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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주민투표'위법천지'…"독재시절 투표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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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주민투표'위법천지'…"독재시절 투표 방불"

민변 실태조사 "3000억+알파 따기 과열경쟁만 불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이석태)이 지난 21~23일 군산, 경주, 영덕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유치 신청지역 3곳의 주민투표 진행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상당 수준의 위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먼저 눈의 띄는 위법행위는 본인도 모르게 부재자투표 신고가 돼 있는 '나 몰래 부재자 신고' 수법이다.

***'나 몰래 부재자 신고' 횡행'…"신고도 안 했는데 부재자 등록"**

군산에 거주하는 문 모 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이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부재자 신고자 명단에 두 사람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문 씨는 의아한 마음에 이장을 하고 있는 농민회 회원에게 물었더니 그 이장이 "마을에서 부재자 투표를 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직접 내가 올렸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문 씨는 또한 "부재자 신고 명단을 보니 3~4년 전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내고 떠나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앞 마을 사람도 부재자 신고를 한 걸로 돼 있더라"며 "시골 단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전했다.

심지어는 방폐장 반대 측인 군산환경운동연합 습지교육 보전팀장 오모 씨의 경우에도 자신의 친형이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재자 신고를 한 것으로 돼 있는 것을 알았다.

'군산 핵폐기장 유치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은 이미 이런 탈법행위들을 모아 '불법 관권개입 부재자 신고 전면무효 증거자료집'이라는 책 한 권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이장이 부재자투표 용지 100장 갖고 있다 적발**

'나 몰래 부재자 신고'는 비단 군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주에서도 부재자투표 신고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부재자 투표용지 우편물이 왔다는 신고가 속속 접수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주 외동읍 입실2리 마을회관에서는 투표가 완료된 부재자투표 봉투 100장을 마을 이장 이모 씨가 보관하고 있는 현장이 적발됐다.

이장 이 씨는 이에 대해 "부재자투표를 한 주민들의 봉투를 인근 우체통에 넣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직접 호별 방문을 하거나 마을회관에 가져온 부재자투표 봉투 100매를 모아 인근 우체통에 넣으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은 "이장이 상부의 지시를 받아 부재자 신고를 독려하고, 경우에 따라 부재자 신고를 임의로 해 본인에게 할당된 부재자 신고 수를 채우고 부재자 투표시 찬성 쪽으로 유도하는 한편, 혹시 부재자투표 용지를 모아 본인이 모두 기표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는 것.

진상조사단은 경찰과 이장 등의 입회 하에 적발된 투표용지 100매를 봉인해서 경주시 선관위에 전달했다. 개표시 100매의 봉투에 담긴 투표용지가 동일한 필체나 필기구 등에 의해 1인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주민투표법 상의 부재자투표는 각자 개인이 집에서 기표를 하기 때문에 필기구와 필체 등이 상이할 수밖에 없어 부정투표임이 밝혀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영덕 지역에서도 '나 몰래 부재자 신고'는 '뻔한' 수법이었다. 반대대책위가 영덕 지역에서 부재자로 신고된 1만319명 중 일부 신고자를 추출해 '본인의 의사에 따라 부재자 신고가 이뤄졌는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430명 중 부재자 신고를 했다는 대답은 252명(58.6%)에 그쳤고, 부재자 신고를 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가 113명(26.3%), 부재자 신고를 한 사실을 모른다는 응답자가 65명(15.1%)에 이르렀다. 특히 부재자 신고를 했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도 본인이 직접 신고했다는 비율이 7.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스1>
***"방폐장 오면 영세민 10만 원이라도 더 받는다"?**

군산 지역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박모 씨. 지난 9월 말 사회복지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11월 2일 투표일에 쉬느냐고 묻고서 쉬지 않으면 부재자투표 용지를 갖다줄 테니 부재자투표를 하라고 권유했다.

사회복지사는 10월 초 다시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에도 역시 부재자투표를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투표소가 가까워 아침 일찍 투표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 날 통장이 박 씨의 집에 직접 찾아왔다. 통장 역시 부재자투표를 권유했다. 박 씨는 "이미 사회복지사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받았다"고 하자, 통장은 "할당 받은 수가 있는가봐. 그렇게 하면 도움을 받으니까 협조를 좀 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그러나 "꼭 당일 투표하겠다"고 다짐하고 부재자투표를 거부했다.

하지만 통장은 그 뒤에도 전화를 해 똑같이 부재자투표를 권유했고, 수급자에게 도시락을 갖다 주는 어느 금요일 박 씨를 찾아와 "(부재자 신고를) 하래니까 왜 안 해"라며 "이게 잘 되면 알어? 사회복지 쪽으로 풀릴거야. 단돈 십만원이라도 더 갈 줄 알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이 만난 다른 제보자에 의하면 어떤 통장은 "영세민은 무조건 부재자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해 부재자 신고를 받아 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스1 끝>

***부재자 신고 비율 40% 육박…10.26 재선거는 2% 미만**

3개 지역의 부재자 신고 비율을 보면 경주 39.36%, 군산 38.13%, 영덕 27.46%다. 참고로 10.26 재선거의 선거인수 대비 부재자 신고 비율은 대구 동구을이 1.7%, 울산 북구가 1.5%, 경기 부천 원미갑이 2%, 경기 광주가 1.3%로 모두 2%가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부재자 신고 비율이 앞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방폐장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재선거에 비할 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군산은 16대 대선에서도 부재자 비율은 2.7%에 그쳤고, 포항, 영주, 영덕 등도 모두 3%를 넘지 못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렇게 부재자투표 비율이 높은 데에는 주민투표법 상 주민투표가 인정되기 위한 '3분의 1 이상 투표' 요건을 채우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방폐장 찬성 의사가 있는 사람이나 명확한 반대 의사가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부재자투표 권유를 통해 방폐장 유치 찬성운동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주민투표를 '3000억+알파' 이권사업 투기장으로 만들어"**

특히 정부가 방폐장 유치 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을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설정함에 따라 각 지자체 간 방폐장 유치를 위한 투표율 및 찬성률 과잉 경쟁에 빠지게 했다는 지적이다.

민변은 조사보고서에서 "주민투표법상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는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실시되는 것으로 주민투표의 결과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정부는 사전에 방폐장 유치에 따른 '3000억원+알파' 지원을 법으로 약속하며, 주민투표를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장(場)이 아니라 '3000억원+알파'가 걸린 방폐장유치라는 이권사업을 따내기 위한 수단 또는 방법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어 "'3000억원+알파'가 걸린 방폐장 유치에 지자체는 처음부터 중립적일 수 없었기에 그들에게 투표운동 행위를 하지 않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며 "더군다나 3000억원+알파를 따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찬성율을 50% 넘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타 지역의 찬성율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불법 투표운동은 예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공무원의 불법적인 유치찬성 운동뿐만 아니라 본인 몰래 부재자 신고를 한 사례가 다수 적발됨에 따라 주민투표 이후의 각종 송사에 휘말릴 가능이 높게 됐다. 이미 반대 측에서 확보한 불법사례가 상당한 데에다, 영덕 선관위에서는 부재자 신고 서류의 대필 흔적 등을 조사해 23건을 적발했으며 3명에 대해 형사고발한 상태다.

따라서 권위주의 독재시절 투표 방식을 방불케 하며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방폐장 유치 경쟁이 주민투표 이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을 낳게 되리라는 것이 민변의 의견이다.

<박스2>
***공무원 방폐장 유치 활동 횡행…민변 "주민투표법 위반"**

각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공무원들의 불법 찬성독려 활동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투표법' 제21조 2항에 의하면 투표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주민투표권이 없는 자와 공무원'(지방의회의 의원을 제외)을 규정하고 있다.

군산에서는 강봉균 의원을 비롯한 도지사, 군산 시장 등의 선거개입 부당론이 제기되고 있고, 공무원들의 지역 할당제 등을 통한 '국책사업홍보 연고지 출장 결과보고'와 '3대 국책사업 일일 종합보고'등을 작성해 실적을 체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에서도 주민투표 발의 이전인 7~9월 사이 지자체의 방폐장 유치 찬성 홍보 활동이 사전선거운동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경주 시장의 성명서 배포, 동사무소 주관의 통장회의 개최를 통한 홍보 등을 두고 공무원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민변은 주민투표법 제4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객관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에 관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찬성 측 견해를 일방적으로 홍보.지원하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영덕에서는 공무원들이 마을별 '사랑방 좌담회'를 개최해 술과 음식 등의 향응을 제공하며 노골적으로 방폐장 유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대 측 대책위는 사랑방 활동에 대한 동영상을 녹화해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 영덕 선관위에서 사랑방 개최 배경 및 내용 등에 대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스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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