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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쿄 증시 마비…'호리에 쇼크'로 일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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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쿄 증시 마비…'호리에 쇼크'로 일본 흔들

일본판 진승현? 윤태식?…'호리에 게이트' 파문 확산

'호리에 게이트'가 일본 증시를 마비시키는 등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사장이 주식 조작 등의 혐의로 16일 압수수색을 받는 등 파문이 일자 18일 오후 2시 40분 도쿄 증시가 2시간가량 거래 중단됐다.

***주식 거래 한때 중단…라이브도어 계열사 상장 폐지 검토**

16일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주가 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라이브도어 본사와 호리에 자택 등 5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일본 증시 시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다음날인 17일 도쿄 증시가 2.84%라는 큰 폭으로 하락한 데 이어, 18일에는 아예 도쿄증권거래소가 마비됐다. 라이브도어 쇼크로 인해 '팔자' 주문이 쇄도해 주식거래건수가 거래소의 한계량을 초과한 탓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18일 "개장 초부터 매수·매도 주문과 약정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약정건수가 400만 건을 넘으면 전 종목의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후 투자가들의 매도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돼 거의 전 종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대부분의 주가가 폭락했다.

거래소측은 주식거래건수가 처리능력을 넘어서 오후 2시 40분 상장 전 종목의 거래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호리에 게이트의 충격이 도쿄증권거래소 설립 이래 최초로 처리능력 한계로 거래를 중단시킨 것이다.

이날 거래약정건수는 오전 장에서 232만 건이었으며, 거래 중단 직전에는 하루 처리능력한계치인 450만 건에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주식거래 중단 2시간 후 라이브도어측이 "사실관계 조사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하자 다시 거래를 재개했으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신화' 호리에의 몰락…파문의 전모**

이처럼 일본 온 열도를 휘청거리게 만든 장본인은 호리에 라이브도어 사장이다. 호리에 사장은 이번 파문 전까지 일본의 인기 만화 '포켓몬스터'에 빗댄 '호리에몬'이라는 애칭을 받으면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어린 시절부터 추진력과 비상한 머리를 돋보이며 벼락치기로 도쿄대에 입학한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인터넷 기업을 창업해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인터넷 기업 '라이브도어'를 초고속 성장시켰다. 그는 이후 〈후지 TV〉와 프로야구단의 인수 시도 등으로 일본의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런 '호리에 신화'가 지난 16일 검찰의 조사개시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

호리에 사장의 혐의에 대해 검찰은 라이브도어의 계열사인 '라이브도어 마케팅'이 이미 출판사 '머니 라이프'를 소유한 상황에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 인수를 추진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호리에 사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2004년 세 차례의 액면분할을 통해 1년 간 1주를 1만 주로 늘리고 두 달 만에 주가를 18배로 뛰게 만드는 그의 '연금술'은 화려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액면분할 시 주가가 올라가는 속성을 활용한 그의 연금술에 대해 "위법은 아니지만 위법과 적법의 경계선 상에 있는 탈법에 가까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호리에 사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던 날 "사업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사업 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혐의를 부정하면서도 "진퇴 여부는 수사에 협조한 다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호리에 사장의 구속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정·재계 '몸 사리기'…고이즈미 책임론 등장**

도쿄증권거래소는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라이브도어와 계열사인 라이브도어 마케팅에 대해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한 해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명 요청은 상장폐지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분석되고 있어 후리에의 몰락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후리에와 제휴를 맺었던 〈후지 TV〉도 라이브도어와의 관계 청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호리에를 일본 자민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바 있는데,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호리에를 '자객'으로 내세워 반대파를 누르려 한다며 비난을 받아 왔다. 호리에는 선거에 떨어졌지만 그 후에도 호리에와 고이즈미 총리의 각별한 관계는 유지돼 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호리에의 부도덕한 경영이 드러나면서 비난은 고이즈미 총리에게도 쏟아지고 있다. 야당은 호리에가 "고이즈미 개혁을 지지하고 정치를 함께한 인물"이라며 "그런 인물이 범죄를 저지른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비난했다. 총선 당시 호리에와 맞서 힘겨운 승리를 따낸 가메이 시즈카 전 자민당 정조회장(현 국민신당 대표)도 "호리에를 자객으로 앞세운 사람은 고이즈미 총리"라며 고이즈미 총리에게 화살을 날렸다.

고이즈미 총리는 17일 "채용한 사람이 말썽을 일으키면 채용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거꾸로 비판했다. 그는 "어떤 문제인지 모르는 만큼 수사를 지켜보겠다"면서도 호리에의 주가 조작 혐의 문제와 그의 총선 출마를 자민당이 지원한 문제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당도 이번 사태의 불똥이 당에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호리에와 자민당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증시를 마비시킨 '호리에 게이트'의 위력은 당분간 일본 정·재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파문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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