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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차례 회담에도 합의 못낸 남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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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차례 회담에도 합의 못낸 남북, 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책임 놓고 남북 서로 '네 탓' 공방

남북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총 여섯 차례 진행했지만 아무런 합의도 내지 못한 채 사실상 회담을 결렬시켰다. 양측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책임 문제를 놓고 마지막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통일부는 25일 6차 실무회담이 종료된 이후 발표한 설명문에서 "재발방지와 관련하여 북측이 새로이 제시한 문안으로는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될 수 없으므로 오늘 회담을 마무리하고 차기 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새롭게 제시한 문안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1차 책임이 남측에 있음을 강조했다. 문안은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며, 북측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출입 차단,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 다는 것을 담보한다'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북측이 이날 남측 기자들에게 전달한 합의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북측이 앞서 제시한 합의서에는 남북 모두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담겨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북측이 새로이 제시한 문안은 "오후에 새롭게 수정된 합의서안이라고 하면서 우리한테 줬을 때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5일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는 남측 김기웅(오른쪽)수석대표와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 남북은 이날 역시 별다른 합의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 회담을 결렬시켰다. ⓒ개성공동취재단

북측과는 반대로 남측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이 북측에 있음을 강조한 문안을 포함시키려 했다. 통일부는 설명문에서 '북측은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공단의 정상적 가동을 저해하는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과 같은 일방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한다'는 문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결국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는지, 우선적 책임이 남측과 북측 중 어느 쪽에 있는지를 두고 양측의 입장 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 수순 밟나

통일부는 박 부총국장의 기자회견 이후 성명을 발표해 북한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대해 사실상 결렬을 선언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개성공단의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측이 회담 종료 직후, 우리 측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기자실에 무단으로 난입하여 사전에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일방적으로 배포·낭독하고 합의서 등 회담 관련 문건을 공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박 부총국장이 남측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의 북측 박철수(왼쪽)수석대표가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 4층에 있는 남측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예정에 없던 박 수석대표의 방문에 이를 제지하려는 남측 연락관들과 막으려는 북측 연락관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이날 박 부총국장과 정부가 제시한 합의서 내용, 정부의 '중대 결심' 발언 등을 종합해볼 때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공단을 재가동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측 회담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수순으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북측의 태도와 우리 측 입장을 좀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입주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경협보험금을 비롯해 여러 추가 운영 자금대출 등을 검토 중에 있다"며 공단이 폐쇄될 때를 대비해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또 김 수석대표는 재가동이 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기업 활동에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섬유봉제업체 같은 경우에 내년 봄, 여름 상품 주문을 8월 중에 받는데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고 밝혔다. 혹여 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부각시킴으로써 공단 폐쇄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남측의 태도와는 달리 북측은 "결렬 위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회담이 재개될 여지를 남겨뒀다. 또 박 부총국장은 남측 기자들에게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주장이라기보다는 '호소'에 가까운 내용을 담았고 모든 문구를 경어체로 표현했다. 이로 미루어보아 북측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섯 차례의 실무회담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던 남북이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한 채 이날 회담을 종료하면서 이른 시일 내에 실무회담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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