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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에 빠진 MB 대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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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에 빠진 MB 대북 정책

[한반도 브리핑] 대통령은 군사대응 반대, 외교부는 PSI 추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일어났던 한바탕 소란이 가라앉고 있다. 4월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과 14일 북한 외무성의 성명이 강경과 초강경의 내용을 담은 채 한 차례씩의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일단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향후 6자회담은 사실상 재개가 어려워졌고, 강경한 안보리 의장성명에 따라 미국, 일본 등의 후속조치가 곧 취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의장성명의 수위에 비하면 주변국들의 반응은 차분함 그 이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더 이상 북한을 자극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제재해야 할 북한 기업의 리스트를 내놨으면서도 물밑으로는 북한과의 뉴욕 채널을 가동해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만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마련한 뒤 실행했고 후속조치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 역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라는 강경 수단을 공식화했다.

북일관계가 몇 년 동안 '총성 없는 전쟁' 상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안보리 의장성명부터 시작해 대북 강경책을 일관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정부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정책의 일관성에서 한국 정부는 충분히 후한(?)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특사 언급하고 부처는 PSI 준비한 것부터 모순

주변국과 대비되는 한국 정부의 대응은 PSI 전면 참여 결정에서 절정을 이뤘다. 국제적인 규범체제로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한다는 목적으로 부시 행정부 시기 창설된 PSI는 이란과 북한 등 소위 '악의 축' 국가들을 사실상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국제적인 보편적 규범체제에 참여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임이 분명하다. 이는 PSI 참여 선언을 둘러싸고 정부가 보였던 갈팡질팡 행보에서도 증명됐고, 지난 주 있었던 개성 남북접촉을 전후해 참여 선언을 재차삼차 연기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왜 이렇게 한국 정부만이 튀는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튀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관성마저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국내 정치적 갈등만을 불러일으키는 우왕좌왕의 행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 사태의 원인은 한마디로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정책의 목표와 철학의 부재에 있다. 또한 전반적인 대북·외교 정책의 사령탑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오랜 준비 끝에 결정된 PSI 전면 참여 결정이 실상은 부처간 입장도 맞지 않았고, 대통령의 의지와도 동떨어진 것이었음은 사령탑 부재의 정책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돌아보면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을 반대하고 나아가 대북 특사를 보낼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지만 정작 정책은 PSI로 나타난 것은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보다 큰 그림이었다.

▲ 심각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 24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입주업체 대표들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개성접촉이 남북대화? 통보와 답변이 오갔을 뿐

그 사이 러시아는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었고, 중국은 북한을 설득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은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등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조용하지만 의미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PSI 문제는 물론이고 북한인권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등 오히려 북한에 대한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는 주변국과 보조도 맞출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내의 정치적 갈등만 더욱 부채질 할 뿐이다. 또한 향후 북미대화 과정에서 어정쩡한 위치로 물러나 관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북한은 이러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개성공단 관련 재계약 등 중대통보를 내리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통보'를 남북 당국간 대화로 규정하지만, 분명히 말해 개성공단의 미래에 대한 북한의 통보에 우리 정부의 대답이 오고가는 것에 불과하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통보 내용은 결국 6.15 공동선언의 산물인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6.15 선언을 부정하는 것인 만큼 남쪽에 주었던 특혜를 폐지하고, 나아가 공단 폐쇄까지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카드를 하나씩 드러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남북접촉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의연'과 '원칙'을 되뇌었던 겉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북한의 대남 공세에 끌려 다녔을 뿐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만 보여준 것이다.

▲ 남북관계 또 하나의 뇌관 북한인권법. 지난 14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한나라다 이상득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北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처럼 정부가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면 차라리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다. 로켓 발사 이후 냉각기가 필요하다면 조용하고 신중하게 주변국들과 보조를 맞추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작년부터 지적됐듯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구체적인 알맹이가 빠져있고 '원칙의 고수와 유연한 대응'이라는 내용 없는 원칙과 '기다림의 전략'이라는 그럴듯한 수사로만 일관해왔다. 내용이 없거나 내용이 있더라도 그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결여되어 있는 대북정책의 폐해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개성 통보'에서도 알 수 있듯 북한은 6.15 선언으로 돌아갈 것인지 대결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6.15 선언과 10.4 선언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혹은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답변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북한은 명확한 답을 요구하고 있고, 주어진 답에 따라 언제든 행동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현 정부에게는 남북관계를 복구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6.15 선언을 기초로 한 대북정책으로의 전환이며, 그에 합당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우왕좌왕 대북정책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 마지막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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