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돈의 신화' 몰락…라이브도어 호리에 사장 체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돈의 신화' 몰락…라이브도어 호리에 사장 체포

파장 일파만파…'일본판 엔론사태' 우려도

'돈의 승리'는 '한때의 신화'가 되고 말았다.

라이브도어를 단기간에 일본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신화'가 됐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이 23일 전격 체포됐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주가조작과 분식결산 등을 지시한 혐의로 호리에 사장을 소환해 조사한 뒤 체포했다.

이날 호리에 사장의 측근 3명도 같은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 3명은 라이브도어 그룹의 2인자 그룹으로 투자·금융 담당 임원인 미야우치 료지, 자회사인 라이브도어 파이낸스의 나카무라 오사나리 사장, 그리고 역시 자회사인 라이브도어 마케팅의 오카모토 후미토 사장이다.

***검찰 "호리에가 주가조작 직접 지시한 증거 확보했다"**

검찰은 호리에 사장과 측근들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라이브도어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호리에 사장이 직접 지시하고 승인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호리에 사장은 16일의 압수수색 직후에도 "사업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검찰 출두 전날인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해명을 통해 자신의 개입을 강력히 부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미야우치 료지 라이브도어 이사를 통해 호리에 사장의 지시와 승인이 있었다는 진술을 이미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호리에 사장이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한 이메일도 확보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검찰 조사에 따르면 라이브도어의 계열사인 밸류클릭재팬(현 라이브도어 마케팅)은 지난 2004년 10월 출판사인 머니라이프를 이미 인수한 상태에서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 출판사를 자회사할 것이라고 거짓으로 공시해 주식 가격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허위공시 후 밸류클릭재팬은 주식분할을 통해 8억 엔의 매각이익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시점은 라이브도어가 프로야구계 진출을 노린 시기였고, 호리에가 야구계 진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라이브도어 수법은 자본주의의 자살이자 추락"**

이로써 호리에가 호언장담하던 '돈의 승리'는 '한때의 달콤한 꿈'이 돼버렸다. 대학 휴학 중 창업해 10년 만에 계열사 50개를 거느린 재벌로 급성장한 그는 "뭐든 살 수 있는 돈이 있다"고 평소 돈 자랑을 해 왔으며, 지난 2004년에는 〈돈의 승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 도교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통해 '호리에 신화'의 바탕이 단순한 편법이 아닌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라는 명백한 위법행위였음이 드러나자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신문들은 호리에 사장의 체포 소식를 전하기 위해 호외를 발행했고, 〈TBS〉와 〈아사히TV〉 등 민영방송은 공중에 헬기를 띄워 그가 흰색 밴을 타고 구치소로 향하는 장면을 생방송했다.

〈교도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라이브도어의 수법은 자본주의의 자살이자 추락"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라이브도어는 자체적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지 않고 기업 매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며 "금융수법을 구사한 허구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고 지적했다.

***따가운 화살은 고이즈미와 자민당에도**

정치계도 '호리에 불똥'을 우려해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때 호리에를 앞세워 인기몰이를 시도했던 자민당은 지난 16일 검찰의 수사 시작 이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다케베 쓰토무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혐의가 사실이라면 자유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을 속인 죄는 크다"며 "신시대의 경영자로 기대했던 만큼 유감이 크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사건과 선거지원은 별개의 문제"라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자민당과 고이즈미 총리에게 쏠리는 따가운 눈총은 날이 갈수록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더욱이 거세지는 야당의 공격은 고이즈미와 자민당의 시름을 한층 깊게 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는 "자민당이 호리에 사장을 '고이즈미 개혁'의 총아처럼 광고한 것이 (지난 선거에서 고이즈미) 붐을 만든 요인이었다"고 고이즈미 총리와 호리에의 관계를 상기시켰다.

그는 "호리에 인기로 자민당이 표를 많이 모았다"며 "전혀 관계없다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일본판 엔론사태'로 비화되면 어쩌나"**

일본 재계는 이번 사건이 '일본판 엔론사태'로 비화돼 국가신뢰도 하락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기업매수와 관련된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최고경영자의 직접 지시 등 여러 측면에서 2001년 미국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과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따라 일본 재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매도'에 나서고 국가신뢰도가 하락하지 않을지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라이브도어의 분식회계가 외부감사를 통해 밝혀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감사의 질'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이런 장치들이 마련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일본기업의 정보를 불신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호리에 사장이 전격 체포되자 일본 재계의 본산 격인 니혼게이단렌은 라이브도어를 회원에서 제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라이브도어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해 12월 라이브도어를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 "너무 일렀다. 실수였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향후 니혼게이단렌 입회 심사에서 회계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후지TV〉도 라이브도어와 관계를 끊는 절차에 들어갔다. 라이브도어의 기업인수 '먹잇감'이 되었다가 가까스로 제휴관계를 맺는 데 그치면서 살아남은 〈후지TV〉는 라이브도어와 관계를 끊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