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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파병, 한국·한국인을 '테러 악순환'에 빠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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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파병, 한국·한국인을 '테러 악순환'에 빠뜨려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4> '테러리즈미즘' vs '알카에디즘' 구도가 문제다

아프가니스탄 이슈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6일 새로운 아프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파견중인 지방재건팀(PRT)의 규모를 25명에서 85명으로, 60명 더 늘리기로 했다. 한국의 아프간 지원액 규모도 올해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계획했던 3000만 달러에서 7410만 달러 남짓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된다.

우선 신규 파견 인원의 활동에 대비해 병원과 직업훈련센터를 새로 짓는 데 사용하도록 1950만 달러의 예비비 지출을 승인했다. 정부는 또 아프간에 순찰용 경찰 오토바이 300대와 구급차 100대 등 500만 달러가량의 장비를 지원키로 하고, 이를 7월 말까지 현지에 보내기로 했다.

꺼지지 않는 재파병론 불씨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지원 확대 방안 외에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놓고 아프간 재파병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모두 전투병 재파병은 '없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아프간 재파병론 불씨가 계속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돌아가는 국내외 분위기가 재파병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이 집요하게 요청하고 있다. 올해 초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노선은 아프간 안정화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지난해 2월 중순 1만7000명의 미군을 아프간으로 증파한다고 결정해, 3만6000명 수준인 아프간 주둔 미군을 50%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27일에는 아프간전쟁의 전략적 목표를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 제거'라는 군사적 목표로 재설정했다.

'친미 민주정부'를 세워 분쟁지역을 안정화한다는 부시 정부 때 보다는 목표치가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군사적으로 먼저 제압하는 것이다.

이라크 파견 예정 병력 일부를 아프간으로 돌리고 있지만 안정화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결국 동맹국들로부터 추가파병 및 지원을 받아내는 것이 우선 조건이다. 아직 이라크 전쟁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런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전은 국제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아프간 파병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움직임으로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가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연쇄접촉을 했다. 아프간 재파병 요구가 나왔다는 것이 정부 내 돌고 있는 소문이다.

▲ '카불 시장'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올해 대선에 또 출마하는 카르자이는 오바마 미 행정부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테러의 정치화'와 '반서방 테러'의 각축

물론 '글로벌 코리아'를 주창하면서 재파병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주장의 근거는 아프간 전쟁이 9·11 테러를 주도한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격멸하고 근거지를 제공한 탈레반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 유엔 결의에 따라 개시된 전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아프간은 전쟁이라기보다는 점령 상태다. 이미 미국 주도 다국적군은 아프간을 9년째 점령하고 있다. '친미' 카르자이 정부를 세워놓았지만, 통제권이 수도 카불 지역에만 미치는 꼭두각시 정부다.

아프간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개입은 여러 위험성을 담고 있다. 우선 아프간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실상 수도 카불 인근을 제외한 아프간 전 지역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 수중에 들어갔다. 그 세력은 남동부 접경 지역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아프간 사태는 단순히 미국과 아프간의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국제적 역학관계가 얽혀있다. 국경을 접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과 파키스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카스피해와 중동의 석유 및 가스자원을 더욱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 혹은 중국의 카스피해 진출을 막기 위해 아프간을 에너지 전략의 요충지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필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미국과 중동권의 충돌상황이다. '테러리즈미즘(Terrorism+ism)'과 '알카에디즘(Al-Qaeda+ism)'의 대결 구도에서 이해해야한다. 최근의 중동권과 미국 주도 서방의 갈등이 이념적으로 대립화하면서 지속적으로 테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2001년 9.11 참사 이후 중동권 테러의 새로운 동향을 설명할 수 있는 틀이다.

테러리즈미즘은 테러를 정치화한다는 의미다. 기독교의 윤리를 강조하는 미국 지도부와 네오콘은 중동의 위협을 '이슬람의 도전'으로 간주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2003년에는 다시 이라크를 공격해 점령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테러의 정치화'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이라크 전쟁 직전 유엔안보리 회의장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안보리 승인을 얻기 위해 '대대적인 쇼'를 펼쳤다. 그래픽이 담긴 슬라이드까지 동원해 이라크의 화학무기 생산시설, 핵 개발 의혹, 테러훈련캠프 등을 공개했다.

이 모두가 현재까지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테러를 이념화하고 정치화해 국제사회를 기만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알카에디즘'은 이슬람 과격세력이 반서방 테러활동의 이념적 근거를 의미한다. 미국의 아프간 점령과 지속적인 군사작전으로 알-카에다 세력의 근거지는 이미 사라졌고, 조직도 와해됐다. 그러나 알-카에다 이념은 살아남아 세계 각지의 이슬람 과격세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동권에서는 알카에디즘이라는 이념적 우산 하에서 활동하려는 소규모 무장단체가 급증하고 있다.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특정한 요구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정체도 밝히지 않는 등 소위 '얼굴이 없는 테러단체'가 이들이다.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권 과격세력은 폭력적인 반미 저항에 대한 충분한 명분을 축적했다. 미국이 주장한 이라크 전쟁 명분이 사실상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방 시설과 친미성향의 중동 정부를 공격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크게 올라갔다.

군사적 개입은 피해야 한다

결국 아프간에 대한 재파병은 미국 주도 '테러와의 세계전쟁'에 우리가 다시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중동의 과격세력을 그렇게 판단할 것이다.

물론 인도적으로 아프간을 도와주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한 국가적 이해가 걸리지 않은 곳에 재파병함으로써, 현재 발생하고 있는 테러의 원인인 '테러리즈미즘 vs. 알카에디즘'의 구도에 우리가 다시 빠져들 필요는 없다.

군대를 다시 아프간에 보낼 경우 중동권의 거센 반대와 저항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파병 시 탈레반의 집중적인 공격은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의 안전과 국내에까지 테러 보복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빈곤, 테러, 마약 등으로 많은 아프간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돕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다만 군사적 개입은 피해야 한다. 아프간 민족은 역사적으로 외국 점령세력에 대한 반감으로 유명하다.

아프간은 수천 년간 점령과 독립을 반복해 온 역사가 있다. 실크로드가 지나는 곳이기에 여러 민족의 침략을 받았다. '중앙아시아의 십자로'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아프간은 항상 정복자들에게는 '무덤'이 돼 왔다.

기원전 500년 무렵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왕이 정복했지만 끝없는 반란에 시달렸다. 기원전 329년 이 지역을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의 지배 기간도 3년에 불과했다. 영국은 1839년 빅토리아 여왕 시절 꼭두각시 왕을 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3년 뒤 4500명의 영국군과 1만2000명의 군 가족 중 간신히 1명만 살아남는 대패를 당하고 물러났다.

1979년엔 당시 소련군이 침공했다가 무려 5만 명의 병력을 잃고 88년 철수했고, 결국 전체 소련 체제의 붕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가운데) 왼쪽으로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오른쪽으로는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앉아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우리 정부가 새로운 아프간 지원 방안을 발표한 6일 워싱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머리를 숙였다. 아프간 서부에서 미군이 민간인 주거지역을 폭격해 130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면서다.

이날 공교롭게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그리고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만나 아프간의 알카에다 세력에 대한 척결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뒤 아프간 민간인 희생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 수많은 오폭과 민간인 희생이 말해주듯 아프간의 안정화는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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