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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휘부 안 바꾸면 '제2의 고문사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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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휘부 안 바꾸면 '제2의 고문사건' 난다"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 연일 '포화'…경찰 내부 권력갈등 분석도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고문 사건의 원인으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성과주의'를 지목하며 조 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실적 꼴지 서장의 하극상"으로 깎아내리고 있으나 채수창 전 서장은 직위해제 된 이후에도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경찰의 '성과주의' 폐해를 거듭 폭로하고 있다.

"요새 경찰들은 순찰차 세워놓고 검거하러 다닌다"

채수창 서장은 29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SBS 라디오 <SBS전망대>에 출연했다. 그는 "요새 경찰들은 파출소에 있는 순찰차 세워놓고 사복 갈아입고 다 검거하러 다닌다"고 말했다.

채 서장은 "경찰의 임무에는 검거하는 것 외에도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 근무, 교통 소통 및 안전 근무, 그리고 112 신고를 받아가지고 국민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것 등이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나머지는 다 내팽개치고 전부 사복으로 갈아입고 도둑을 잡으러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직원이 검거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면 결국 주민들한테 피해가 가게 된다"며 "형사 절차의 기본 전제가 범인 10명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억울한 사람 하나 만들지 말라는 것인데 그런 것 없이 검거에만 매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경찰서 등급제에 의한 평가기준의 핵심은 검거에 있다 보니까 일제 검문검색을 하게 되는 거고, 그 파장으로 양천서 고문사건도 나온 것"이라며 "양천서처럼 고문까지 포함한 무리한 수사가 다른 경찰서에서도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문화의 부작용으로 나온 거라 확실하게 새로운 지휘부가 들어서서 새로운 경찰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제2의 양천서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휘계통 떠난 것 문제" vs "경찰 조직 소통 안돼 극약처방"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도 "성과주의를 도입해 근무분위기를 쇄신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성과주의'를 거듭 강조해왔다.

조 청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적주의는 적당한 정도의 긴장감과 경쟁 의식을 불어넣어서 조직의 존재 목적인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무리하게 수사해서 올리는 실적은 인정하지 않을 것"고 말했다.

그는 사퇴를 요구한 채 전 서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강북서장이) 지휘계통을 떠나서 성과주의나 양천서 관련 책임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채 서장은 문제가 있다. 업무에 신경을 안 쓴다. 감찰을 해도 4개월 연속 꼴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에 채 전 서장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경찰서 등급제를 하기 전에) 각 경찰서장들이 모여 서울청에서 회의를 할 때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러나 경찰 조직은 밑의 사람들의 뜻이 위까지 전달, 수용되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이런 (기자회견이라는) 극약처방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북경찰서가 실적에서 4개월 연속 꼴찌를 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성적이 낮은 것에 대해서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꼴찌를 당하고 나서 강북서 직원들한테 순찰차 세우고 잡으라, 교통소통, 교통안전근무 그만하고 전부 검거에 나서라고 요구했던 지난 한두 달 간이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차기 경찰청장 인사 앞둔 'TK·PK 인사 vs 경찰대 1기' 다툼?

일각에서는 이번 파동을 현재 경찰 조직에서 가장 핵심 실세를 차지하고 있는 'TK·PK-고려대' 라인과 경찰 조직내에 새롭게 떠오르는 세력인 '경찰대 1기' 간의 권력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채수창 서장과 양천서 고문사건으로 대기발령 중인 정은식 전 양천경찰서장은 경찰대 1기이고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고려대 출신에 고향이 각각 경북 성주, 부산 출신이다. 개인적으로도 '호형호제'할만큼 친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5년 이후 매년 120명씩 나온 경찰대 출신은 현재 경찰 조직 상당수를 차지하는 파워그룹이 됐다. 현재 서울 일선 경찰서 31곳 중 경찰대 출신 서장은 17명에 달한다.

또 조현오 청장이 강희락 현 경찰청장을 잇는 유력한 후임으로 알려져있다는 것도 이번 파동을 '권력게임'으로 읽는 이유 중 하나다. 조 청장 외의 유력인사들은 이강덕 부산지방경찰청장과 윤재옥 경기지방청장 등으로 모두 경찰대 1기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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