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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개혁 논의 '백화제방(百花齊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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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법조개혁 논의 '백화제방(百花齊放)'

<분석> 검찰-변협-법원-학계 물고물려

검찰 인사파동이 검찰개혁을 넘어 법조계 전반의 개혁으로 확대되어갈 조짐이다.

강금실 법무장관 임명, 서열파괴 검찰 인사, 대통령-평검사 대화, 검찰간부의 반발 사퇴 등으로 이어지던 검찰 인사파동이 진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대한변협, 경실련 등이 검찰 개혁 관련 성명 발표나 토론회 개최에 나섰고, 법무부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최종영 대법원장과의 오찬회동에서 '판사 단일호봉제' 검토를 요청받고 "긍정 검토"를 지시하는 등 법원의 제도개혁도 논의의 물꼬를 텄다.

한편 법학교수에게도 변호사 자격을 주자는 법학계의 요구에 대한변협이 반발하는 등 변호사 자격 논란이 고조되고,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 등 주요 전문자격사 단체의 카르텔(담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이르면 2·4분기에 실시할 계획을 밝히는 등 변호사업계 역시 개혁 논의대상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바야흐로 법조개혁 논의의 '백화제방' 시기다.

***변협, "검찰 뿐아니라 법원 개혁도 이뤄져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박재승)는 14일 검찰 인사파동 사태와 관련,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서 나아가 민주적·합리적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실질적 개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또 "검찰개혁과 함께 부당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견제 내지 통제를 위해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제도의 전면적 확대 및 검사동일체 원칙과 내부결재제도의 과감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은 인사개혁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검찰의 기소독점권ㆍ기소편의주의, 검사동일체 원칙 등 제도 전반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변협은 이날 성명에서 "차제에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법원의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며 "변호사로서 정의롭게 국민을 위해 일해온 능력과 덕망을 갖춘 인물 중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판사와 검사를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협은 "성적을 기준으로 사법연수원 수료생을 판·검사에 임용하고, 다시 이를 기준으로 재직 중 서열과 승급이 이뤄지는 현행 체계 아래에서는 정의감과 성실, 용기를 갖춘 법관 등을 기대하기 힘들며 이로 인한 폐단이 오늘날 사법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제에 법원의 개혁, 특히 판검사 임용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며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변호사, 법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검찰 조직에 외부 인사 참여 등이 거론됐다.

또한 법무부는 14일 "검찰개혁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재야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 설치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장, "판사 단일호봉제 검토해 달라"**

사법부도 제도개혁 논의가 시작될 조짐이다. 대한변협이 공식 성명을 통해 '법조일원화'를 요구한 같은 날 대법원장이 직접 법관인사제도 문제를 거론했다.

최종영 대법원장은 14일 낮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대법원장은 지방법원 승격문제와 판사 단일호봉제 등을 집중 거론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전했다.

최 대법원장은 이날 오찬회동에서 `서울시 4개 지원을 지방법원으로 승격시키고, 고법 부장판사 이하 판사의 단일호봉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긍정 검토하라"며 비서진에게 지시했다.

이 가운데 '고법 부장판사 이하 판사의 단일호봉제'는 그간 사법부 개혁의 핵심내용으로 간주되어 온 '판사계급제 폐지'와 깊은 관련이 있는 대목이어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 발족된 법관 모임인 '법의 지배 확립을 위한 사법부 독립과 법원민주화를 생각하는 법관들의 (사이버) 공동회의' 등이 주도해 온 법원 개혁논의의 핵심은 법관 인사시스템의 개혁이다.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모든 판사를 한줄로 줄세우는 시스템, 판검사가 옷을 벗지 않으려면 승진에만 신경써야 하는 인사제도, 법관들을 행정부나 입법부 또는 거물급 전관변호사들에 비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취약한 신분보장제도 등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판사계급제 폐지'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호봉제는 엄격한 서열식 계급제 폐지로 가는 중간단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이 직접 이 문제를 대통령 앞에서 거론한 배경이 주목되는 것이다.

***법학과 교수, "변호사 자격증 달라"**

재야 법조계, 즉 변호사업계 역시 자격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전국의 법학과 교수들이 변호사 자격을 달라며 법무부에 입법 청원을 냈으나 대한변협이 최근 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한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법학 교수들의 모임인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송상현·서울대 법대 교수)는 지난해 7월 법학 교수에게도 변호사 자격을 주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달라며 법무부에 입법 청원했다. 법학교수회가 제안한 개정안 내용은 법학대학원이 설치된 4년제 대학의 법학 전공교수로서 10년 이상 재직한 교수나 부교수 중에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자에 한해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변협은 "교수들의 학문적 주장을 실무에 반영하고 있는 만큼 학계와 변호사 업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며 "실무 경험이 부족한 교수들에게 전문지식만을 근거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법학교수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오던 문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바로 '로스쿨' 제도가 나온다. 정규 법학교육과는 무관하게 한번의 시험만으로 변호사자격증을 부여하는 현행 사법고시 제도를 개혁하고, 대학교육과 별도의 전문 법학교육을 이수한 자에게는 대부분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지난 94년 김영삼 정부 당시 적극 검토되었으나 법조계 전반의 반발에 밀려 사법고시 합격자수 대폭 증원만으로 마무리된 과제가 다시금 재론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변호사협회 공인회계사협회 등 주요 전문자격사 단체의 카르텔(담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이르면 2·4분기에 실시한다고 밝힌 대목도 눈길을 끈다.

공정위는 올해 초 발표한 '산업별 시장개선대책 및 그룹별 소비자 시책'에 따라 전문자격사 단체의 카르텔 현황을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자격사 단체가 보수와 수수료를 일괄 결정하지 못하도록 시정조치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법조 4륜 서로 물고 물리며 개혁 논의 물꼬 터져**

이처럼 검찰 인사파동으로 검찰개혁이 일단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법원도 변호사업계도 개혁 논란이 시작될 조짐이다.

변협은 검찰개혁을 빌미로 법원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고, 법원 역시 오랜동안 내부에서 제기되어 온 인사시스템 개혁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법학교수 들은 변호사 자격문제를 들고 나와 변협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법원, 변호사의 법조3륜, 여기에 법학교수까지 법조4륜 전체가 서로 물고 물리면서 개혁 논의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다.

아직은 상대방에게 개혁을 요구하고, 스스로의 개혁에는 폐쇄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한번 물꼬가 터진 이상 법조계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개혁 논의로 발전되어 갈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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