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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선거 하루 전 비보에 끝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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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선거 하루 전 비보에 끝내 '눈물'

'조용한 영웅' 외할머니, 호놀룰루에서 타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사실상의 '어머니'였던 외할머니가 손자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대선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6세.

오바마 후보는 이날 여동생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할머니인 매들린 던햄이 암과 투병하다가 숨을 거뒀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매우 슬프다"면서 "그녀는 우리 집안의 주춧돌과 같은 분이었고 대단한 성취와 강인함 그리고 겸손함을 지닌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이날 오전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외할머니의 타계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계획된 선거 유세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언더독 효과' 기대했던 매케인에게도 '비보'
▲ 하와이 명문 푸나호우 졸업식에서 오바마를 끌어안고 있는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 ⓒ로이터=뉴시스

하지만 오바마는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로 넘어가 샬럿에서 연설하던 중 외할머니에 대해 얘기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결국 눈물을 흘렸다.(☞오바마 샤롯 연설 장면 동영상 보기)

오바마는 "할머니는 전 미국의 조용한 영웅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며 "이름이 신문에 실리지는 않지만 그들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하며 미국의 '보통 시민'들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평상시처럼 연설을 하던 오바마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샬럿의 유세현장에서 오바마를 지켜보던 케냐 출신의 넬리 와비냐(40)씨는 "오바마는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그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모든 미국인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오바마는 외할머니의 은총에 힘입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조모의 사망은 오바마 개인에게 애통한 일일 수밖에 없지만, 경쟁자인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기대했던 '언더독 효과'(지는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상)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조용한 영웅' 투투 외할머니

던햄은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오늘날의 오바마가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보살펴 준 '백인 외할머니'다. 오바마는 하와이 말로 할머니를 뜻하는 '투투'를 줄인 '툿(Toot)'이라고 할머니를 불렀다.

오바마의 외가는 캔자스 출신으로 1960년 하와이에 정착했다. 오바마의 어머니 앤 던햄은 오바마가 세 살이던 때 그의 친아버지와 이혼한 뒤 인도네시아에서 온 유학생과 결혼해 오바마를 데리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건너갔다. 이후 오바마는 10살이 되던 해인 1971년 하와이로 돌아왔고, 외할머니 던햄은 그때부터 오바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를 돌봐줬다.

은행원이었던 던햄은 형편이 넉넉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오바마를 하와이 최대 명문인 푸나호우 학교에 진학시켰고, 그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적·정서적인 토양 역할을 했다.

이후 오바마가 캘리포니아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따로 떨어져 살게 된 던햄은 올 초까지도 오바마의 유세장에 가끔 모습을 드러냈고, 하와이에서도 'CNN 중독자'가 되어 손자의 장한 모습을 지켜봤다.

던햄은 오바마가 대선에 나가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었다. 그는 2004년 오바마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며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떠오른 직후 <시카고 선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연설에 "별로 놀랄 게 없었다"라며 손자보다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오바마의 TV 선거 광고에도 잠시 등장했는데 손자에 대해 "속이 깊고 시야가 넓은 아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실렸다.
▲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로이터=뉴시스

매케인도 애도 성명

오바마는 외할머니의 병세가 위중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지난달 23일과 24일 선거 유세를 중단하고 하와이를 찾아 병문안을 한 바 있다.

오바마는 당시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53세에 생을 마감했을 때(1995년)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늦지 않도록 하와이를 방문하게 됐다"며 가급적 할머니 임종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는 애틋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바마는 지난 8월 덴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하면서 외할머니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피력한 바 있다.

오바마는 당시 "그녀는 나에게 근면함에 대해 일깨워줬고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려고 스스로는 새 차나 새 옷을 사는 것을 미뤘으며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분"이라면서 "그녀 또는 더 이상 여행을 할 수 없지만 오늘 밤 지켜보고 있고 그래서 오늘 밤은 그녀의 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오바마의 외할머니의 타계 소식을 접한 뒤, 부인 신디와 함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오바마와 그의 가족들에게 그들이 사랑하는 할머니를 잃은 슬픔만큼이나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애도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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