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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선거법 '3% 저지조항' 위헌…소수정당에 2중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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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선거법 '3% 저지조항' 위헌…소수정당에 2중 장벽"

"소수정당 국회 진입이 민주주의에 활력 불어넣는다"

정당 득표율이 3% 미만이면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189조 1항 전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9일 지난 2020년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득표율 3%를 넘지 못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 못한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등이 그해 7월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 이같이 판단했다.

선거법 189조 1항은 비례대표 의석 배분 기준을 1호, 2호로 규정하고 있다. 1호는 '전국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 2호는 '지역구 선거에서 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다. 당초 소수정당들은 1호에 대해서만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2호까지 포함한 189조 1항 전체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1호 '3% 조항'에 대해 "저지(沮止)조항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정당을 차별하고 유권자 투표의 성과 가치를 차별해 평등선거 원칙을 위반한다"고 봤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군소정당의 난립에 따른 폐해가 심각한 경우에는 나름대로의 제도적 효용성을 가진다"면서도 "투표의 성과 가치에 차등을 두어 사표(死票)의 증대와 선거의 비례성 약화를 초래하고 새로운 정치 세력의 원내 진출을 막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소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례대표 의석 배분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특히 "우리나라는 일찍이 거대 양당이 확고하게 자리잡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저지 조항이) 새로운 정치 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 정당의 세력만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저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를 가정해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계산해 보아도 소수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수가 많지 않아 '군소정당의 난립'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 300명 중 비례대표 의석(46명)은 15.3%에 불과해 "저지 조항을 폐지하더라도 원내에 진출하는 소수 정당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헌재는 예상했다.

아울러 소선거구·다수대표제를 채택한 선거제도를 언급하며 "이미 거대 정당에 유리하고 사실상 군소정당 소속 후보자의 의회 진출이 어렵도록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설계된 제도적 허점에 더해 헌재는 "거대 양당들은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얻고 있다"며 "저지 조항은 소수 정당의 의회 진입에 이중적 장벽을 설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헌재는 이어 저지 조항이 유권자들에게 '저지선을 넘지 못하리라'는 예상을 심어 군소정당 지지를 기피하도록 유도한다며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 과정의 개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저지 조항이 유발한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회 내 다수당이 자발적으로 이를 폐지하거나 저지선을 개선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헌재는 봤다.

헌재는 1항 2호 '최저의석 요건'에 대해서도 위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1호만 위헌으로 보고 최저의석 요건을 남겨둘 경우 "저지 조항의 요건이 더욱 엄격해지는 결과가 된다"면서, 심판 대상이 아닌 2호까지 포함한 189조 1항 전체에 위헌 선언을 했다.

이번 결정에는 헌법재판관 의견이 7 대 2로 갈렸다. 반대 의견을 낸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저지 조항이 "극단주의 세력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할 때까지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는 효과도 갖고 있다"고 봤다.

또 "극단주의 세력이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중도 정당보다 빠르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거대 정당 의석 집중 현상의 주요 원인을 "소선거구·다수대표제, 낮은 비례대표 의석 비율, 위성정당 문제" 등에서 찾았다.

이들과 달리 김상환, 정정미 재판관은 "3% 저지선은 광역자치단체 하나 또는 중소 광역자치단체 2개 이상의 규모에 달하는 국민의 선택을 한순간에 무효화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라며 위헌 결정에 보충의견을 보탰다. 이들은 3% 정당 득표율은 22대 총선을 기준으로 84만 표에 해당한다고 계산했다.

이들은 또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은 우리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면서 "정치적 의제의 다양성이 확보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지 조항에 대한 위헌 선언이 국가의 의사 형성 과정에 국민의 진정한 의사가 보다 충실히 반영되도록 하고 투표 결과의 비례성을 강화하며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변호인 접견불허 위헌확인 헌법소원 선고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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