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이른바 ‘안풍(안기부 자금 불법전용)’ 사건에 대해 소장파와 최병렬 대표간의 공조관계가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다. “과거비리는 깨끗하게 씻고 총선에 임하자”는 의견일치로 구세력의 핵심을 차지했던 보수중진들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이는 구세력 '용퇴론' 등 공천전략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갈이’ 논쟁에서 보수중진들에 대한 최 대표와 소장파들의 샌드위치 압박이 예상된다.
***최병렬 ‘보수 혁신론’에 보수중진 긴장**
소장파들이 ‘용퇴론’ 재점화에 나선 가운데, 무엇보다 최 대표가 한동안 감춰둔 ‘보수 혁신론’을 다시금 제기하고 나선 대목이 중진들로서는 예사롭지 않다. 최 대표와 소장파간의 총선 전략상의 일치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29일 “언필칭 산업화세력의 날개 밑에는 부패한 사람, 인권 탄압에 관여한 사람, 국민이 보기에 무능한 사람이 함께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한나라당은 거기에서 몸을 가벼이 할 필요가 있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해 ‘공천 물갈이’를 강하게 예고했다.
소장파들은 30일 “최 대표가 정말 적절한 지적을 했다”며 쌍수들어 환영했다. 이들은 최 대표의 발언을 국정감사가 끝나고 공천 싸움이 본격화 될 때를 겨냥한 예고편으로 분석했다.
중진들은 최 대표의 발언을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이 문제의 이슈화를 경계하면서도 ‘안풍’ 사건으로 구세력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마당에 이 같은 발언이 나온데 대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안풍’ 계기로 ‘물갈이’론 재점화**
특히 최 대표가 ‘안풍’ 사건에 대해 “안기부 돈은 아니지만 이 돈과 관련하여 한나라당이 떳떳한 입장이 아니다”라며 “진실이 밝혀질 경우 한나라당이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한 것도 중진들을 크게 긴장시키는 대목이다.
여기에 남경필 오세훈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 11명이 30일 “‘안풍’ 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안기부 자금 불법 전용에 대해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최 대표와 소장파간의 공조관계는 더욱 뚜렷해진 양상이다.
이들은 “잘못된 자금이 당을 통해 나간 것은 분명 옳지않은 일”이라며 “설사 이것이 과거의 관행이라 할지라도 옳지 않은 일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이 “이 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면서 “사건의 당사자들이 역사앞에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측에 1차적 책임을 돌린 대목은 최 대표의 대응 방식과 일치한다.
중진들은 최 대표와 소장파의 ‘액션’에는 두가지 측면의 노림수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안풍’ 사건 당시 정국 주도세력이던 김 전 대통령 및 민주계와 확실하게 갈라서겠다는 전략이자,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를 통해 ‘물갈이’의 필연성을 당 안팎에 재확인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안풍’ 사건에 대한 당내 불협화음은 내년 총선에서 YS와의 관계설정 문제를 놓고 최 대표와 중진 사이의 이견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보고있다. 중진들은 이 문제로 YS와 척을 질 경우 부산영남권 총선에서 득 될 것이 없다는 게 내심이다.
따라서 ‘안풍’ 사건에 대한 최 대표와 소장파의 이심전심은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될 ‘물갈이’ 논쟁에서 ‘부패인사 척결’을 화두로 보수중진들에 대한 협공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한나라당 총선전략의 분수령이 될 ‘내각제 개헌론’에 대해서도 최 대표와 소장파가 중진들과 날선 대립을 하고 있어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은 조만간 심각한 파열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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