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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국회의 '탄소 꼼수'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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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막장 국회의 '탄소 꼼수'를 아십니까?

[초록發光] '배출권 거래제' 막아야 한다

며칠 전 영국 대사관이 주관한 간담회에서 영국 상원 및 하원 의원과 기후 변화 정책을 두고 토론을 하던 중,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설전 아닌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 자리에 나가면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아마 그들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온실 기체 감축 목표를 법으로 정한 나라로서 전 세계 국가에게 모범이 되고 있으며, 한국의 기후 운동가도 영국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 운동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고 배워 왔다. 그러나 영국의 모든 것을 배워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이며, 그런 것 중에 하나가 배출권 거래제라고 생각한다.

영국 의원과의 토론 중에 배출권 거래제가 꼭 최선은 아니더라도, 실용적인 견지에서 볼 때 이 제도만큼 효과적으로 온실 기체를 감축할 방안은 없다고 주장하는 노동당 상원 의원의 설명은 호소력이 있었다. 내게는 여전히 비관적이지만,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그들의 희망처럼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동감을 표시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우리는 이 새로운 제도에 대해서 검토하고 토론할 이야기도 너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탄소 시장이 국제 투기 자본의 새로운 이윤 추구의 장이 될 가능성이 없냐는 질문도 포함되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 질문이 문제가 되었다. "지금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인데 그것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 그렇게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졸지에 이데올로기적 논쟁이나 일으키면서 앞으로 나가려는 사람의 발목이나 잡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물어보자. 시장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주장만큼이나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있는지. 자본주의 사회이니 자본의 투기적 행위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태도만큼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더 있나.

국제 투기 자본의 횡포로 세계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전 지구적인 저항이 터져 나오는 이 시점이다. 이때 기후 변화를 막는다며 만들어낼 탄소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이데올로기적 편향이라면, 우리가 이데올로기적이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기후 변화는 화석 연료 사용에 다른 환경적 부작용이라는 외부성을 고려하지 못한 시장 실패의 결과다. 이를 교정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꼭 배출권이라는 가상의 상품을 창출해서 거래하는 '탄소 시장'을 만들어서 그 일을 해야 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북유럽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탄소세도 있고, 영국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온실 기체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게 감축하라고 정부가 명령하고 통제할 수도 있다. 기후 변화가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 시장 만능주의가 금기의 영역으로 남을 이유도 없다.

ⓒgreenpeace.org
사실 이번 영국 상·하원 의원의 방문은 대단히 미묘한 시점에 이루어졌다. 국회가 지난 4월에 정부가 발의한 배출권 거래제 법안을 심의하기 위해 가을에 들어서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는 기후변화특위를 구성하였는데, 아마도 이번에 발의된 배출권 거래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이 기후변화특위에 실제로 부여된 거의 유일한 임무가 아닐까 싶다.

기업들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지식경제부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영향권 밖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의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이 법안을 처리하기를 원하는 녹색성장위원회 등에게는 배출권 거래제의 필요성을 열정적으로 설명해 준 영국 의원들이 큰 힘이 되었으리라.

국회 기후변화특위는 지난 11월 3일에 이 법안에 대한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영국 의원들이 한국에 입국하여 기업, 국회의원 그리고 NGO들을 연달아 만나서 배출권 거래제를 설명한 것은 그로부터 한 주 뒤의 일었다. 물론 공청회가 지났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특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12월에 기후변화특위에서 법안 처리를 시도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공청회에서 기업들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등과 기후정의연대를 대표하여 나선 나는 모두 배출권 거래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진술을 하였다. 물론―영국 의원의 입장과 비슷하게―시급한 온실 기체 감축을 위해서 배출권 거래제가 필요하다고 진술한 환경경제학 분야의 전문가와 일부 환경단체 대표도 있었다.

결론적인 입장이야 같겠지만, 우리가 배출권 거래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기업들의 그것과 정반대에 있다. 영국보다는 크게 못 미치겠지만, 우리는 기후 변화를 야기하는 온실 기체 배출에 있어서 한국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계속 지적해왔다. 그래서 기후정의연대는 정부가 제시한 2020년 기준 전망치(BAU)―거의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수치이지만―대비 30퍼센트 감축 목표도 부족하며,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5퍼센트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온실 기체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의 과감한 온실 기체 감축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지 온실 기체 감축에 따른 경제적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기업들의 주장과 기후정의연대의 주장이 결코 같아질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영국 의원들은 기업들과 우리가 모두 온실 기체 목표 관리제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는 듯이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의 목표 관리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나아가 한국 정부의 친기업적 편향에 대해서 시민 사회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기업들은 친기업적인 정부와 국회를 언제든 구슬릴 수 있다고 믿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만들어진 낮은 감축 목표와 미미한 처벌 수준으로 인해서 목표 관리제를 만만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기업이 감축 보고서 미제출시 벌금 1000만 원이라는 "엄벌"에 처한다니 말이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기후정의연대가 이런 온실 기체 감축 목표 관리제를 지지할 리는 없지 않은가.

기후 변화가 심각하고 온실 기체 감축이 시급한 것이라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해야 할 일이다. 그 중에 하나가 온실 기체를 배출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기업들에게 그 책임과 비용을 부담케 하는 일이며, 그 방문으로 전통적인 직접 규제를 논의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생색내기 용으로 전락한 것이라면 아예 없는 것이 낫겠지만.

게다가 우리는 탄소세가 아예 논의 범위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해왔다. 배출권 거래제처럼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겨서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접근이다. 또한 관련 정부 연구소에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전혀 공론화되고 있지 못하다. 정부가 논의를 봉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공정하고 효과적인" 온실 기체 감축 방안을 요구해왔다. 온실 기체 감축의 시급성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야기되는 비용이 과연 국제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부담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런 점에서 배출권 거래제는 효과성에 대해서도 의문이지만, 공정성의 측면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모든 이들의 공유지라고 할 수 있는 지구 대기를 온실 기체를 쏟아 붓는 쓰레기장인 양 삼고, 이곳을 오염할 권리를 만들어 상품화한다는 것이 배출권 거래제의 기본 아이디어인 것이다. 그 배출할 권리를 인정하고 거래할 수 있을 때만이 온실 기체를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부정적 뉘앙스에서) 이데올로기적이다.

유럽의 배출권 거래 시장(EU ETS)은 이것을 지지하는 이들이나 반대하는 이들 모두 사례로 들기 좋아한다. 미국 이외에는 국가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습관을 가진 이들에게는 유럽의 사례가 고려 대상도 되지 않지만, 이것을 도입하려는 이들에게는 유럽에서 배출권 거래제가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전문가들, 그리고 영국 의원들도 인정하듯이 유럽의 경험은 과도한 할당에 의한 폭락과 경기 침체에 따른 탄소 시장 침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장 자체가 제대로 기능할 것인지도 불투명한 것이다.

한국 정부나 영국 의원 모두, 유럽의 지난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탄소 시장을 보다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영국 의원들은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무상으로 배출권이 과잉 할당된 초기 상황을 개선하여 경매를 통해서 유상 할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 시장에서 벌어진 배출권 사기와 절도 사건은 각국의 공조와 엄격한 컴퓨터 보안 시스템 도입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런 경험으로부터 한국 정부는 시행착오 없이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이런 유럽 경험으로부터 분명히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가지다.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서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누군가는 돈을 벌었지만, 온실 기체 감축 효과는 정확히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다 공정하면서도 효과적인 온실 기체 감축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업들의 온실 기체 배출을 대폭 감축시키도록 엄격히 감독할 수 있으며, 충분한 수준의 탄소세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개인별 탄소 할당제(personal carbon allocation)'와 같은 제도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기업들은 그에 따른 비용을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하여 손실을 보전하려고 들 것이니,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전 세계 기후 정의 운동에서 논의를 시작한 국제적인 탄소세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공조하여, 기업들이 '탄소 유출(carbon leakage)' 위협으로 기후 정책을 약화시키려는 시도에 맞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번 국회에서 배출권 거래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친기업적이고 시장주의적 편향 속에서 온실 기체 감축 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위험하다. 보다 차분히 "공정하고 효과적인" 감축 방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 이런 논의는 차기 국회에서 하는 것이 더 낫다. 지금 법안대로라면 그 시행도 2015년에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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