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지성사의 커다란 풍경은 이렇게 작은 소망에서 출발했다. 송건호의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 고은의 <역사와 더불어 비애와 더불어>,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 등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빚어진 명저부터, 하나의 현상으로 불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한길 그레이트북스'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진동시킨 책들을 펴낸 출판사 한길사 얘기다.
책을 내야겠다는 '작은 소망'은, 그 시대의 맥락을 들여다보면 결코 작지 않은 사명감과 문제의식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독재에 맞서고 시대의 새 불을 밝혀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했다. 그 뒤로 35년. 시대는 변했지만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여전히 민족의식과 민족 주체성을 담는 우리 책을 출간해야 한다는 단재 신채호의 문제의식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한길사 역사의 산증인이자 파주 출판 도시, 헤이리 마을을 앞장서 구상한 김언호 대표는 2011년을 "한국 책 문화가 다시 도약을 시도하는 분기점"으로 만들고자 한다.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파주 출판 도시 일대에서 펼쳐지는 책 축제, '파주 북소리 2011'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 행사를 총괄하는 조직위원장을 맡아 올해를 분주하게 보냈다.
한길사를 비롯한 많은 출판사의 파주 입주 10년을 맞아가는 시점, 김언호 대표는 "한 시대의 출판문화란 한두 권의 책, 한두 출판사가 아니라 여러 책과 출판사가 '더불어 함께' 창출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토대로 또 한 번 다 같이 손을 잡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엔 파주 출판 도시 150개 입주 출판사를 비롯한 200여 개의 출판사와 1000여 명의 저자가 참여한다.
행사 기간 중에는 노벨문학상 110주년을 맞아 기획한 수상자 107명의 책과 사진 등을 전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별전, 아시아 40여 국가의 문자를 지역성, 교육, 활용 등의 관점으로 구성한 '아시아 문자전'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또 김언호 대표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편집자의 특강,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의 강좌도 마련된다.
무엇보다 '독자의 날' '편집자의 날' '도서관인의 날' '시의 날' 등 다양한 시민, 독자 참여 행사를 마련했다. 김언호 대표는 "출판인과 저자의 축제만이 아닌 '독자'들이 책 문화의 중심에 서는 행사를 만들고자 정성을 기울였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혼탁한 세상을 향해 책의 주권과 그 중요성을 알리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파주 출판 도시에 위치한 한길사 건물 내 김언호 대표의 서재에서 그를 만났다. 청명한 하늘 아래 파주 출판 도시는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축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편집자>
▲ '파주 북소리 2011' 조직위원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저자, 출판인, 독자가 제대로 손잡은 적 있었나?"
프레시안 : 먼저 '파주 북소리' 행사 개최 취지를 알고 싶다.
김언호 : 우리가 잘 사는 것, 반듯하게 존재하는 것을 '웰빙'이라고 한다면 정신적인 웰빙은 우리를 책 속에 살게 하는 것이 아닐까. 북소리는 정신적인 웰빙을 위한 행사, 즉 우리 삶을 책 속에 존재하게 하자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파주 출판 도시는 출판인들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일, 거기서 책을 내는 일에만 신경을 써 왔다. 그런데 이제부터 '독자'를 위한 공간, 그들이 책을 만나는 공간으로 변모시켜 나가야 한다. 북소리는 파주 출판 도시의 그러한 변신이 시작되는 분기점이다. 책을 생산하는 공간에서 책을 함께 읽는 공간으로 나아가자는 의미, 문을 열고 시민들과 함께 이 공간을 만들어나가자는 취지다.
프레시안 : 이전에도 다양한 북 페스티벌이 있었다. 북소리가 국내의 다른 책 축제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언호 : 책이란 글 쓰는 사람이 저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고,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고, 독자들이 읽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매체다. 세 주체가 손에 손을 잡아야 제대로 된 책 문화가 만들어진다. 그동안 저자가 제일 높은 위치에 있고 독자가 제일 낮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얘기되었는데, 나는 예전부터 저자, 출판인, 독자 사이의 수평적 연대를 강조해 왔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거기에 있다. 저자, 독자, 출판인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축제라는 점이다. 만드는 행위만큼 읽는 행위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독자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독자의 날'도 마련했는데 이것도 국내 처음이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북소리라는 이름이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인가.
김언호 : 보통 아름다운 소리를 말할 때, 가축이 풀을 뜯어먹는 소리나 여성이 거문고를 켜는 소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아이들이 글을 읽는 소리다. 이를 독서성(讀書聲)이라고 한다. 파주 북소리는 그 가장 아름다운 소리, 책 읽는 소리를 뜻한다.
동시에 이 소리는, 책의 소리이기도 하다. 책이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책이 세상에 외치는 소리이기도 하다. 책이란 무릇 세상이 혼탁할 때 그것을 밝혀줄 진실과 진리, 이론과 이성을 그 내용에 담고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독서를 삶에 중심에 오게 하자는 행사 취지는 좋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운동과 '축제'란 형식은 거리가 있지 않나. 축제란 그 장소나 기간에만 가능한 단기적인 집중력, 폭발력을 갖는 행사다.
김언호 : 북소리는 계기를 만들 뿐이다. 설마, 책을 꼭 여기 와서만 읽자는 얘기일까. (웃음) 이런 축제를 체험한 뒤 자기 집에 가서 독서 습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독서 습관 없는 아이들에게 습관을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인데, 북소리에 아이들 손잡고 오면 얼마나 좋겠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파주 북소리가 교육에 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집이든 학교든 궁극적으론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 사회의 희망은 창조적 상상력에서 나오는데, 그런 걸 기르려면 교육 현장에 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이들한테 가장 좋은 교육은 책 읽히는 것, 그런 뒤 토론하게 하는 것인데 현재 교육 구조론 그걸 못 하게 되어있다. 요즘 저학년 아이들까지 시험이 강화되는 추세로 가고 있는데, 나는 어린아이들의 시험은 철폐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려면 책을 읽혀야 한다.
"1년에 36억 원만 지원하면 나라 바뀔 텐데"
ⓒ프레시안(최형락) |
김언호 :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부터다. 내가 출판인으로 35년을 살아왔고, 만든 책이 2500권이 넘는다. 스스로 공부하는 세월이었다. 이 책들이 나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길사는 가능하면 한 시대를 고민하는 책들을 만들려고 했다. 나는 이 시대 가장 큰 고민거리가 남북 통일, 민주주의, 경제 발전 이 세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어떤 정신을 만들어내는 게 책이라고 본다. 한 시대를 진동시키는 힘이 책으로부터 나올 수 있단 얘기다. 앞으로도 그 움직임 밑에 있는 정신적인 토대를 만들어가고 싶다.
프레시안 : 그런 힘을 갖고 있긴 하지만, 지금 그 힘이 많이 약해지지 않았나. 책이 일상에서 멀어진 시대인 것은 확실하다,
김언호 : 처음 출판에 뛰어들었던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모두가 책을 읽는 시대였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열독의 수준이 떨어지기는 했다. 인터넷 등 많은 뉴미디어가 생겨나면서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다.
그러나 환경이 달라졌을 뿐이지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잖나. 중요한 콘텐츠는 그대로 존재하고 더 좋은 콘텐츠가 창출되어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 이상 종이책/전자책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새로운 매체 역시 지식과 정보의 생산, 유통을 담당하는 것이라면 그게 책이다. 인터넷 뉴스 매체인 <프레시안>도 한 권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변화된 환경이 우리 출판인에게 더욱 기회를 준다고 본다. 가령 문자를 사운드로 들려줄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만 그 중심에는 종이책이 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읽는 느낌, 읽기에 편리성에 관한 한 종이책은 더 이상 좋아질 단계가 없는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종이책/전자책이라는 형식과 관계없이, 그 내용 자체가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지 않은가.
김언호 : 사실은 그것들에 대해 더 절박하게 생각해야 할 시대인데 점점 반대로 가고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우리가 돈 잘 버는 기업을 원한다고 했을 때조차, 책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창조적인 최고경영자(CEO)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CEO들은 다 지독한 책벌레들이다.
또 앞으로 더 중요해질 우주 과학, 생명공학 분야도 실험만 갖고 발전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론 가치와 철학의 문제들인데, 이런 정신이나 철학, 사상의 문제는 결국 책 속에 들어있는 것 아닌가.
또 하나, 대학을 포함한 정규 교육은 25세쯤 되면 끝나는데 평균 수명은 점점 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살날이 거의 60년이 남아있는 거다. 그러니까 그 이후에 국민들이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되어야 하는데, 그런 교육 방법 중 가장 편리하고 유용한 것이 바로 독서다. 국민들이 독서하게 하는 일은 복지 국가의 기초가 된다.
프레시안 : 독서 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국가에서 어떤 도움을 줘야 한다고 보는가.
김언호 : 편집이 중요한 시대다. 우리나라의 산업을 일으킨 존재는 과학기술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21세기 지식 정보 시대에는 그 역할을 편집인, 기획자들이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 편집인의 중요성은 꼭 책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프로젝트든 이론을 체계화시키고 구체화시키는 작업들을 크게 보면 에디팅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미술을 키우는데 있어 작가도 작가지만 큐레이터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 출판 편집인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시대정신의 토대가 되는 학술적인 책들, 누가 만들고 있나. 한길사도 그렇지만, 학술서 정말 피땀 흘려서 만든다. 정말 어려운 조건이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느냐 아니냐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린 그 중요성을 너무 모른다. 아직도 저자가 원고 던져주면 편집자는 그냥 뚝딱 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편집자는 어떤 의미에선 저자보다 그 분야에 대해 더 밝아야 한다. 그래야 콘텐츠도 깊이 리뷰할 수 있고, 나아가 창조적인 책을 만들 수 있다.
프레시안 : 편집자 지원 규모가 줄어든 건가, 그런 제도가 애초에 없었던 건가.
김언호 : 옛날에도 없었다. 나는 구체적인 지원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HK(인문한국) 연구교수 제도가 있지 않나. 연구자들이 국가에서 돈을 받고 연구에 몰두한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를 낸 다음, 선반 위에 얹어놓으면 그게 끝인가? 국가 세금 갖다가 뭐 하는 일인가. 책이 나와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읽혀야 한다는 얘기다. 다수의 읽는 행위가 새로운 이론과 사상을 창출해낼 것이다. 연구 결과를 편집하고 책으로 만들어 낼 편집자들이 있어야 한다.
연구자들에게 그렇게 하듯 편집자에게도 국가가 월급을 주자는 거다. 회사에서 300만 원 주고 정부에서 300만 원 지원하면, 정말 좋은 인력을 데려올 수 있다. 정책 입안자도 내 얘기에 동의는 하지만 실행은 어렵다고 하더라. 그런데 어려울 것도 없다. 딱 100명만 뽑아서 300만 원씩 줘 봐라. 한 달에 3억, 1년에 36억 밖에 안 된다. 50년을 한다고 해도, 다른 예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저자들을 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출판 시장을 보면 블록버스터 급 외서들이 판을 치고 있다. 책은 좋다 나쁘다를 가릴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외국 책이 우후죽순 번역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중요한 게 아니다. 요즘 신문을 보면 3분의 2가 번역 책이다. 왜 국내 저술과 국내 저술가들을 보호하지 않는가. 참 안타깝다.
"책은 평화, 북한이 보이는 파주라서 더욱 특별하다"
ⓒ프레시안(최형락) |
김언호 : 1980년대 말 구상을 시작했으니 벌써 20년 이상 된 것 같다. 입주한 지는 이제 10년 정도 됐다. 파주 출판 도시는 여럿이 손잡고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가 앞장서서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었지만 출판 도시를 진행하면 할수록 여럿이 손잡고 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어떤 운동이든 여럿이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론 정말 좋은 책, 시대를 선도해주는 책을 내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를 다시 혁신해야 한다.
프레시안 : 파주 출판 도시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김언호 : 파주 출판 도시가 '세계 출판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가당치 않다. 아시아 출판문화의 한 중심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북소리에서도 그런 취지에서 '아시아 문자전'을 한다. 아시아의 전통 문화를 재인식하는 행사다. '아시아 대편집자 특강'도 한다. 아시아 출판인들이 연대하자는 거다.
이와 함께 '아시아 책의 수도'를 선포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파주가 아시아 책의 수도들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일본, 중국, 인도 어디든 나라마다 책의 수도를 선포했으면 좋겠다. 아시아 시민들이 손잡고 함께 독서 운동·출판 운동을 해나갔으면 한다.
프레시안 : 서울이 아닌 곳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책 행사를 여는 데 어려움은 없나.
김언호 : '어렵다'는 건 맞지 않는 표현 같다. 일단 규모가 크다 보니 예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예산이란 어느 시대 어느 집단 어느 행사나 부족한 것 아닌가. (웃음)
파주에서 행사를 여는 데엔 장점과 단점이 각각 있다. 단점이라면 큰 공공장소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고, 대신 개별 공간이 많다는 게 장점이다. 그런 개별 공간에선 인문학 토론회, 시 낭독회, 전시회 등 책 축제다운 진지한 행사가 많이 열린다.
오히려 서울에서는 이렇게 한적하고 넓은 땅에서 행사를 할 수 없기에 더 좋은 것 같다. 나는 파주를 문화 산업 특구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거기에 딱 어울리는 행사 아닌가 싶다. 또 서울에서 멀다고 하지만 드라이브 삼아서 오면 된다. 도심에서 30분밖에 안 걸린다.
프레시안 : 이번 행사, 사회적으로 어떤 반응이 있기를 바라나?
김언호 : 사실 파주 북소리가 파주시와 경기도의 후원으로 이뤄지는 행사이기 때문에 손님이 많이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사람이 많이 와야 성공으로 보지 않는가. 하지만 책 축제가 갖는 한계가 있다. 대중적인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본격적인 여러 담론들이 오가기 때문이다.
독일의 맥주 축제처럼 엄청난 인파가 밀어닥치는 축제는 안 되겠지만, 적게 오더라도 사람들이 책의 가치, 정신의 가치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스피노자를 빗대 말하자면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읽는 운동"을 하고 싶다. 이게 국가를 일으킬 수 있고 사회를 건강하게 받쳐줄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열흘간 축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하지만 그런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고 또 오겠다고 한다.
또 이 축제를 통해 앞으로 범 아시아적 문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싶다. 세상만사, 함께 더불어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식과 정보는 책으로 소통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것만 좋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 문을 열어야 한다. 아시아를 소통시키고, 세계와 소통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책은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낸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이익을 도모하는 파워 게임이다. 책은 '평화'다. 평화를 구현하고, 정신과 사상을 만들어낸다. 나는 북소리가 파주에서 열리는 것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주는 남북의 대립으로 긴장감이 흐르는 땅이지 않나. 나는 헤이리에 사는데, 출판 도시로 출퇴근하는 길에 북한 땅을 건너다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좋다. 평화가 참 중요하다는 인식을 할 수 있어서. 여러분도 분단의 현장인 파주에 와서, 책과 함께 평화의 의미를 실감해보면 좋겠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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