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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송두율 교수에 징역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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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법원, 송두율 교수에 징역 7년

송교수측 "아주 슬픈 판결" "냉전사고 젖은 판결"

37년만에 귀국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독일 뮌스터대)에게 법원은 "반국가단체인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지도적 임무를 수행한 것이 인정된다"며 징역7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결은 송 교수의 저술이 북한 편향적인 것으로 학문적 객관성을 잃었고, 남한내 친북세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사진1> 송두율 교수

***법원, 송두율 교수 '지도적 임무 수행 인정' 징역7년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 부장판사)의 심리로 30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황장엽이 김용순 등에게서 들었다는 전문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이 되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단독 결정만으로도 정치국 후보위원이 될 수 있고, 대남 간첩이었던 이선실이 정치국 후보위원이었지만 대남 활동만 했을뿐 후보위원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정치국 후보위원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미국으로 망명한 북한 공작원 김모씨가 쓴 대북 보고문에 의하면 피고인을 '대남통일전선전술의 대상'이라고 표현해 포섭의 대상임을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지도기관 성원'이라는 표현을 혼용했다"며 "북한이 후보위원으로 선임하고도 계속 대남공작 대상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주로 송 교수의 '지도적 임무 수행'의 증거로 판단한 것은 송 교수의 '저술활동'이었다. 재판부는 송 교수의 저술활동에 대해 "대한민국의 안보와 질서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끼쳤다는 점을 들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지도적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내재적 접근법에 대해 선험적 관점을 버리고 경험적으로 사회를 연구.비판해야 한다고 정의하지만, 피고인은 학자로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켜야 하나 저술 곳곳에 '북한 주민들이 불평이 없다'는 표현 등이 있고, 북한 사회의 장기집권과 권력 부자세습 등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모순을 함께 비판하지 않는 등 피고인의 저술에서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반해 피고인은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냉엄한 비판만 해 철학자, 사회학자의 객관적 연구물로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친북)행적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북한에 입국해 허담을 면담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역사는 끝났는가> <통일 논리를 찾아서> 등의 저서에서 북한 경도가 더욱 심화됐다"고 덧붙였다.

***법원, "송 교수 저술 활동 남한내 주사파 세력 확장에 이론적 토대 제공"**

재판부는 특히 "우리 사회에서 자생적이지만 감상적 수준에 머물러 이론적 근거가 없었던 이른바 '주사파' 등의 친북세력에게 내재적 접근법을 통한 이론을 제공해 큰 영향을 끼쳤다"며 "재독학자인 피고인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를 모르는 입장에서 피고인의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어 맹목적 친북 세력을 양산해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학문과 언론, 출판, 양심의 자유'에 대해 지적하나 내적 양심에 그치지 않고 외부에 대외적으로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국가안보와 질서, 공공복리에 영향을 끼칠때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유죄 판결이)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죄 양형의 이유를 설명에서 "피고인이 노동당 가입 사실을 '통과의례'라고 주장하나 당시 상황과 피고인의 위치로 볼 때 믿기 어렵고, 피고인은 독일인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발행한 <남한, 평화로운 게임을 할 수 없는 나라>에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그 당시 북한에 2차례 입국해 주체사상에 대해 강의 듣고 토론을 하는 등 객관적인 학자로 볼 수 없다"며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뒤, 저술활동을 통해 주사파에게 이론을 제공하고 주체사상과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북한의 간부 지위를 숨기고 자신을 '경계인'으로 가장해 저술활동을 했다"며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나 피고인은 남북 이해와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통일의 장애물이 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정한 경계인이라면 북한 주체사상과 이념에 대해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라며 "피고인이 사과나 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고 행적으로 볼 때 중형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법원, "송 교수 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는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이 남북분단의 희생물로 평가받고 있고, 우리 사회가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민주화가 이뤄지고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 발전적이고 미래적인 관점에서 피고인을 포용해야 한다지만,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과 사회 발전을 위한 다짐이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은 검찰 수사와 법정 진술 태도에서 반성의 뜻을 볼 수 없다"며 징역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남북.해외 학술회의 개최를 위해 북한에 입국한 부분의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및 회합.통신 혐의등에 대해서는 학술회의가 남한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안기부와 통일부 등의 통제와 협력속에 이뤄진 것이며, 송 교수가 학술회의에서 북한의 입장만 대변하지는 않고 주도적 위치는 아니었던 점 등을 감안,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2> 김형태 변호사

***송 교수 변호인 "법원판결 앞뒤 모순됐다"**

이같은 판결에 송 교수측 변호인단의 김형태 변호사는 즉각 항소할 것임을 밝힘과 동시에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지도적 임무'라는 모호한 표현에 따라 법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추상적으로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2~3일 내로 헌법재판소에 '지도적 임무'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재판부가 통일학술회의가 남북교류에 기여했다고 판단하면서 송 교수의 활동을 무죄로 인정하고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북한을 위한 저술활동을 했다는 등, 한사람에 대한 두 가지 평가를 내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한편, 후보위원 인정 부분에 대해서도 "송 교수는 상층 통일전선의 포섭 대상이지 포섭의 주체가 아니었으므로 후보위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지적한 송 교수의 이적활동은 저술활동밖에 없는 셈"이라며 "북한에 대한 적대감만으로 10~15년전 저술을 갖고 중형을 내린 것 또한 지나친 판결이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특히 "궁극적으로 국가보안법이 없어지지 않으면 냉전체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이러한 사건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 대책위 "냉전시대 논리 아직도 남한에 그대로 살아 있다"**

송교수석방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세균 서울대 교수)측도 선고공판후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은 냉전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을 바탕으로 한 판결고 남북 화해 협력 시대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적인 판결"이라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박호성 서강대 교수는 "오늘 재판부의 판결은 '예수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해서 예수쟁이로 몰아가는 것'과 같은 판결"이라며 "법원은 공안검찰의 2중대"냐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도 "재판부의 판결은 냉전시대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라며 "저술활동만을 갖고 북한의 지도적 임무 수행을 했다는 증거를 인정한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함세웅 신부는 "아주 슬픈 판결"이라고 운을 뗀 뒤, "법이란 모든 국민의 뜻과 공동선을 기초로 해야 하며, 남북 공동선언이 이뤄지고 남북이 왕래하는 가운데 이런 정신에 의해 집행돼야 하나나 법의 '문자' 그대로의 노예가 된 검찰과 사법부의 한계를 느낀다"며 "국민의 요구를 이해하는 성숙한 검찰과 사법부가 되기 위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렬 전국연합 공동대표는 "재판부가 마지막에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중형을 내린 이유를 밝힐 때 '소름이 끼쳤다'"라며 "송 교수가 황장엽처럼 했으면 아마 영웅이 됐을 것이다. 왜 우리 조국은 수십년 동안 자기 신조와 양심을 지킨 사람이 변절자가 되고 변절자가 영웅이 돼야 하나"라고 말했다.

<사진3>정정희 여사

***정정희 여사 "국보법 철폐 위해 끝까지 싸울 것"**

이날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송 교수의 선고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온 진보인사들로 만석을 이뤘으며, 법원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10여명의 청원경찰을 법정에 배치하기도 했다. 결국 송 교수가 선고를 받고 법정을 떠난 뒤에도 진보인사들은 허탈과 분노 속에 법정에 남아 재판부와 검찰을 비난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특히 송 교수의 부인인 정정희 여사는 피고인 출입문으로 사라지는 송 교수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말을 전하려 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법원직원들에 의해 제지당하는 바람에 송 교수의 얼굴조차 보지 못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정 여사는 "이미 국정원과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같은 사람과 수구 언론에 의해 여론 재판을 받은 데 이어, 재판부마저 검찰의 공소장을 거의 동일하게 읽으며 판결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이 땅에 뿌리내렸는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정 여사는 "재판부가 검찰측 증인은 김광동 홍진표를 제외하고 모두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부당하게 재판이 진행됐고, 국보법이 철폐되고 송 교수가 무죄 판결을 받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송 교수 대책위측에서는 앞으로 '시민법정 개최', '재판과정을 총괄하기 위한 공청회와 토론회', '학문저술 활동의 자유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고 외국학자들을 초빙해 적극적으로 송 교수의 구명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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