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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문재인 '평화 경제론'에 'D'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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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문재인 '평화 경제론'에 'D'가 빠졌다!

[프레시안 books] 비제이 메타의 <전쟁의 경제학>

짬짬이 비제이 메타의 <전쟁의 경제학>(한상연 옮김, 개마고원 펴냄)을 읽고 있을 때 두 가지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하나는 뇌병변 1급 장애인 김주영이 화재로 질식사한 사고이다. 화재 발생 직후 119에 신고를 할 정도로 의식은 깨어 있었지만, 몸도 움직일 수 없고 소리를 지를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참변이었다. 그의 곁에 누군가 있었다면….

9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했던 1급 장애인 허정석이 호흡기가 빠져버려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는 활동 보조인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정부에 활동 보조 서비스의 상한을 철폐해 달라고 청원하고 애원했고 다녔다고 한다.

또 하나는 치매를 앓는 부인을 남편이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다. 그런데 그 남편은 2년간 지극 정성으로 아내를 돌봤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의 증상은 나날이 악화되었고 이는 남편의 우울증을 키우고 말았다.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아내는 온갖 물건을 집어던지며 남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한 남편은 결국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면서 생명을 거두고 말았다. 치매 노인 돌봄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전젱의 경제학>(비제이 메타 지음, 한상연 옮김, 개마고원 펴냄). ⓒ개마고원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 어린 죽음과 뇌리에 교차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을 준비하는 군대에는 갈 수 없다며 철창행을 선택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정부는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마땅히 우리 사회가 돌봐야 할 장애인들과 치매 노인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과 예산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800명 안팎의 병역 거부자들이 감옥에 있다. 1인당 교도소 수용경비는 연간 2000만 원 정도다. 양심을 감옥에 가두기 위해 연간 160억 원 정도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거꾸로 대체 복무제를 도입해 이들이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사회와 인간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예산상의 큰 부담없이 사회적 최약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다 넓고 깊게 내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의 경제학'에서 '평화의 경제학'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그리고 이미 많은 나라들이 하고 있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무기 판매와 공직자 매수의 악순환을 분쇄하라"

세계적 평화운동가이자 작가 비제이 메타의 <전쟁의 경제학>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군산복합체가 어떻게 자국 정부의 방조 아래 제3세계의 독재 정권들과 결탁해 전쟁과 테러를 양산하고 이 속에서 이윤을 축적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구 다국적 기업이 저지르는 무기 판매와 공직자 매수의 악순환 고리를 분쇄한다면, 또 현재로서는 원자재만 생산하는 데 그치는 나라가 다양한 경제 발전 방법을 모색한다면, 세계는 더 이상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으로 나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단언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유력한 방법이 바로 군비 축소이다. 미국 등 군사 대국들이 국익과 안보로 포장된 군산복합체의 이익 대신에 진정한 의미의 국익과 안보를 원한다면 군축을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는 여전히 '대답 없는 메아리'로 돌아오기 일쑤이다.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는 군사 문화는 군산복합체 및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정치인, 관료, 군인, 언론, 안보 전문가들에 의해 증폭된다. 더구나 저자도 지적한 것처럼, 무기 수출은 세계 경제 위기 시대에 주요 나라들이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는 유력한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안보 분야는 전문성과 비밀을 요한다는 이유로 민주주의 제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누리고 있다. 이는 군산복합체의 천국 미국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의 표'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상대로부터 '안보 공세'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군비 지출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비를 늘리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62년 전에 군산복합체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도 자신이 키운 괴물의 역습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평화 경제론'은?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엄중하다. '평화를 원하거든 군축을 준비하라.' "발전(Development), 민주주의(Democracy), 군비 축소(Disarmament)의 3D는 상호 작용하면서 안정의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에서 하나의 'D', 즉 군축이 빠져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대북 정책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하면 '평화 경제'이다. 남북한이 경제 협력과 화해 협력을 추진하면 평화와 번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대전제로 깔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긴밀한 한미 동맹과 군비 증강을 통한 '튼튼한 안보'이다.

그러나 '튼튼한 안보'를 대규모의 전력 증강과 한미 동맹 강화라는 낡은 틀에서 사고할수록 '평화 경제론'은 희망사항으로 끝날 공산이 커진다. 남한이 군비를 증강하면서 북한에게 핵 포기를 비롯한 군축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또 미중 관계와 최근 동북아 정세가 잘 보여주듯, 군축 없는 경제 성장과 경제적 상호 의존의 증대는 군비 경쟁의 물적 토대를 쌓는 일과 마찬가지가 될 공산이 크다. 군축이 빠진 문재인과 안철수의 '평화 경제론'의 앞날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군축은 평화가 정착된 이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복지 증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바로 군축이다. 또 군축은 무장 해제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군비 경쟁과 안보 딜레마의 늪에서 빠져나와 안보를 튼튼히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군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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