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인은 또 국가안보 보좌관에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의 제임스 존스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 유엔 대사에는 오바마의 핵심 외교참모였던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명했다.
이어 법무장관에는 처음으로 흑인 출신인 에릭 홀더 전 법무부 부장관, 국토안보부장관에는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가 지명됐다.
▲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시카고 인수위 사무실에서 이 같은 인선 내용을 발표한 뒤 "북한과 이란으로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해결해야 할 외교 과제로 북한과 이란 핵무기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항구적 평화 구축, 국제기구 강화를 거론하면서 "힐러리야말로 의심의 여지없이 이 같은 야심 찬 외교 어젠다를 나와 함께 해결해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우리가 직면한 국가안보와 관련된 도전과제는 경제위기만큼이나 중대하고 시급하다"면서 "불확실성의 시대에 마침내 21세기 도전을 극복할 미국 리더십의 새벽이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곧바로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이라크 전쟁을 책임 있게 종식시키고 이라크 정부에 성공적인 인수인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라크 미군의 철수는 16개월 정도면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인도 뭄바이 테러와 관련해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에서는 혐오스러운 극단주의를 드러내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는 곳이 아니다"며 "우리는 우리의 친구를 돕고 적을 물리치는 능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취임하면 군사적 능력뿐만 아니라 정치적·외교적 능력을 총동원해 테러 위협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말하고, 알카에다와 탈레반 같은 국제 테러조직에 대한 미군의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군사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 시절 관계가 원만치 않았던 유엔에 대해서는 "우리는 유엔이 테러와 확산, 기후변화와 학살, 빈곤과 질병 문제에 대한 집단적인 대응에 있어서 보다 더 효율적인 기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집단 사고 탈피…토론 환영"
그러나 경제팀에 이어 외교안보팀마저 거물급 '스타군단'으로 꾸리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끌어들인 것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미국인과 미국의 이익을 담보한다는 비전 없이 외교팀에 참여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강한 개성과 확고한 소신이야말로 가장 좋은 결정을 도출해 내는 것이라고 확실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외교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내가 해온 역사 공부를 토대로 판단한다면 백악관의 맹점 중 하나는 집단적 사고에 매몰돼 모두가 모든 이슈에 찬성하고, 토론과 반대 의견이 없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앞으로) 백악관 안에서 왕성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 자격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외교팀이 수행하는 비전에 대해 책임을 지며, 한번 결정된 비전에 대해서는 외교팀이 실행에 옮기기를 기대한다"며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말했듯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서 멈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부시 '일방노선' 탈피 강조
오바마는 힐러리를 소개하면서 "친구이자 상원의 동료의원, 자문의 대상, 예비선거 때의 적수였지만 대단한 지성과 강인함의 소유자"라고 말하고 "세계의 많은 지도자를 알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는 훌륭한 미국인의 표상으로서 전 세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신장시킬 능력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단에 오른 힐러리는 "대단한 영광"이라면서 "미국은 여타 세계와의 협력없이 위기를 풀어나갈 수 없으며, 세계도 미국 없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힐러리는 "미국의 안보와 가치, 이익은 오로지 힘으로만 지켜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미국 국민의 노력만으로도 지켜낼 수 없다"면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왕성한 외교력을 추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를 위해 계속 봉사하는 최선의 방법은 오바마 당선인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여기 모인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팀과 합류하는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존슨 보좌관, 힐러리-게이츠 거중조정 관건
힐러리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임명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레이디 출신 국무장관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에 이어 3번째 여성 국무장관으로도 기록된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성명을 내고 "힐러리는 국무장관에 적임"이라며 환영과 함께 감사의 뜻을 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클린턴 재단' 활동과 아내의 국무장관직 수행에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클린턴 재단에 대한 모든 기부자 명단의 공개 △추후 외국 정부로부터의 기부금 사절 △재단의 해외행사 개최 중지 등에 대해 오바마 당선인 측과 사전 합의했다.
한편, 게이츠 국방장관은 사상 처음으로 공화당 정권에서 임명되어 민주당 정권에서 유임되는 국방장관이 되었다. 이날 발탁된 외교안보팀은 중도파 내지는 중도 우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대거 포함되어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실용노선을 띠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정파적 색채가 엷은 존스 전 사령관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한 것은 거물급인 힐러리와 게이츠 장관 사이에서 불거질 수 있는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뜻이어서 그의 중재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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