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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공한 대통령 되기 -> 정계개편

'DJ 사퇴'의 2단계 구상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초긴장의 국제정세와 경제악화에 대처하고, 월드컵과 대통령선거 등 국가적인 중요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했다.

본인은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히고, 전당대회를 포함한 제반 일정과 여타 중요 당무는 당에 맡겼다.

이로써 10.25 재보선 참패로 시작된 민주당 쇄신파동이 일단락되고, 정치권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본지는 재보선 직후인 지난 10월 26일자 ‘민주당 어떤 일 벌어지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민주당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DJ가 결코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DJ 앞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는 “스스로의 권력을 지키면서 대선까지의 상황을 피동적으로 관리해 가는 길과 스스로 권력을 버리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가는 길”이며, 이는 “자기를 버려야만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는 딜레마에 봉착”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어서 11월 1일자 ‘DJ, 시간이 없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쇄신파들 주장의 목표는 결국 “포스트 DJ체제로의 권력재편성”을 의미하며, 그것은 “DJ는 이제 정치전면에서 벗어나 국정을 마무리하는 위치로 물러서고, 당은 차기 대권을 향한 새로운 리더십을 국민 앞에 선보이는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11월 7일자 ‘DJ, 2선후퇴 구상 가동’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DJ가 “이번에 당정개편을 통해 민주당내에 자신을 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2인자 리더십을 형성하여 당을 맡긴 뒤 2선으로 후퇴하는 복안”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남은 동안 국내정치로부터 한발 물러서 통치문제에 전념하면서 퇴임 이후에 대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도 있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희망**

이러한 분석에 기초할 때 이번 DJ의 총재직 사퇴는 2단계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DJ의 말 그대로이다. 자신은 국정에 전념하고, 차기 대선후보 결정등 정권재창출 문제는 당이 알아서 하라는 것.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DJ 후계구도의 성격을 갖는 정권재창출을 도모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오히려 스스로 물러나 국정에 전념함으로써 자신만이라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 표명이다.

이 경우 DJ는 정말로 정치에서 손을 뗄 것이다. 한나라당의 협조를 받으면서, 더 나아가서 (거국내각 등의 방식을 통한다면) 한나라당과의 공동 책임 아래 남은 임기 국정을 이끌고, 대선 역시 철저히 공정하게 관리하려 할 것이다.

어쩌면 더 나아가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당신이 대통령이 되도록 돕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한다면 자신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설령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다 해도 퇴임 후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내렸을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정치전면에서 퇴장’하는 것이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이 활력에 기초해서 민주당이 ‘탈DJ’, ‘포스트 DJ체제로의 권력재편’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만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권재창출을 기대해 볼만한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의 정치적 변화는 정말로 민주당에 달렸다. 민주당이 복잡다기한 당내 세력구도를 어떻게 조화시켜서 그야말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쇄신’을 이룩해 낼 수 있는가에 따라 내년 대선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없이 민주당내 각 분파가 당권과 후보 다툼에만 빠진다면 분당사태까지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DJ 없는 민주당’에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지, 한번도 치러보지 못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새로운 정계개편의 시작될 수도**

그러나 DJ의 이번 총재직 사퇴가 본지 10월 26일자 기사(‘민주당 어떤 일 벌어지나’)의 분석처럼 “스스로 권력을 버리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가기 위한 국면전환책”이라면 앞으로의 정치는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DJ 총재직 사퇴의 2단계 의미이다.

DJ는 총재직 사퇴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에 대한 애당심과 충성심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동지 여러분과 굳게 손 잡고 당의 발전과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습니다.”

‘당의 발전과 성공’이란 무엇인가. 권력교체기인 현재 정권재창출보다 더한 ‘당의 발전과 성공’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DJ는 앞으로 정권재창출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아니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면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당선을 저지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의 후계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과 적대적이지 않은 후보의 당선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이회창 집권기 동안 자신의 ‘퇴임 후 안전’을 어느 정도라도 담보해 줄 수 있는 DJ 직할의 야당세력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향후 정국과 관련해서 이상과 같은 많은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다. 그리고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이상 역설적으로 DJ에게는 훨씬 많은 정치적 선택지가 주어지게 된 셈이다.

다시 말해서 DJ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는 새로운 정계개편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지들이 DJ의 뜻대로 골라 잡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DJ의 손을 떠난 여러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지극히 가변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개혁’의 방향인가, ‘지역연합’의 방향인가**

당장 민주당은 급격한 당권.대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현재 등장한 후보군 외에 당외의 잠재적 후보군들도 서둘러 경쟁구도에 뛰어들 것이다.

여기서 DJ에게 첫 번째 선택이 요구된다. 야당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직할이 가능한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대선 승리에 도전해 볼만한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의 선택이다. 절충안으로는 당권과 후보의 분리안도 나올 수 있다.

여기서 DJ의 선택은 현재까지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이인제, 노무현, 한화갑 전 최고위원 등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 가와 연결되어 있다.

이보다 큰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쪽은 ‘개혁’과 ‘세대교체’의 방향이고, 다른 한쪽은 ‘지역연합’ 혹은 ‘3김연합’ 등의 방향이다.

노무현 전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 10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세력과 개혁세력,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결단하는 세력들이 함께 나와서 민주개혁 통합정당을 만드는 정계재개편을 제안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김근태 전 최고위원도 10월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보다 폭넓은 민주주의세력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정당으로 변화.개혁되야 한다”고 말했으며, 과거 ‘동교동과 상도동세력의 연합’과 같은 방식에 대해 언급한 바도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과 당외 개혁세력, 그리고 한나라당의 개혁세력까지를 포괄하는 신당 창당의 길이다. ‘개혁’과 ‘세대교체’를 전면에 걸고 한나라당과 보수 대 개혁의 구도를 만들어 가는 구도이다.

이 경우 DJ와 동교동계 역시 극복대상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J가 이러한 구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역시 한나라당 개혁파들의 선택과 연결되어 있다.

또 다른 방향은 ‘지역연합’ 혹은 ‘3김연합’ 등의 구도이다.

이미 정가에 떠오른 JP-YS 신당설, 영남후보설 등에 DJ가 암묵적으로 동참하거나 혹은 이들의 움직임 여하에 따라 민주당을 DJ 직할 당으로 다시 재편하면서 내년 대선구도를 ‘다자구도’로 몰아가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도 DJ에게는 ‘야당이 되기를 각오하고 퇴임 후를 보장받는 길’과 ‘반드시 정권재창출을 도모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 JP, YS, 그리고 거론되고 있는 영남후보군 등이 향후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와 연결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폭풍전야의 정치권**

위와 같은 구도 외에도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한나라당에 돌발 악재가 터질 수도 있고, 반대로 예상외의 국제변수 혹은 범한반도적 변수가 돌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역시 DJ는 새로운 선택지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변수들을 감안하면서 더 이상 각종의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다’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지금은 모든 것이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후계자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사퇴’하는 한국정치사상 처음 보는 폭발적 변수 출현에 정치권의 모든 세력은 각자의 앞날을 위한 계산에 분주하다.

당분간은 계산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누가 먼저 치고 나오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한마디로 지금 정치권은 폭풍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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