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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직금지법’에 무너진 伊축구 절대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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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직금지법’에 무너진 伊축구 절대군주

[프레시안 스포츠]베를루스코니 AC밀란 회장 사임

1986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A의 명문팀 AC밀란을 매입한 뒤 축구를 적극 활용해 이탈리아 수상에 올라 ‘축구정치(풋볼크라시)’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28일(현지시간) AC밀란 회장에서 사임했다.

팬들이 반대하는 ‘단일리그제’ 주장과 거물신인투수에게 뒷돈을 줘 사임했던 일본의 ‘야구대통령’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자이언츠 회장에 이어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으로 2004년은 스포츠계 절대군주들에게 시련의 시간이 된 셈이다.

AC밀란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던 베를루스코니의 사임 사유는 2004년부터 시행된 정부 공무원이 사기업에서의 겸직을 금지하는 ‘공사(公私) 이해규제법’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유착의 부패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안이 지난 7월 통과된 뒤 이탈리아 야당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수상의 AC밀란 회장직 겸직에 대해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사임이 결정된 후 “나는 매우 슬프다. 내가 AC밀란 회장으로 있으면서 나는 전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팀의 국제대회 우승을 일궈냈다”고 밝혔다.

AC밀란의 정신적 지주 파올로 말디니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스포츠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베를루스코니 회장으로서는 AC밀란 회장직 사임이 가슴아픈 결정이었을 것이다. 비록 베를루스코니 회장이 사임했지만 AC밀란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을 것이며 그는 우리와 항상 가깝게 있을 것이다. 베를루스코니에게 AC밀란은 기업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관심사였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반면 이탈리아 중도좌파 마르게리타당의 산드로 바티스티 의원은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은 코미디 끝 장면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광대극이며 ‘공사이해 규제법’을 위반하려던 베를루스코니의 전략이 실패라는 확실한 증거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가 사임한다 해도 여전히 그의 개인적인 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베를루스코니의 아들이 AC밀란의 회장직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을 해왔지만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하고 있는 언론재벌 미디어셋은 베를루스코니의 아들이 회장직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AC밀란은 당분간 회장직은 공석으로 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루스코니 회장은 지난 1986년 AC밀란을 매입한 뒤 부채에 허덕이던 구단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고 사비를 투자해 굵직한 대형스타들을 영입하며 재임기간 중 유럽정상에 4번이나 올랐다.

특히 지난 1989년은 AC밀란의 최대 황금기였다. ‘오렌지 3총사’로 불리는 네덜란드 출신의 반 바스텐, 훌리트, 레이카르트를 축으로 AC밀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팀의 부활을 세계축구계에 알렸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종교와도 같은 축구를 정치에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최근에는 AC밀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을 공개석상에서 자주 비난하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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