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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UEP, 유엔 안보리 회부는 '악수'

[정욱식의 '오, 평화'] 안보리보다 6자회담이 유용한 이유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문제가 한반도 문제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총괄책임자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1월 26일부터 한국→일본→중국 방문에 나서 그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타인버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2011년 들어 한반도 정세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세기의 담판'으로 일컬어진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남북한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을 갖기로 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 남북대화' 제의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공동보조를 맞춰온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고, 일본은 납치·핵·미사일 문제 등 북한과의 3대 현안 해결을 위한 북일 접촉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방길에 나선 스타인버그의 보따리에는 크게 네 가지의 관전 포인트가 담겨 있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에게 남북대화를 비롯한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주문할지의 여부이다. 둘째는 작년 말부터 북일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해온 일본 정부에 어떤 입장을 전달할 것인가이다. 셋째는 미중 정상회담의 후속 논의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양국간의 구체적인 입장 조율이 성사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넷째는 북한의 UEP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그 목표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물론 이 네 가지는 서로 얽히고설켜있다. 이미 6자회담의 '관문'이 되어버린 남북대화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6자회담 재개는 물론이고 북일대화도 어려워진다. 또한 UEP 문제에 대한 접근법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여러 양자대화와 6자회담 전체 구도도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볼 때, 향후 한반도 정세의 핵심적인 변수가 남북관계 및 UEP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의 한, 중, 일 순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미국, 안보리 카드로 '이중 압박' 노린다

북한이 작년 11월 미국 전문가팀에 전격적으로 공개해 북핵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UEP 문제에 관련해, 6자회담 참가국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UEP가 9.19 공동성명 및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평화적 핵 이용 권리의 일환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는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원칙에 따라 (평화적으로) 핵을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외교부의 장위 대변인 2010년 12월 21일)이라고 말했다가,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법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서의 논의보다는 6자회담을 선호하고 있어, 한-미-일과는 분명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북한 UEP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이견이 나오는 이유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차이뿐만 아니라 국제적 비확산체제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는 미국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미국보다 더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 사이의 시각 차이가 반영되어 있다.

미국은 북한의 UEP가 기존 합의의 위반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차원의 규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는 북한의 UEP 문제를 확실히 문제삼지 않고 6자회담 재개로 넘어가면,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이란 핵문제에도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09-2010년에 대북 강경책을 고수한 데에는 이란에게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북한의 UEP 문제를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규탄함으로써 북한은 물론이고 이란에 대한 압박도 높여보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란 정부가 공개적으로 북한의 평화적 핵 활동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1월 22일 이란의 외무부는 북한의 핵 활동이 "에너지 생산에 국한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UEP를 가동하고 있는 이란이 북한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자신도 UEP 보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UEP 문제가 미국과 이란 사이의 신경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의 파국을 되풀이하려는가?

이처럼 미국은 북한의 UEP를 안보리에 회부함으로써 북한과 이란을 상대로 이중 압박에 나서겠다는 계산인 반면, 중국은 안보리 회부가 사태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중국은 UEP 문제를 안보리가 아닌 6자회담에서 다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중국의 우려를 차치하더라도 북한의 UEP를 안보리로 가져가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의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유엔 안보리는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부과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이에 따라 북한의 UEP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논의는 기껏해야 의장성명이나 언론발표문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고, 이마저도 중국의 반대에 막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중국의 반대로 대북 규탄 성명 채택에 실패한다면, 미중관계는 또 다시 흔들리게 될 것이고 이는 북핵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설사 중국의 동의로 대북 규탄 성명이 채택되더라도 '역효과'를 낼 공산이 크다. UEP 및 이를 연료로 하는 경수로 사업을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이 안보리의 결정에 반발해 또 다시 강수를 두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2009년의 사례를 통해서도 예상해볼 수 있다.

북한은 그 해 4월 5일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 위에 올려놓기 위해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는데, 유엔 안보리는 이를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대북 규탄 성명을 채택했다. 정당한 주권 행사가 유린당했다고 판단한 북한은 6자회담을 거부하는 한편 2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유엔 안보리는 고강도의 대북 제재를 담은 결의안 1874호를 채택했다. 이로 인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파국을 맞이했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영변을 북핵의 중심에서 국제 핵협력 단지로

본질적으로 UEP는 핵 연료(평화적 목적)로도 핵무기 제조용(군사적 용도)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중용도 기술이고, 북한이 언제든 이를 핵무기 능력 증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UEP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안보리 회부는 2009년의 실패를 되풀이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현명한 대처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는 6자회담을 통해 단계적이면서도 포괄적인 해결을 시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IAEA 사찰단 복귀를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감시가 없는 상태에선 북한의 UEP가 어떤 목적과 규모로 이뤄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UEP 가동 중단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플루토늄 프로그램의 불능화 재개와 한 묶음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 해제 및 평화협정 논의 개시 등 상응조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보다 창의적이고 대담한 포괄적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UEP 문제를 '국제연료은행' 설립을 통해 푸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UEP는 핵확산 위험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IAEA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개별 국가가 UEP를 보유하는 대신에 국제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2012년 개최할 예정인 '핵 안보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기이도 하다.

이 아이디어를 북한의 UEP 문제에 적용하자는 제안은 6자(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IAEA가 국제 컨소시엄을 만들어 북한이 영변에서 가동 중인 UEP 시설을 '국제연료은행'으로 전환하고, 국제연료은행이 그 관할권을 갖는 대신에 북한에게 경수로 가동에 필요한 핵 연료봉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북핵 문제의 최대 난제인 경수로와 UEP 문제를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핵확산 국가로 지목받아온 북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경수로 및 이와 연동되어 있는 UEP 문제는 어차피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기존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사정이 이렇다면, 북핵의 중심지인 영변을 국제 핵협력 단지로 변모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불어 구소련 국가들을 상대로 빛을 발해온 미국의 협력적위협감소(CTR) 프로그램의 노하우, 국제연료은행을 통한 핵확산 방지를 추구하고자 하는 국제적 노력, 2012년 핵 안보 정상회의 개최국인 한국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러한 제안은 충분히 논의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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