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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재건? 진실을 알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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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재건? 진실을 알고 말하라

[해외시각] 진실을 외면한 국제사회의 아이티 재건 논의

오는 25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아이티 원조 공여국들의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 대한 단기적 지원 방안은 물론, 장기적으로 아이티가 지속가능한 개발 국가로 재건하는 계획도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관련 기사:<AFP> "아이티 원조 공여국 회의, 오는 25일 개최")

하지만 미국의 국제전문 저널리스트 조지 앤 가이어는 18일(현지시간) '아이티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CAN HAITI SURVIVE?)'라는 장문의 칼럼(
원문보기)을 통해 아이티의 진정한 재건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가이어의 이런 진단은 아이티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체득한 현장감각과 아이티의 비극적 역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이어에 따르면, 아이티는 철저하게 자생력이 파괴된 나라일 뿐 아니라, 뼈아픈 역사적 경험 탓에 외부의 지원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폐쇄성이 강하다.

이때문에 국제사회가 좋은 뜻으로 아이티를 지원해도 아이티 주민들이 의심없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강대국들이 지원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이익이나 챙기려든다면 아이티의 진정한 재건은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 스스로도 이러한 진단이 틀리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티의 앞날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부르기에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 가로막고 있다. 가이어는 그 구체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유엔의 구호품을 받으려고 줄 서 있는 아이티 주민들. ⓒ로이터=뉴시스
자생력 잃고, 폐쇄성 강한 아이티

아이티의 지진 참사 이후 국제사회가 아이티에 모든 것을 주길 원하는 것 같다. 진실만 빼고…. 아이티의 비극적인 역사로 볼 때 이번이야말로 진실이 의미를 발휘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티 내부에서건 외부에서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출 힘이 생기지 않는다면, 아이티는 끔찍한 역사가 다시 반복될 뿐이다.

첫째, 아이티의 숲을 다시 조성해야 한다. 두번째, 엄격한 산아제한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세번째, 시민을 위한 치안를 확립해야 한다. 네번째, 지배계급을 형성하는 물라토(흑백혼혈) 엘리트들이, 주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야 한다. 다섯번째, 개방 압력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할 중소기업들을 다시 육성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비참하고 오랫동안 수탈당한 아이티 내부에서 이런 조건을 달성할 힘이 어떻게 생길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게다가 국제사회가 곧 부닥치게 될 문제가 있다. 여전히 무척 많은 아이티 주민들은 외부세력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아이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아이티 주민들이 받아들일까? 1915~1934년 미국은 해병대를 동원해 아이티를 장악한 뒤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이뤘으나 주민들에게 의해 대부분이 즉시 파괴되었다.

이번에도 이런 문제는 다시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지원 없이 아이티의 희망은 없다.

첫번째, 아이티의 산림 문제를 살펴보자. 1961년 아이티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내가 탄 비행기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산과 계곡 위를 지나다녔다. 그 후 아이티를 갈 때마다 숯을 만들기 위해 벌목으로 황폐해진 면적이 늘어났다. 현재 아이티의 숲은 전체 면적의 2%에 불과하다.

두번째, 인구 증가 문제다. 1995년 아이티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아이티 인구는 600만 명이었다. 현재는 1000만 명이다. 아이티 가톨릭 교회는 산아제한을 반대하고 있다. 매우 잘못된 일이다.

경찰? 그들은 끔찍하게 부패해 있다. 이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외부에서 대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빈민가는 자기들만의 '정의'를 외치는 악질적인 폭력집단이 장악하고 있다.

계급? 미국이 인종차별과 계급 차별이 심한 나라였다고 생각하는가. 아이티 인구의 5%에 불과한 물라토 계급이 가난한 흑인 아이티 주민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보고 나서 그런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아이티 망친 클린턴이 유엔 아이티 특사

끝으로 보다 중요한 점이 있다. 빌 클린턴이 유엔의 아이티 특사가 된 것은 소설처럼 흥미롭다. 그는 아이티가 가진 최소한의 자생력에 미국이 마지막 타격을 준 1993년 당시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타격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

가톨릭 신부 출신의 기이한 정치인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1991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하자 클린턴 정부는 그를 복귀시키려고 미주기구(OAS)를 동원해 아이티와의 무역에 제한을 가했다. 그때문에 아이티의 모든 중소기업들은 곧바로 파산했다.

아이티는 한때 전세계 야구공의 80%를 생산했다. 지금 이런 공장들은 완전히 문을 닫았다. 8만 명의 노동자들 중 1만 명만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8만명의 노동자와 딸린 식구들을 감안하면 아이티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아이티의 비극은 그 전부터 있었다. 미국을 포함해 외세의 압력에 놓였던 1986년 아이티는 수입쌀에 대한 관세를 폐지해야 했다. 순식간에 아이티 쌀 생산량의 75%가 미국쌀에 의해 대체되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에게 강대국이 거둔 또하나의 승리다.

민주주의와 세계화를 앞세운 파괴부터 중지하라

1804년 치열한 노예혁명으로 아이티가 독립했지만, 자생력을 갖출 시간이 없었다. 아이티에는 미친 독재자들이 차례로 등장했고, 선의를 가진 외부의 도움도 별로 받지 못했다.

아이티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지혜로운 견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조그만 저개발국에 대한 자유무역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업이 경쟁력이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된 이후에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나라는 자기 스스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성과가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관리하는 좋은 정부가 필요하다. 혹자는 이런 과정을 거친 성공적인 사례들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 싱가포르, 한국, 폴란드, 오만…. 하지만 아이티가 이런 발전 과정을 거치도록 세계가 내버려두거나 끌고갈 것인가?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아이티에 무역제한 조치를 부과하거나, 세계화를 명분으로 아이티의 쌀 재배를 파괴한다면 그런 발전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몇 달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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