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예산을 총선 및 지방선거 자금으로 불법사용한 한 혐의로 징역 징역 4년에 추징금 7백31억원을 선고받은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이 24일 정계은퇴 및 의원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재판 승복 결코 아니다”**
강 의원은 이날 마산시 양덕동에 있는 지구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8년 7개월 동안 정들었던 국회를 떠나고자 하며 공인으로서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정계를 은퇴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재판의 잘잘못이나 자신의 억울함을 떠나 1심의 유죄 선고에 따라 공인으로서 도덕적 자격은 일시 정지됐고 정상적인 의정활동 또한 어려워졌다”고 은퇴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에 승복해서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23일 내려진 1심 재판결과에 대한 불복입장을 거듭 밝힌 강 의원은 “자연인으로 돌아가 2심 재판에 임해 반드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직을 갖고 있는 것이 무죄 입증에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저는 양심에 한 점 부끄럼이 없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떳떳하고 당당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김대중 정권이 악랄하게 음해하고 표적사정을 했지만 개인적 비리나 물의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이번 재판이 ‘정치재판’라고 거듭 주장하고 “15대 총선 때 안기부 예산을 지원받은 바가 없으며 당시 후보자들도 당에서 지원받은 정당한 자금으로 선거를 치렀으므로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번 결정과정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중앙당 관계자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으며 관련도 없다”고 YS와의 관련성을 차단했다.
YS 핵심측근인 강 의원은 33세였던 지난 1985년 전국 최연소로 12대 국회에 입성, 16대까지 내리 5선을 하며 통일민주당 대변인과 민자당 정세분석실장, 신한국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부총재 등을 역임했다.
***국감중이라 사표 수리 못할 듯...불체포특권 당분간 유지**
강 의원은 95년 지자체 선거와 96년 총선을 앞두고 안기부 예산 1천1백97억원을 당시 집권당이었던 신한국당과 민자당에 불법 지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4부는 24일 2년 8개월만의 재판과정을 끝내고 그에게 징역 4년 추징금 7백31억원을 선고 했다.
의원직 사퇴 선언에도 불구, 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당분간 집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감을 진행중인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사표를 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법은 회기중일때 국회의원의 사직서를 국회 결의로 허가하도록 돼있다. 폐회중에도 의장 허가가 필요해 한나라당에서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강 의원의 변호인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그의 신병에 대한 처리권한은 조만간 항소심 재판부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내지 않는 한 강 의원의 앞날은 어둡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최종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옥고’를 면할 수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사면권이 행사되지 않는 한 의원직을 자동으로 잃는 것은 물론, 집행유예 확정 또는 징역형 종료 및 면제후 10년을 지나지 않고는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다는 선거법 때문에 선거출마도 불가능해진다.
***YS 향해 튀는 불똥 차단 작전?**
강의원 정계은퇴와 관련 그간 변론을 맡아온 박희태 전 대표는 “어제 법정에서도 전혀 그런 눈치는 없었다”며 “재판결과가 자신의 양심과 진실에 반하기 때문에 그런 선언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 의원이 일단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그가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은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안풍' 사건으로 인해 당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특히 이 사건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연관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사전차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에서는 ‘안풍사건’ 1심 유죄선고를 계기로 지난 95년 6.27지방선거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덕룡 의원을 소환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나라당 소속내 '민주계 의원'들을 상대로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한편 의원직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 홍사덕 총무는 “노무현정당이 뜨자마자 갖가지 의심스런 일이 벌어지는 데 대해 당으로서는 사활을 걸고 당당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해 표적사정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 강삼재의 의원직 사퇴를 계기로 그동안 비리연루의원의 정계은퇴를 주장해온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용퇴론이 한층 힘을 얻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한나라당은 여러모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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