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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못 오르면서 정상회담 고지는 어떻게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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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못 오르면서 정상회담 고지는 어떻게 밟나

[한반도 브리핑] 대화 요구를 꼭 '굴복' 이미지로 치장해야 하나

올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희망을 걸었다. 그저 막연한 기대를 넘어 지난해 말부터 남북이 주고받은 '말의 교환'에 기초해 뭔가 희망을 걸어본 만한 조짐을 읽었던 것이다.

더구나 올해 북한의 신년사설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표명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였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연내 정상회담의 가능성 발언, 남북간 회담 등으로 뭔가 물밑에서 긍정적인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러한 기대가 너무 과도한 것이었을까? 아직 희망을 저버릴 정도는 아니지만 기대했던 궤도를 점점 이탈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회담이나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이 입장차만 확인하고 지지부진한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북한 급변사태 계획 '부흥'을 둘러싼 남북 대립, 국방장관의 '선제타격' 발언, 여전히 현실화되기 어려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한 중구난방의 발언 등이 정제되지 않고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대통령과 외교·국방·통일 분야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정상회담에 대한 치밀한 조율은 물론이고 준비에서조차 제대로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 8일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있었던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실무회담. 왼쪽이 남측 대표단이고 오른쪽이 북측이다. ⓒ통일부

정상회담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최고의,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도이다. 지난 10여 년을 돌아보아도 정상회담은 남북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확고한 방향키였고, 이후 남북관계는 정상회담 합의를 구체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다.

지금의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현 정권 들어 후퇴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교착된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에 남북의 주도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다.

물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물밑에서의 오랜 논의가 있어야 하고, 정상회담에 필요한 사전 준비와 상호간의 신뢰 구축 등 보이지 않는 정치·외교의 수단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만큼 대통령과 유관 부처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에 뒤이은 각 부처의 발표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하지만, 일이 되어가는 방향이 아니라 엇박자만을 내고 있는 듯하다. 어차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현상의 모습만을 보고서 판단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북이 금강산도 넘지 못하면서 정상회담으로 가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간에는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멈춰버린 금강산 관광은 물론이고,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한 남북 합의도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NGO 단체들의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남북관계 발전의 지렛대였고 풍향계였다. 2007년 정상회담만 하더라도 2005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의 연속성을 지켜감으로써 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사정은 어떠한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에서도 우리는 '3대 원칙'만을 고집할 뿐 특별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회담이야 밀고 당기면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니 원칙을 양보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미 북한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려온 입장을 전제조건으로 고수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는 진지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남북대화, 실현 가능한 주장하면서 최대한 따내면 그만이다

남북이 여전히 삐거덕 거리는 와중에 중국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 면담이 있었다. 그리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리근 미국국장이 왕자루이 부장의 귀국길에 함께 했다.

그간의 사정으로 보았을 때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6자회담의 재개 여부와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 주장에 대한 북중간의 긴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왕 부장의 방북이 무엇을 의미하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프로세스의 촉발점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작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북미간에는 뚜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뉴욕 채널 등을 통한 물밑접촉은 계속 있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강산의 벽'으로 상징되는 남북 불신과 소통 부재의 현상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우리만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올 들어 열린 남북 대화가 신통치 않은 것은 남북 각자가 내걸고 있는 '원칙'이 충돌하기 때문이고, 협상 시간을 자꾸 뒤로 미루려는 우리 정부의 '계산'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그렇게 되면 시간이 흘러갈수록 정상회담 가능성은 자꾸 낮아질 것이며, 성사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확인을 '항복'과 '굴복'의 이미지로 치장하려는 계산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과거의 북한'과는 달라진 '현실의 북한'을 마주하고 있다. 과거의 북한이라면 남한의 '강성 대북정책'에 대화는커녕 소위 '벼랑끝 전술'로 알려진 강경한 대남정책으로 일관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북한은 남한의 강성 대북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요구하고, 나아가서는 마치 대화를 '조르는' 듯한 인상까지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항복할 것'이라는 계산과 이를 대국민 '이미지'로 활용하려는 계산으로 대한다면 모처럼의 기회를 완전히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계산의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계산은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을 어떻게 우리의 요구와 이익에 맞게 최대한 활용할 것인가로 모아야 한다. 북한의 대화 요구에 우리의 실현 가능한 요구를 앞세우고, 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후의 과정은 남북의 협의 하에 일을 진행하면 될 것이다.

8일 있었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마찬가지이다. 3재 조건만을 제시할 뿐, 북한의 그간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와 대책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래서는 협상도 없고, 적절한 타협점도 찾을 수 없다. 과연 이 상태로 회담이 결실을 볼 수 있을까? 나아가 금강산 관광 협상도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국가적 주요 역량이 투입되어야 할 정상회담의 의제 선정과 협상의 과정을 제대로 해결해 낼 수 있을까?

금강산 관광 재개는 정상회담 이전에 풀릴 수도 있고, 정상회담 이후에 풀릴 수도 있고, 앞으로 상당 기간 풀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금강산 관광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정부의 협상 능력과 회담 준비가 아직까지는 정상회담을 준비할 만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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