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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근 駐獨노무관보 실종사건의 진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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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근 駐獨노무관보 실종사건의 진상은?

[외교문서] "자의탈출 추정은 신빙성 없다"

1971년 발생한 유성근 주독대사관 노무관보의 실종사건 때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유 노무관보(당시 38세) 실종사건은 1971년 4월3일 주말과 식목일을 이용해 유 씨가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서백림(서베를린)을 여행, 5일 오전 서백림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뒤 가방 1개를 호텔에 맡긴 뒤 종적이 사라진 사건이다.

주독 대사관은 유 씨가 돌아오지 않자 4월8일 독일 외무성을 비롯해 주독 미국대사관과 서백림 주재 미 당국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물론, 주한 영국 및 프랑스 대사관에도 협조를 구했다.

유 씨의 아파트는 정연한 상태였고 차량은 공항 주차장에 그대로 있었다.

항공편으로 서베를린을 떠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의 은행계좌에는 돈이 남아 있었고 백림 여행계획을 동료들에게 알리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외무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적성공작원에 의해 피랍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고 주독 대사관에는 이를 참고해 공보활동을 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정부는 유 씨 일가가 동백림으로 납치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14일에는 주제네바 대사에게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동독적십자와 접촉해 볼 것을 요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독일 경찰은 유씨가 자의로 동백림으로 넘어간 듯한 인상을 주는 발표를 했다. 우리측에 14일 통보된 본(Bonn) 경찰당국의 최종보고서에는 유씨 가족이 동독 방향에 있는 프리드리히가 정거장 아래층 지하철 정류장에서 목격됐으며 외국인 출구에 있다가 동독 경찰의 안내를 받은 뒤 사라졌다고 되어 있었다.

평양방송도 15일 유씨가 자의로 북한에 왔다는 보도를 했다.

이에 우리 외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자의가 아니고 실수 또는 강제로 피랍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평양방송 보도는 북괴의 상투적인 허위날조"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백림의 미국 대표와 동백림 소재 소련대사관측은 12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접촉을 가졌지만 소련측은 사실상 사실확인조차 거부했다.

또 15일에는 우리측 협조요청에 따라 움직인 서백림의 영국 군정당국으로부터 유씨 가족이 동백림으로 간 것 같다는 보고내용을 영국 외무성을 통해 전해들었다.

그 후 유씨 가족이 평양에서 가진 기자회견 내용이 23일 평양방송을 탔다.

정부는 그러나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자동차로 월경했다는 점은 유씨 가족이 철도를 이용했다는 독일 경찰 보고와 엇갈리는 점 등을 들어 조작된 흔적이 역력하다고 판단했다.

외무부의 21일자 '사건 전모' 보고서는 독일측이 이 문제가 외교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자의탈출 추정은 신빙성이 없으며 전철노선 운행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실수로 동백림에서 실종됐거나 강압에 의한 피랍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물증과 심증이 압도적이라고 봤다.

한편 이 사건으로 5월 말로 예정됐던 노동청장의 독일 방문이 연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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