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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내정'에 정치권 외교-언론통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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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석현 내정'에 정치권 외교-언론통 엇갈린 반응

"언론인 홍석현과 관료 홍석현 명백히 선 그어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신임 주미대사 내정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당별로, 당 내에서도 크게 엇갈렸다. 주로 외교전문가들은 '환영'을, 언론관계 인사들은 신중한 반응 속에 '우려'를 내비쳤다.

***우리당, '뜻밖의 인사'에 발언 신중**

열린우리당은 17일 "뜻밖의 인사"라는 평가 속에 오전 내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고, 의원들도 말을 아꼈다.

다만 임종석 대변인은 이날 오후 "참여정부 들어서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 문제는 실용 외교를 강조해 왔고 그런 관점에서 인사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중요한 시점에서 홍석현씨를 내정한 것도 원만한 한미관계를 지속하길 바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한 차원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외교를 기대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임 대변인은 "홍석현씨의 여러 가지 활동 경력이나 미국 내에 다양한 인맥 관계 등을 고려해 훌륭한 분을 내정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뜻밖의 인사여서 여러 가지가 얘기 있을 수 있지만 국익 관점에서 실용외교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외통위 소속의 정의용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침에 듣고 좀 의외라 생각했지만 굉장히 잘 된 것으로 본다"고 호평했다. 정 의원은 "워싱턴에 오래 있었고 미국에서 공부도 오래해 미국의 재계나 언론계에 교분이 많은 사람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직업이 외교관이 아닌 인물을 찾았던 것 같다"면서 "최근 미국에 가서 느낀 것은 한미간에 정부간 대화는 잘 되고 있으니 정부 말고도 미국 사회를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앙일보 회장이라는 것이 발탁의 기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각의 '권언유착' 우려를 일축했고, 유엔 사무총장 후임설에 대해선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보나 지금 시점에서 내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언론인 홍석현과 관료 홍석현 선 그어야"**

문화관광위 소속의 정청래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기능주의적으로 봤을 때 홍석현 회장의 경력과 전력상 주미대사를 수행하는 데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자질까지는 모르겠고 자격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제2의 권언유착 비판이 있는 만큼 언론인 홍석현과 관료로서의 홍석현 사이의 명확히 선을 긋는 입장표명이 필요하다"며 "중앙일보와의 절연 선언 등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홍 회장 내정이 언론관계법 개정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선 "신문법은 중앙일보와는 많은 관계가 없다"면서 "언론개혁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홍석현 회장이 주미대사가 됐다고 언론개혁 어떻게 해 보자는 식의 직접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 지나친 추리 소설에 가까운 발상이다"고 부인했다.

***한나라, 외교통은 '긍정', 언론출신은 '우려'**

한나라당도 내부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외교통 의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언론계 출신 인사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대변인 논평에서도 임태희 대변인과 전여옥 대변인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외교통인 박진 의원은 "민간 차원의 퍼블릭 외교가 중요한 시점에 그러한 점을 중시한 신선한 발상으로 긍정적"이라면서 "한미간의 신뢰회복과 (홍 내정자가) 외교 역량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세일 의원은 "홍 내정자는 미국쪽에서 이미지도 좋고 신뢰감도 있다"라며 "괜찮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다만 "그런데 주미대사를 할 사람은 많다"라며 "하고 있는 일도 많은 홍 내정자가 그런 일들을 놔두고 왜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홍 회장의 선택에 대해선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태희 대변인은 "홍 회장의 주미대사 인선은 실용주의적 인사로 국민이 기대해 왔던 바이며 환영한다"라며 "노 대통령은 긴밀한 한미관계가 우리의 국익외교와 남북문제 해결에 긴요하다는 바탕위에서 신임 대사를 선정했다고 판단되며 이제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에 언론계 출신 인사들은 권언유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KBS 출신의 전여옥 대변인은 "홍 회장은 노 대통령과 달콤한 밀월관계로 널리 알려진 현직 언론사의 지배주주이고, 이해찬 총리가 '조중동'이 아니라 '조동'이라고 고칠 정도로 홍 회장은 최근 '조중동'의 동아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큰 노력을 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한 뒤, "결국 홍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철저한 정경유착이며 권언유착"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지식인 사회와 여론주도층을 움직일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내세운 모처럼의 '실용주의적 사고'는 우선 다행이지만, 미국의 여론주도층을 겨냥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사교파티가 아니라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한미공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광위원회 간사인 정병국 의원은 "명쾌하게 어떻다고 말할 수 없다. 혼란스럽다"라면서 일각에서 '조중동'에서 중앙을 분리하는 것과 연관시키는데 대해 "그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수를 놓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기자출신의 고흥길 의원은 "한 사람을 뽑아줬다고 해서 언론과의 관계에 큰 변화가 있겠냐"며 "언론과의 관계를 위한 인사라고 확대해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노 "대미의존-시장개방-권언유착 우려"**

민주노동당은 "외교라인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됐기 때문에 주미대사 교체는 필연적인 것이었다"면서도 홍 회장의 내정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심상정 의원은 "대미외교의 핵심은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결과 경제 통상외교"라며 "홍 내정자가 대미 의존성이 강한 인물이었다는 점, 사주로 있는 중앙일보가 남북문제에 대한 편향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자주외교의 원칙을 관철할 수 있는 인물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어 "경제통상의 측면에서 볼때, 홍 내정자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개방 옹호론자라는 점에서 재벌위주의 무분별한 시장개방을 더욱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고, "국내 거대언론의 사주라는 점도 일각에서 목소리가 나오듯이 정언유착의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연말 개각시 특정지역 배제 말라"**

반면에 민주당은 홍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낙연 의원은 "주미대사는 한미관계를 좋게 만드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임명을 이해한다"며 "한미관계를 정부대 정부의 관계에서만 바라보지 아니하고 여론 등 민간부문에 까지 넓게 보려는 새로운 시도가 이번 인선에 반영됏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생각을 다른 인선에도 반영하기를 바란다"며 "향후 요직개편에서 실사구시형 전문가 발탁과 국민통합형 진용을 갖춰달라는 주문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특히 인사에 있어 이른바 빅5를 비롯해 정부가 영향력을 갖는 언론사 사장은 특정지역 배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연말연시 요직 개편 시 이런 부분이 시정돼야 한다"고 호남에 대한 배려를 덧붙여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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