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이 작품의 누적 관객 수는 7일까지 88만 592명. 지난달 27일 개봉해 13일 만에 이룬 성과로 이번 주 안으로 '100만 관객'을 달성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손익 분기점 돌파에 필요한 관객 수(150만)에 대한 기대도 모아진다. 그전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은 2007년 나온 <로버트 태권브이> 디지털 복원판으로, 관객 수는 72만 명에 그쳤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선전은 여러모로 눈여겨 볼 만하다. 먼저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국내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거둔 성적이란 점에서다. 8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 7광구>(감독 김지훈)의 경우 제작비 100억 원대, 상영관 915개로 <마당을 나온 암탉>의 규모보다 세 배 크다. 지난 7월을 달군 <트랜스포머3>는 무려 14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고 출발했다.
물론 <마당을 나온 암탉>도 중견 영화사 '명필름'이 제작에 참여하고 롯데가 투자·배급을 맡는 등 안정된 진용을 갖춘 작품이기에 선전은 "당연한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간 국내 애니메이션이 외면 받았던 현실을 생각하면 이 '출발선' 조차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마리 이야기>(2000), <원더풀 데이즈>(2003) 등 국내 대작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 출사표를 내던졌으나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할리우드의 <쿵푸팬더2>가 5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 '흥행 수표'로 자리 잡는 등 애니메이션 장르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체계적인 제작 기반의 부족 등으로 질을 담보하지 못했고, 이것은 결국 저조한 흥행 성적과 투자자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마당을 나온 암탉>은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 별다른 기교 없이 내용과 메시지에 주력한 전략, 6년에 이르는 제작 기간 등 착실한 준비로 국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또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오돌또기)와 중견 영화사(명필름), 메이저 배급사(롯데)의 결합 형태가 국산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효율적인 제작·유통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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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을 나온 암탉>. ⓒ명필름 |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닭장에서 탈출한 암탉 '잎싹'과 잎싹이 품은 오리 알에서 태어난 청둥오리 '초록'의 사랑과 모험, 이별을 다룬다. 인간에게 사육되길 거부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 암탉을 통해 꿈과 자유,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잎싹과 초록의 관계를 통해 모성애를 보여주는 등 감동적인 코드도 두루 배치되어 있다. 영화는 원작 소설에 없던 캐릭터 '수달'을 만들어 유머를 더했으며 배우 문소리, 최민식, 유승호, 박철민이 목소리로 등장한다.
한편,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0년 발간 이후 이미 100만 부 이상 팔린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펴냄)은 7월 마지막 주에만 1만 권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6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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