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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에 가려진 MD 편입 의혹,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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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에 가려진 MD 편입 의혹, 진실은?

[정욱식 칼럼] MD 편입의 대안은 대북 협상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 정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마저 묻히고 있다. 바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한국의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MD 편입은 단순히 무기체계를 들여온다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북관계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에 미치는 파장, 한국의 경제적 부담, 한미동맹의 종속성 심화 등 다방면에 걸쳐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5월 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안보동맹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방어 역량과 기술, 미사일방어체제(MD)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군의 공동운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문에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됐다. 한미 양국 사이에 상당한 물밑 대화와 합의가 있지 않고서는 나오고 힘든 내용들이다.

그러자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은 "주한미군과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보공유, 가용자산 운용 등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면서 "우리 군은 하층 방어 위주의 한국적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층' 위주로 짜여진 KAMD와 '다층' 방어체계로 구성된 미국 MD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MD 참여 기준으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 제공 △Ⅹ-밴드 레이더 설치 △MD 공동연구 비용 지불 등을 꼽았다. 한국은 이들 세 가지 가운데 단 하나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 MD에 참여하거나 편입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자의적인 잣대

그러나 이러한 기준들은 대단히 자의적인 것들이다. 우선 GBI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미사일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 영토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배치된 사례 자체가 없다. GBI 기지 제공 여부를 MD 참여 기준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또한 X-밴드 레이더 설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 MD 체계에 한국이 레이더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MB 정부는 하층체계뿐만 아니라 상층방어체계에서도 미국에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해있는 'SBX-1'(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 ⓒ미 해군=뉴시스

일본 북부에 이어 남부에도 X-밴드 레이더를 배치하기로 한 미국은 한국의 기여 방안으로 한국형 이지스함에 탑재된 최신형 레이더 SPY-1D(V)에서 수집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작년 10월 26일 국방부 관계자는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미국에 제공키로 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미국은 지역 MD의 요체로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를 삼고 있다. 그리고 이지스함을 보유한 한-미-일을 연결하고 싶어한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달 말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 차이를 넘어 "지금이 바로 미국-일본-한국이 군사 자원을 한데 묶어 3자 MD 체제를 구축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사일 발사 탐지-추적 정보를 미국에 제공키로 한 것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MD 참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정도의 협력 국가는 일본이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부 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MD 공동연구 역시 그것을 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비용 지불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명박 정부 임기 초기부터 미국과 MD 공동연구를 해왔다. 더구나 미국은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와 전술 레이더 기지, 그리고 MD 작전 사령부를 한국에 배치한 상황이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 해상 MD 훈련도 실시해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대표적인 MD 협력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대화가 멀어질수록 MD 편입은 가속화된다

안타깝게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한과의 대화는 더욱 멀어지고 남한의 MD 편입은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미국은 MD 구상에 있어서 북한을 최대 구실로, 남한을 우선적인 포섭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악연을 끊어야 할 남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는 서로 삿대질하면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MD와 한국의 국익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총알로 총알 맞추기'에 비유될 정도로 MD는 근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MD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동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미국의 속삭임과는 정반대로 북한은 더 많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MD를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MD가 미국의 선제공격 첨병 역할을 해온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군산복합체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겠지만 납세자들에게는 '돈 먹는 하마'이다. 무엇보다도 MD는 박근혜 정부가 주창한 동북아 평화협력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 미국 주도의 MD가 결국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MD의 늪에 더 깊숙이 빠져들기 전에 과감하고도 치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북한과의 대화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할수록 국익에 반하는 MD 편입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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