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있었던 '국민과의 대화', 즉 이명박의 텔레비전 '쇼'는 지금 나라가 어떤 황당한 지경에 빠져있는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라 밖에 있지만 인터넷으로 '이명박 쇼'의 문답을 읽어본 나는, 이제 정말로 나라의 최소한도 '안위'까지 걱정이 다 됐다.
도저히 정상적인 '언어'라고 할 수없는 그의 억지와 궤변이 2시간 넘게 어떤 거리낌도 없이 생방송으로 방사(放肆)되는 현실이란, 한 국가 사회의 상식과 지식과 인문(人文)의 사회현실이 너무나도 처참하게 일그러진 무인지경(無人之境) 임을 말한다.
예의를 따지기도 전에, 도대체 앞뒤도 상하도 없는 태도였다. 전혀 자기 근거나 정체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투표로 당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과 국민 알기를 함부로 우습게 여기고 깔보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태도였다. 그것도 극도로 취약한 교양과 최소한의 지식이나 삶의 양식도 의심되는 처지에서, 수세로 내몰리기만 하면 이내 변명에만 급급하고 당장 드러날 거짓말로 둘러대기 일쑤다.
언필칭 '국민과의 대화'에서 돈 얘기가 나왔다. 이명박은 연기군 군민들이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텔레비전 현장 생중계로 보면서 군민들에게 말하기를, "수억 원을 보상을 받은 분도 있지만 수천만 원 밖에 못 받은 분들도 있다", "저 자리에 계시는 분들도 보상비를 얼마 못 받고 나온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는 연기군 군민들이 늦은 밤에 돈타령을 하기위해 떼로 몰려나온 것으로만 보였다. 국회가 합의하고 통과시킨 법을 제대로 이행하라는 연기 군민들의 너무나 당연한 주장도 오직 돈을 밝히는 것으로만 취급한다. 평생을 '비닐봉지' 인생으로 돈만 밝히고 살았으니 그러한가.
더하여 아프가니스탄 파병 논란에 대하여 "국제적 의무" 운운하면서 "세계 모든 나라에 물건을 팔고 있지 않나"면서 "물건만 팔고 남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야 제품 값도 올라간다."고 했다. '대화(?) 패널로 참여한 이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정부가 우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지역에 젊은이를 보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정말 위태롭다.
또 4대강을 콘크리트로 도배하는 처사에 대해서는 수질을 염려하는 질문에 느닷없이 '로봇물고기'로 답했다. 만담(漫談)이나 '개그'도 시와 때가 있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국민들에게 할 얘기가 전혀 아니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이태 전만 해도 텔레비전에 나와서 대운하를 만들면 골재만 팔아도 7,8조가 되고, 대운하 공사는 민자 유치로만 할 거라서 국민들은 전혀 걱정이나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요즘은 판다는 골재 얘긴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 심지어 낙동강에서 준설한 흙을 경작지인 논에 쌓아놓고 휴경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식이다.
드디어는 그나마 터하여 살고 있는 생태환경까지 돌이킬 수 없도록 파괴할 수 있다는 엄청난 불안감까지 엄습(掩襲)하기 시작했다.
나는 1년도 더 이전인 작년 2008년 8월 20일, 여기 <프레시안>에 쓴 칼럼 "대한민국은 '잡민'의 나라가 아니다"에서 "국민 알기를 '어중이떠중이'로, 그저 떼 지어 살면서 돈만 밝히는 '잡민'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자기네들이 살아 온 그 천박한 방식으로 국민 일반을 인식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적당히 '민생'과 경제'로 구슬리고 시종일관 국민을 속이면서 무차별 '법치'를 동원해 얼마든지 옭아맬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아닌가?"라고 했다.
그대로였다. 연기 군민만이 아니고 아프칸에 파병 나갈 군인들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일반에 대한 인식이 딱 이 수준이고 국민에 대한 모욕이 더 이상 치욕적일 수 없다.
계속 반복되고 있는 말의 뒤집음, 삶의 기초 도덕과는 일찍부터 담을 쌓은 행태, 아무리 가리고 숨겨도 조만간 드러날 수밖에 없는 도곡동 땅과 BBK의 사실들을 내다보면서 '불안'의 정도는 당사자의 문제 차원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급기야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이란 흔한 정치적 수사로 '나라의 발전이나 번영'은 고사하고 이제 나라 자체의 운용이 어지럽고 조마조마한 지경으로까지 보인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는 차라리 후차적일 수도 있다.
이제 대다수 시민들이 이명박에게서 받는 인상은 한마디로 '불안' 그 자체다.
지금 시민들의 걱정과 분노는 이미 국가 운영의 파행을 넘어서서 '파탄'의 일탈 정도가 상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현실을 체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1년 8개월 전의 그 칼럼에서 "지금 문제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명박 집단은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를 것이다. 무지하고 영악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집단이 권력을 연장하면 할수록 나라는 결단난다. 이들이 우여곡절로 남은 임기를 다 채운다면 그 결과는, 나라가 남미(南美)의 어느 나라 수준으로 추락하고 만다. 빈부의 극단적인 격차로 인한 사회 일반의 증오감은 살벌한 긴장으로 팽배해지면서 사회는 해체된다."고 썼다.
도대체 이 끝임없는 이명박의 파행은 어디에 무엇으로 근거한 것일까? 대형 교회가 끊임없이 설파하는 어처구니없는 그 '믿음' 때문인가? 공, 민영 방송을 총동원하여 이번 이명박 '쇼'에서 보여준 것처럼 얼마든지 미디어 조작으로 국민을 속이고 희롱할 수도 있단 배짱인가? 그리고 언제든지 동원 가능하다고 여기면서 사병(私兵)취급하는 검, 경찰이 있기 때문인가?
나는 1년도 더 이전의 지난 칼럼에서 말하기를 "정권을 이끌고 있는 핵심에서 파탄'의 징후(徵候)를 명백하게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그리고 "반복되는 말의 실수나 말의 천박과 경박함을 볼 때, 오늘의 제반 문제를 풀 수 있는 '철학'과 '근본의 사고'가 없음은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불안'이야말로 군 통수권자로 위험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법으로 확정된 사회적 약속을 함부로 파기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인 국가를 파괴하는 것이고, 강을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덕지덕지 처바르면 안 된다는 국민들 목소리는 그저 단순히 자연환경을 보존하자는 차원을 넘어서서 인간이란 절대 자연을 함부로 범해서는 안 되며, 자연을 착취하는 태도란 곧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배제와 억압과 차별의 결과가 '사회적 원한'을 계속 낳는 이치와 같은 것임을 국민들이 걱정하고 슬퍼하는 것인데, 그러나 이를 깨달을 능력 자체가 이명박에겐 아예 없다.
이명박 집단이 들어서서 정책이라고 떠드는 것들을 보면 하나같이 서민을 위한다느니 뭐니하면서 마치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겠다는 언설이 되풀이 되고 있지만, 그 정책의 실상에서는 이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지 않는가.
국민의 불안과 이기심을 자극하고 이용하는 전술만으로 정권이 유지될 수 도 있다는 이 저열하기 짝이 없는 이런 '수법'이 어떻게 국가의 정책일 수가 있고 심지어 '백년대계'까지 말하는가.
지금 세계는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세계경제에 위기가 닥치자 진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세계는 캐묻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서려는 대안체제까지 세계는 고민하고 있는 현실인데 지금 한국은 도리어 역주행하고 있다.
나는 다시 인용한다. 작년 8월 20일 여기 칼럼에서 "지금은 분노하고 행동할 때"라고 했다. "전두환 집단 이래로 가장 많이 법치를 강조하지만 정작 법치의 오남용으로 민주주의 법치 자체를 조롱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빠르게 사문화(死文化)시키고 있는" 이명박 집단을 직시하자고 다시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는 "민주주의는 절대 추상적 명제가 아니다. 사실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일상의 삶을 이끄는 사회 동력이자 동인(動因)이다. 언론의 자유도 교육받을 권리도 일상의 경제도 시민의 재산을 지키는 의무도 '민주주의'이것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이 민주주의는 얕은 이익만을 따라서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어중이떠중이' 잡민이 되어서는 절대 지킬 수 없다. 시민만이 지킨다."고 했다.
또한 "권력에게 허용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죄질들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할 것을 이 시대가 요구한다."고 했으며, "앞으로 자식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를 생각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사회에 인간의 원칙을 찾지 못한다면, 세우지 못한다면, 뭔 의미가 있는가? 그 많은 교육과 지식과 법과 정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간의 가치도 제 자리에 위치시키지 못하면서 뭔 사회가 성하게 존재하겠는가?"고 말했으며, "도대체 사회를 구성하는 원칙의 기초가 뭘까? 국민이 민주주의 시민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나라는 어디로 가겠는가? 국민은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저마다의 입장과 처지에서 닥쳐진 현실에 대하여 생각하고 분노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여기에 보태어 나는, 우리는 더 이상 돈만을 쫒아서 돈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방식에는 일대 회의를 가져야 하며, '돈'이 빌미가 되어 자꾸만 다른 구실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은 이명박 집단에게 '민주주의'를 지킬 것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애초에 이들에겐 더 이상 들어 먹힐 얘기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시민들은 이들에게 '법 좀 지키라;고 부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린 오직, 우리의 '민주주의'를 우리가 나서서 '획득'해야만 하고, 우린 우리의 '민주주의'를 우리가 되찾아야만 하는 엄중한 현실임을 우리가 자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