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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을 팔아 대학 등록금에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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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을 팔아 대학 등록금에 써라"

[해외시각] "금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오르는 현상은 그만큼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Cash out of gold and send kids to college(금을 팔아 자녀를 대학에 보내라)'는 글은 이런 통념을 반박하고 있다.

금값은 지난 10년 동안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급등했고, 이것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금융자산으로 거품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배경에는 금융자산, 금융시스템,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이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아커스 헤지펀드의 대표 매니저이면서 일본 채권 투자의 1급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한 피터 태스커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 국제금값이 온스당 1900달러라는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금은 전통적인 의미의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금이 안전자산 기능 상실한 지 오래"

셜록 홈스의 소설에 나오는 짖지 않는 개처럼, 금값은 전통적으로 가격 변동을 초래한 요인들에 이상할 정도로 둔감해졌다.

유로존은 존립 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성장도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책당국은 갈등하거나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상태로 보인다. 대형은행들의 손실과 비리들은 매주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다. 안전자산을 찾는 글로벌 자금의 이동으로 일부 주요 국채들은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으로 금리가 내려갔다.

금융시장에 이처럼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고 있는데, 금값은 이런 상황에서도 요즘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금값은 증시의 상승과 하락과 움직임을 같이 하는 '위험 자산'처럼 움직였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금값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이치에 맞다.

역사적으로 금은 가치 변동이 심할 때 '가치 보존재'로서 기능해왔다. 금 본위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이런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세계 최대 EFT 투자업체, 증시 대신 금 선택

이제 금은 그냥 또다른 금융자산일 뿐이다. 신흥시장처럼 투자자의 심리에 따라 변동하는 대상일 뿐이다. 현재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영사인 러셀 인베스트먼트가 증시가 아니라 금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왜 금이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한 가지 유력한 이유는 금값이 너무 올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채굴된 금은 모두 지금도 그대로 존재하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야말로 그 자체로는 쓸 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치를 매기기 힘들고,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다.

현재 강세를 보이는 금 시장에서 금값은 온스 당 1900달러에 달한다. 10년전에는 280 달러였다. 이렇게 가격이 급등한 사례는 역사상 최대의 거품 가격 사건들에 비견될 만하다. 1980년대의 일본 주가, 1990년대의 나스닥 주가, 그리고 최근 중국의 급등하는 증시와 비슷하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도 지금의 금값은 1981년 사상 최고치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1981년 이후 20년 동안 금값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질 가격이 80%나 낮아지자 금은 다른 금융자산이 급등할 때 훨씬 더 매력적인 기회비용을 제공했다. 현존하는 모든 금의 시가총액은 독일과 중국, 일본 증시의 시가총액의 총합보다 많다.

미국 주택가격 대비 금의 상대가격, 120년래 최고치

금값 동향을 전하는 웹사이트 'pricdeingold.com'에 따르면, 현재의 금값은 미국 주택가격와의 상대 가격으로 보면 120년래 최고치다.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의 임금과 비교하면 74년래 최고치이며, 밀과 커피, 코코아 등 주요 농산물 가격과 비교하면 몇 세대에 걸쳐서 최고치이며, 20세기 첫 10년 기간의 예일대 등록금 비용과 상대적으로 같은 수준이다.

금값이 우연히 이렇게 높아진 게 아니다. 금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다른 금융자산에 대한 불신과 금융시스템,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70년대말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소련의 팽창주의 전력과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점증하고 있었다. 1981년 금값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을 때 증시와 채권시장은 역사적인 저점에 도달한 뒤 오랜 기간 약세장을 면치 못했다.

오늘날 정치와 금융시장의 모습에도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도 있다. 채권 가격은 비싼 편이다. 장기 채권 금리는 바빌로니아 시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글로벌 증시는 12년간 약세장이지만, 세계 최대인 미국의 증시는 역사적인 통계로 볼 때 싼 편이 아니다.

"이제 안전자산이란 없다"

그렇다면 혼란스러운 시장에 대한 대비책으로 안전자산은 있는가? 없다. 현대 미술작품에서부터 구리 등 모든 것이 대체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것도 일정한 손실 위험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떤 자산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유럽과 일본에서 낙관론은 거의 사라졌지만, 실러 주가수익비율은 낮다. 이들 경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1981년의 예가 보여주듯 자산 가격이 낮을 때는 이런 위기가 있는 법이다.

금융시장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대안도 있다. 'pricedingold.com'의 통계를 살펴보면, 금을 팔아 좋은 집을 사고, 고용을 늘리고,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거창한 아침식사를 하라고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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