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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폐쇄는 미국 민주주의의 파산"

[해외시각] 독일 언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국가의 붕괴"

미국 의회가 오는 17일 이전에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이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새 예산안에는 아예 합의하지도 못해 17년만에 지난 1일부터 필수 서비스를 뺀 연방정부 기능이 중단됐다.

정치권 공멸을 의미하는 디폴트까지 가기 전에 미 의회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는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예산안 합의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과 함께 일괄타결될지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정치판 자체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예산안을 둘러싸고 미국처럼 정치권의 대립이 지속되는 독일에서 미국을 보는 시각은 어떨까. 마침 미국 연방정부 폐쇄 사태에 대해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국제에디터 찰리 윌더가 독일 언론들의 보도를 정리했다.

그는 '(연방정부 폐쇄 사태: 미국의 정치는 이미 파산했다(Shutdown Spectacle: 'America Is Already Politically Bankrupt')라는 리뷰 글에서 "연방정부 폐쇄는 미국이 이미 정치적으로 파탄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진단하면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지극히 미국적인 문제"라고 묘사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은 민주주의를, 독일은 전체주의를 대표해 대격전을 치렀다. 이제 두 나라의 입장이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10월1일부터 돌입한 연방정부 폐쇄를 항의하는 미국인들. ⓒAP=연합

"뿌리째 썪은 미국 정치판 확인"

많은 독일인들은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정부 기능이 중단되는 정부 폐쇄 사태 이전에 예산안 협상을 해결하지 못하는 미 의회의 무능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독일의 보수 성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은 "공화당과 민주당, 하원과 상원, 의회와 대통령이 임시예산안에도 합의할 수 없어 수많은 연방정부 직원들이 임시 해고되고, 많은 공공기관들이 문을 닫았다"면서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많은 요인들이 개입된 대립 국면에서 이들 주역들은 세계 최강국을 예산 비상사태로 몰아감으로써, 미국의 정치판이 뿌리째 썪었다는 비판을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작태로 치달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신문은 "미 국민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 어리둥절한 상태이며, 미국의 정치판이 왜 이렇게 엉망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논객들은 독일에서도 미국처럼 연방정부 폐쇄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을지 질문을 제기했다. 현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연방예산안을 두고 연정 구성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집권 보수당의 오랜 협상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독일의 정치경제 전문가 헨리크 엔더라인 교수는 지난 2일 DPA 통신 기고문에서 "미국의 상황은 독일과 전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엔더라인 교수는 "연방정부 폐쇄는 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이라고 규정했는데, 독일의 다른 많은 매체들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하지만 많은 독일 언론들은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가 초래할 영향은 미국만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파 성향의 <디벨트>는 독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세계가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에 따른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독일무역협회장 안톤 뵈너는 "미국이 자기 발등을 찍었다고 친다면, 독일 수출경제를 비롯한 전세계 경제에 큰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공화당은 가미가제 당"

독일 언론들이 보여준 압도적인 논조는 미국의 공화당이 연방정부 폐쇄를 초래한 교착상태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슈피겔 온라인>의 그레고르 피터 슈미츠는 지난 2일자 논평에서 미국의 공화당을 '가미가제 당'(2차대전 당시 미국 전함에 자신들의 전투기를 충돌시켜 피해를 입힌 일본의 전쟁수법을 말함: 편집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는 선출직 의원들이 용병처럼 행동하는 미국의 정치문화를 극한 대립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2년마다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 자금이 은밀하게 사적으로 조달되고 있으며, 공영 방식으로 선거자금이 지원되는 독일 의회 모델과 비교할 때 정당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슈미츠는 "공화당 의원들이 국가를 마비시키길 원하는 국가의 적들처럼, 마치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처럼(최근 자파 소속의 각료들을 사퇴시켜 연정을 붕괴시키려 했다가 실패했음: 편집자) 행동하는 이유는 그것이 보수적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 내의 티파티에 대해서도 독일 언론은 상당히 비판적이다. 뉴렘베르크의 <나흐리히텐>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내부에 있는 근본주의자들: 공화당 내의 강경파들이 미국을 다시 한번 마비시키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티파티 운동은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교조주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교조주의가 판치고 있다"

콜로뉴의 <슈타트안자이거>는 "근본주의자들이 자기들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조국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면서 "얼마나 비극인가"라고 개탄했다.

뮌헨의 전국지 <쥐트도이체자이퉁>은 양비론을 펼치면서 보다 암울한 논조를 보이고 있다. 신문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분명해진 현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미국에서 자기파괴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비극은 민주주의의 적들이나 탐욕스러운 로비스트, 악의적인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파괴공작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행해야 할 바로 그 자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유권자, 정당, 정치인들이 그들이다"고 썼다.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뭐냐고? 공화당 의원들은 유권자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거듭 선출되고 나서는 민주주의를 막는 일을 하고 있다. 정당들은 정치적, 사회적, 지역적 분열의 골을 깊게 하는 방향으로 점점 극단화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정치인들 중에서 지역구를 초월해서 사고를 하려는 의지나 능력을 가진 정치인이 드물다는 것이다.

신문은 "지금도 미국 정치판은 예산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으며, 향후 3주 동안 미국이 지급 여력이 있는 상태로 남아있을지 누구도 모른다"면서 "분명한 것은 미국은 이미 정치적으로 파산 상태라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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