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인권 놓고 서로 "너나 잘하세요"

인권보고서 맞대응…악화된 양국관계 반영한 듯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인권침해국으로 규정하며 인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8일 국무부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가장 조직적으로 인권 침해가 이뤄진 국가'로 지목했다. 이에 중국도 '2005년 미국의 인권기록'을 펴내고 "미국이 자국의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맞대응했다.

***美 "중국은 가장 조직적인 인권침해국"**

미 국무부 연례 보고서는 '가장 조직적인' 인권침해국으로 중국 외에도 북한, 이란, 짐바브웨, 미얀마, 쿠바, 벨로루시 등 7개국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정부에 위협적인 인사들을 괴롭히거나 억류, 수감하는 사례가 지난해 더 늘어났다"며 "중국 정부의 인권기록은 여전히 열악하며, 수많은 심각한 인권남용이 자행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이 출판ㆍ방송ㆍ인터넷 등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불평을 토로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항의가 상당히 늘었으나, 이러한 항의들이 때로는 폭력적으로 때로는 공안에 의해 억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중국은 인권침해국으로 꼽힌 바 있다. 지난해 연례 보고서는 "중국 공산 정부가 반체제 인사들과 종교 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죄수들을 고문하며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올해 보고서의 경우 중국을 '가장 조직적으로' 인권 침해가 이뤄지는 국가로 꼽아 비난 수위가 한 단계 높아진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중국 외에도 이란에 대해 "강경파인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 치하에서 열악한 인권 기록과 민주주의의 악화를 보였다"며 "이란은 시리아와 함께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中 "불법 도청ㆍ양극화 심화ㆍ전쟁 등 미국이야말로 인권침해국"**

이같은 미국의 인권 공세에 중국도 인권으로 맞대응했다. 중국은 국무부 보고서가 발표된 하루 뒤인 9일 미국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미국 인권기록을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은 미국의 연례보고서에 맞서 7년째 미국 인권기록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 국무부가 발표한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자국의 엉망인 인권기록을 무시한 채 또다시 '세계의 인권 심판관'을 자처하며 중국을 포함한 세계 190여개국의 인권상황을 경솔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최근 폭로된 도청 파문을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비밀리에 이뤄지는 감시와 통제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며 불법적인 감금이 수시로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9.11 테러 이후 미국 대통령이 수십 차례나 국가안보국(NSA)에 비밀 감청을 지시했고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최소 287차례에 걸쳐 중앙정보국(CIA)이 비밀리에 불법적인 감시와 통제를 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과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를 지적하며 미국 정부가 외국과의 전쟁이나 군사행동으로 무고한 생명을 함부로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예년보다 수위가 높아진 미국과 중국의 인권 다툼은 양국이 최근 정치군사 문제나 통상 교역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나라는 에너지 자원을 둘러싸고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