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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석방' 판결에 방청석 환호-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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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송두율 석방' 판결에 방청석 환호-박수

재판부 "북을 전쟁상대 아닌 평화통일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김용균 재판장)는 21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송 교수를 석방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송 교수의 주요 혐의인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여부'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반국가단체 간부로서의 지도적 임무 종사 부분에 대해서도 국가존립과 자유민주주의에 위해를 가할 정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법원, 송두율 교수 정치국 후보위원 무죄 선고**

재판부는 특히 이날 판결을 내리며 국가보안법에 대해 "냉전이 종식되고 남북긴장이 완화돼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어 북은 전쟁의 상대가 아닌 평화통일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며 "북한이 비록 선군정치.혁명을 주창하고 있고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어 위협적이지만 국가보안법에 의한 반국가단체 적용은 종전처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결,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재판부는 이어 "동구 공산권이 몰락하고 무한 경쟁시대에서 통일은 우리 민족의 꿈이고 역사적 사명임에도 이 사건으로 인해 시의에 부적절한 이념논쟁을 초래한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피고인 개인에 대해서는 뜨거운 동포애를 발휘, 국민역량을 집중해 조국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더불어 "법은 사회 통제 수단 기능뿐 아니라 사회 통합 수단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송 교수의 노동당 가입 사실과 북한에 왕래한 사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및 황장엽씨를 상대로한 소송에서 '노동당 가입 사실을 부인하고 자신은 김철수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책임을 물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법원, 송 교수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증명 어려워**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이번 재판의 최대쟁점이었던 송 교수의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여부와 관련, 검찰측의 신문과정에 송 교수가 '94년 이전에 선임됐다고 추정되나 통보 받지 않아 언젠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대목에 대해, "검사는 피고인을 후보위원으로 단정하고 전제한 뒤 신문을 했는데, 피고인은 장의위원 명단에 오른 것을 근거로 북한의 예우가 다르다고 추정한 것일 뿐이고 이후 일관되게 선임 여부를 부인한 점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추정에 의한 진술만 갖고 자백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황장엽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황장엽의 북한에서의 지위와 망명동기 등을 봤을 때 신빙성이 높지만, 임동욱으로부터 들었다는 '위에서 크게 쓸 생각이다'는 진술이 모호하고, '후보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니 주체사상을 강의해달라', '후보위원이 되더니 건방져졌다'는 등의 김용순 비서로부터 들은 얘기도, 김용순의 직책이 황장엽에게 부탁하거나 비밀사항을 쉽게 알 수 없는 위치"라며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됐음을 입증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독일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2급 서기관 김경필의 대북보고문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친북활동을 인정할만한 여지는 많지만, 피고인의 후보위원 선임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문점이 든다"며 "'지도기관 성원'이라는 표현이 정치국 후보위원임을 입증할 수 없고, 오히려 보고문에 당 지도기관 성원으로서의 격에 맞지 않게 통일전선 선전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고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면 막강한 권력의 위치이나 김경필은 피고인에 대해 그에 걸맞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가 된 송 교수의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 저서에 스스로 표기한 '김철수=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표에 대해서는 "내용만 보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인정했을 여지가 있지만, 피고인의 가명인 김철수가 김일성 장례식 장의위원 명단에 23번째로 올라 있어 피고인의 변소대로 오류로 그렇게 표기했을 가능성이 높아 후보위원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 "검찰측 제시 증거 피고인 정치국 후보위원 증명 어려워"**

이밖에 재판부는 "김철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됐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고, 정치국 후보위원은 혁명 1세대나 중앙위원 등의 경력이 있어야 선임되는 자리이며, 특히 가명이나 외국 국적인 후보위원이 없음이 증언을 통해 뒷받침 된다"고 인정하는 한편, "북한이 김일성 1인의 특정인이 정치국 후보위원을 지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북한이 단순한 비밀결사 조직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헌법을 표방하고 있어 특정한 사정이 없는한 사후에라도 형식적인 선임 절차를 겪었으리라고 보이나 어디에도 그런 사실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측은 '피고인의 저술이 북한의 체제유지 강화에 공헌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됐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저술은 검찰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됐다고 주장하는 91년 5월 김일성 면담 이전에 송 교수는 '북한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외에는 특별한 북한에 대한 저술이 없어 검찰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국 "형사사건의 증명은 법관에게 의심의 여지가 없게 해야 한다. 비록 이 사건이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 대해 정보 접근이 어렵더라도 형사법의 대원칙을 어겨선 안된다"며 "검찰측이 제출한 증거에 따라 유죄 의심이 없진 않지만 공소사실이 엄격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결정을 내렸다.

***법원 "국가보안법상 '지도적 임무' 적용 엄격해야"**

재판부는 송 교수가 저술활동을 통한 '지도적 임무 종사' 부분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제한적인 해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상 '지도적 임무 종사'에 대한 개념이 매우 다의적이고 포괄적 개념으로 구체적 사실 적용시 자의적이고 형벌권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며 "반드시 죄형법정주의를 침해하지 않고 국보법 입법 취지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재판부는 이어 "특히 법 해석시 목적 달성을 위해 적용을 최소화 해야 하며 확대해석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간부에 준해 처벌한다는 법 조항은 국가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친 명백한 행위가 있을 때만 적용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의 저술과 기고문 속에 일부 기재 내용은 김일성 부자의 정치력 미화 등 북한 편향적인 시각이 있는 등 특별히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 있어, 순수한 북한 연구자의 객관적 서술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측 증거에 의해서도 조선노동당 구성원 지위에서 저술 활동을 했다는 아무런 자료도 없거니와 피고인의 내재적 접근법을 통한 북한 내부 시각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은 학술적으로 논쟁을 거쳤고, 피고인 전체 학문을 두고 봤을 때 양적으로 극히 일부분이며 비중도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친북적이긴 하지만 우리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거나 직접 공격은 아니다"라며 "게다가 저술이나 주장이 비밀스럽지 않고 유명 신문과 잡지, 저서를 통해 공개적인 토론을 이끌어내는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명백한 위협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도적 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서도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결정했다.

***법원, 노동당 가입-방북 북인사 접촉-황장엽 소송사기 실정법 따라 유죄 인정**

재판부는 이밖에 통일학술회의를 주도하고 이 회의를 위해 방북해 북한 인사들을 접촉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결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고, 김일성 추도식에 참석키 위해 독일주재 북한 이익대표부를 방문한 혐의는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로, 북한에 축전 등을 보낸 혐의는 '중대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각 무죄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북한을 방문해 노동당에 가입하고 수차례 방문해 고위 인사를 만난 혐의에 대해서는 실정법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고, 특히 황장엽씨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소송의 쟁점이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고 하나, 노동당 가입 사실과 김철수라는 가명을 사용한 점을 부인해 법원을 기만했다 판단돼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원 '피고인 친북 행위 비난 받아 마땅하나 실정법 준수, 통일 노력 약속 인정'**

재판부는 이와 같은 판단을 근거로 송두율 교수 개인에 대해 '친북 행위는 인정되지만 개인적으로 남한의 법을 준수하겠다고 인정한 만큼 관용해야 한다'는 복합적인 시각의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선, "피고인의 방북 당시 북한의 대남전술 활동과 우리 사회의 안보불안을 고려했을 때 비난 가능성이 높고, 피고인이 최근까지 노동당 가입 사실과 김철수라는 가명을 사용했음을 숨기고,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으로 행세한 것은 학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기만한 행위"라며 "피고인은 절대 넘어서는 안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우리 실정법의 경계까지 넘은 것은 엄중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 개인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노동당 가입 및 친북 활동이 만천하에 밝혀져 학자, 민주화 인사로서의 권위를 잃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과 국민들의 토론을 통해 결론지어질 것이고,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사회를 바로 인식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한 것이 인정되고 통일학술회의가 남북교류에 적지 않게 기여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이 북한에 회의적 시각을 갖게 돼 더 이상 친북적 활동이 나타나지 않고, 체포영장이 발부됐음을 알면서도 귀국해, 노동당 가입 사실과 친북 행위를 모두 시인하는 한편, 실정법을 준수하고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정상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국가보안법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통일을 위한 동반자'임을 인정하며 '국가보안법을 종전처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부분이 향후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백50여명 방청, 재판 도중 박수 터져나오기도, 선고후 눈물바다**

이날 재판에는 1백50여명의 방청객이 참석해 1백10석 규모의 중법정을 가득 메웠으며, 법정 안팎에 청원경찰이 배치돼 사회적으로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가를 짐작케 했다.

재판부가 판결 취지를 읽어 내려가는 도중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여부, 지도적 임무 종사 부분에 대해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할 때는 박수가 터져나와 재판부가 정숙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마지막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질 때는 법정이 환호와 박수 소리로 가득찼다.

송 교수의 부인 정정희 여사는 환하게 웃으며 송 교수와 포옹했으며, 송 교수와 일부 방청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송 교수 변호인단의 김형태 변호사는 환한 표정으로 방청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송호창 변호사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송 교수는 이날 오후 5시 석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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