 "공장이 서고 세상이 마비되지 못한다 해서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다시 투쟁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주체적 역량을 고려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민중이 스스로 분노를 터뜨릴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당장 대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닥치는 피해는 적더라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의 꿈도 가시권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해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 민주노총의 고민이다.

"29일 농민 결합하면 판세 달라질 수도…좀 더 지켜봐달라"

민주노총의 4대 요구안 가운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비정규 법안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의 경우 국회 논의가 기한을 정해 놓고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언제까지 총파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민주노총을 곤혹스럽게 하는 고민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25일 열리는 투쟁본부 대표자회의에서 향후 일정을 다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잡힌 일정상으로는 23~24일과 27~28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금방 결론이 날 사안이 아닌 만큼 부분파업을 이어가기 보다는 몇 차례에 걸친 총파업을 벌이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문숙 대변인은 "아직 총파업에 대해 단정짓기는 이르다"고 했다. 농민들이 서울로 대거 집결하는 29일 이후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법안과 로드맵에 대한 국회 논의가 빠른 시간 안에 정리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 가운데, "부족한 힘으로라도 싸우지 않을 수 없는" 민주노총의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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