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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안철수…누가 다른 길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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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문재인·안철수…누가 다른 길을 선택할까?

[초록發光] 가지 않은 길 혹은 가지 못한 길

미국 로키 마운틴 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이자 소장인 에이머리 로빈스(Amory Lovins)는 <에너지 전략 : 가지 않은 길(Energy Strategy : The Road not Taken)> 보고서를 1976년에 발표했다.

1914년 발표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제목을 따서 만든 이 보고서는 오래된 시에서처럼 결코 양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에너지 길을 언급하면서 이 길이 더 벌어져 돌아 올 수 없는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옳은 길에 대한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한 논조로 이야기한다.

로빈스가 이야기한 두 개의 길은 공급 위주의 경성 에너지(Hard Energy)와 수요 관리 중심의 연성 에너지(Soft Energy)다. 경제성 논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기술과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중앙 집중형 경성 에너지와 기술, 환경, 사회, 경제 간의 조화를 중심으로 중소 규모의 다양한 재생 가능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분산형 연성 에너지는 결코 양립 불가능한 길이다.

원자력과 화석 연료에 대한 포기 없이 재생 가능 에너지를 통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한번 짜인 경성 에너지 시스템에서 연성 에너지로의 전환은 매우 어려우며 이 시기가 늦어질수록 돌이킬 수 없어지므로 경성 에너지에서 연성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로빈스가 이런 시급한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한 지 35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어떤가?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있고 이 길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지금 이 길은 옳은 길일까?

우리에게 주어진 길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는 가운데 매일 밤마다 에어컨 리모컨을 부여잡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서 나는 매번 이것이 합당한 행동인지 여러 번 고민한다.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미칠 수많은 영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전력 시스템은 에이머리 로빈스가 이야기한 두 길 중 대규모 중앙 집중화된 경성 에너지의 길을 따르고 있다. 대부분 전력을 위한 자원을 원자력과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고 해안가에 몰려 있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몇 단계를 거처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로 유입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길 경성에너지의 길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있을까?

우선 직접적으로는 환경오염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를 통한 전력 생산에 약 65퍼센트가량 의존하다 보니 대기 오염의 문제뿐 아니라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진 온실 기체의 배출이 발전 부분에서 상당히 많이 일어나고 있고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발전소를 식히기 위해서 사용하는 냉각수는 온도가 바닷물보다 7도 정도 높게 나타나는 데 이것이 바다로 흘러 발전소 주변의 바다 생태계가 송두리째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수십 만 년 혹은 100만 년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간 동안 관리가 필요하며,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폐쇄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요하면서도 그 안전성을 완벽하게 담보하기 어렵다.

경성 에너지는 또 윤리적인 문제도 야기한다. 기본적으로 경성 에너지 시스템에서 어떤 에너지원을 어떠한 자원을 통해 어떠한 형태로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 결국 실제 기술을 가지고 실행을 하는 일부 기업과 정부가 논의 테이블을 주로 채우게 되고 그들이 짜놓은 계획 하에서 정해진 에너지원과 형태를 지역 주민이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답할 수 있다. 즉, 에너지에 대한 결정에 있어 지역 주민을 상당 부분 배제한 체 진행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규모 중앙 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은 주민 공동체를 파괴와 주민의 인권을 침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

위 그림은 2011년 6월 현재 전력 계통도이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전력 계통망은 765㎸→345㎸→154㎸→22.9㎸→220V순으로 순차적으로 전압을 낮추는 형태로 되어있다.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전력 계통은 수도권에 몰려 있는 반면에 발전원은 서해, 동해, 남해 등의 해안가에 몰려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를 위해 끊임없이 해안가 주변 지역에는 발전소가 세워지고 이로 인한 환경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전가되고, 혹여나 있을 발전소 사고의 위험까지도 그들에게 감수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먼 해안가에서부터 장거리 송전을 위해 송전탑을 쌓아 또 다른 지역 주민의 희생을 강요한다.

최근 밀양에서 765킬로볼트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던 74세의 이치우 어르신이 급기야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이것은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에너지 시스템이 인권을 침해하고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일 것이다. (☞관련 기사 : 밀양 송전탑의 비극)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런 윤리적인 문제, 인권의 문제가 '국익'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히면서 마땅히 그러해도 되는 일로 치부되거나 보상을 위한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치부되고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우리의 길을 선택하는가?

그렇다면,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은 누가 선택한 것일까? 왜 이렇듯 사회적, 환경적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화석 연료와 핵 발전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을 계획하고 이끄는 주체가 국민이 아닌 정부와 기업이기 때문이다.

▲ 제5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른 에너지원별 발전 전망(2010년 10월). ⓒ지식경제부

정부는 2010년 제5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통해 석탄과 석유의 사용을 줄이면서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점차 늘려갈 것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폐기물, 연료 전지까지를 모두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는 고작 7.5퍼센트 늘었을 뿐 결국 50퍼센트에 육박하는 발전의 양을 핵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에 더욱 고조된 핵발전소에 대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민주적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길을 따라 걷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그저 당신이 에너지를 쓰는데 불편하지만 않게 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들은 이러한 에너지 시스템이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가는 길이며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이야기한다. 로빈스는 경성 에너지의 경제 논리에 대해 대규모 발전소 건설은 그 기간 동안의 이자와 물가 및 임금 인상이 인상 될 수 있으며, 시기를 잘못 맞춘 수요 예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기술이 복잡하여 고장이 나면 수리가 어렵고 교육을 더 많이 해야 하며 유지를 위한 설비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들어 결코 경제적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친환경적이라는 이야기는 핵 발전이 화석 연료를 통한 화력 발전에 비해 온실 기체가 상당히 적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앞서 언급한 냉각수와 핵폐기물의 문제 그리고 만의 하나로 일어날 수 있는 방사능 유출의 위함을 생각한다면 이는 결코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연성 에너지로의 행보 그리고 선택

누군가는 국내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의 확대를 통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이야기하면 아직도 뜬 구름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에너지는 더 이상 어떻게 에너지를 공급하느냐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에너지를 기술적, 경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지금까지 무시되어 온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것들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환경의 파괴와 인권의 침해는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당연시되고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간 윤리의 회복을 위해서, 혹은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해서 대규모 발전소의 건설을 반대하고 그 대안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를 공동체 스스로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핵 폐기장 반대에 이어 유채를 활용하여 시도한 부안의 '석유 없이 농사짓기'의 노력이나, 시민이 기금을 모아 태양광 등 재생 가능 에너지를 세우는 시민 발전 그리고 최근 발족한 서울시민햇빛발전 조합의 활동은 큰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시민들의 분위기를 받아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고 탈 원전, 탈핵의 길로 갈 수 있는 정책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발전 되어야 한다.

올해 대선은 화석 연료와 핵에너지에서 벗어나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길을 함께 가줄 인물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어떤 후보가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노력할 것인지 또 누가 이를 통해 지금의 비민주적인 에너지 결정 방식을 해결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켜줄 것인지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다.

많은 후보들이 원자력에 대한 뚜렷한 입장 없이 '녹색' '재생 가능 에너지'만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고 이 두 길을 함께 걸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쪽 길을 선택하면 다른 한 길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은 지금의 변화가 아닌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경성 에너지에서 연성 에너지로의 전환은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는 앞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앞장서서 힘든 길을 나설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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