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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죽음의 키스'로 시리아에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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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죽음의 키스'로 시리아에 '작별인사'

시리아 영토 첫 침투 공격, 왜 감행했나?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26일 오후 서북부 안바르주에서 국경을 넘어 시리아 쪽으로 침투한 뒤 민간인 8~9명을 사망하게 하는 기습 작전을 벌였다.

미군이 시리아 쪽으로 월경 공격을 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시리아간 평화 협상이 진행되는 한편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공사장서 무고한 민간인 8~9명 사살

시리아 관영 <사나>(SANA) 통신과 다른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군 특수부대는 이날 오후 4~5시 '해가 질 무렵' 헬리콥터 4대를 나눠 타고 이라크와의 국경에서 약 8㎞ 떨어진 시리아 동부의 알 수카리야 마을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내린 미군들은 공사중인 건물을 공격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한 민간인 8명을 사망케 했다. 독일 <dpa> 통신은 사망자가 여성 1명을 포함해 총 9명이라고 전했고, 2명이 치명상을 입어 사망자 수가 더 늘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 미군 공격 지점 ⓒ알자지라

<뉴욕타임스>는 27일 미군 측에서 이 공격에 대해 즉각 논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으나, <AP> 통신은 한 미군 관리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이번 공격이 북아프리카로부터 시리아로 이어지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연계망 중 한 부분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서, 작전 목표 지점이 무장대원들을 이라크로 송출하는 근거지였지만 시리아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접 나섰다고 <AP> 통신을 통해 말했다.

이 관리는 또 이번 공격 목표 지역 인근을 관할하는 시리아군의 일부가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시리아 정부는 이번 사건을 중대한 국경 침범 행위로 규정하고, 시리아에 주재하는 미국과 이라크 대리대사들을 초치해 이번 일에 대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영국 주재 시리아 공보 대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난폭한 범죄이며 공격 행위"라고 비난했다.

부시 행정부의 뿌리 깊은 對시리아 적대감

시리아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다음 타깃'으로 지목되어 온 나라다. 미국은 특히 이라크로 들어오는 외국인 무장요원의 90%가 시리아 쪽 국경을 통과하지만 시리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시리아는 미국이 외국인 무장요원의 이라크 침투를 막기 위해 자신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시리아에 지원된 장비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행위에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무장요원의 통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 왔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은 시리아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악화됐고, 급기야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미국이 이번 작전을 감행한 것은 시리아도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지를 신중히 생각하라는 강한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 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을 둘러싼 시리아 국기 ⓒ로이터=뉴시스

"결별의 독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하필 왜 지금 공격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시리아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도 반격하지 않았음은 물론, 올해 들어서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위한 비밀 협상을 시작하는 등 과거에 비해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시리아가 중동 평화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시리아와의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심지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유엔 총회를 계기로 왈리드 알-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중동 평화 문제를 논의했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침투 공격이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문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시리아에 대해 '마지막 결별의 독설'(parting shot)을 퍼부은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오바마 측 참모들은 시리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engage)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가 특별한 목적 없이 마지막으로 '한 방 먹이고 간다'는 해석이다.

"워싱턴의 '친구들'이 보내는 작별 인사"

시리아 전문가인 조슈아 랜디스 미 오클라호마대 중동연구소 부소장도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시리아 코멘트>에 이와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랜디스 부소장은 오바마 당선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시리아를 군사적으로 압박하면 2005년 이후 단절된 미국과의 군사 정보 공유를 임기 내에 재개할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계산도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행정부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시리아에 대한 (군사) 행동의 수위를 서서히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월경 공격은 공식적으로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군사 행동을 감행할 때 쓰는 일반적인 형식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이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을 공격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12월 6일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었던 데이비드 페트래어스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출연해 "시리아는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들어가는 해외 무장요원들의 유입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해왔다"고 높이 평가했던 적이 있다.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도 지난 9월 부시 대통령에게 이란과 시리아는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2005년 미국과 관계가 악화된 후 현재까지 (군사 관련)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페트래어스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정보를 다시 나눠 보자고 요청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를 방문하려 했으나 백악관이 허가하지 않았다.

시리아는 미국과 정보 공유를 재개해 월경 공격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열망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시리아는 그 대가로 미국이 다마스쿠스에 대사를 다시 보냄으로써 시리아가 잘 협력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그 요구를 거부하고 채찍을 휘두름으로써 시리아의 순종을 강요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번 공격도 그같은 '채찍'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시리아가 미국에 순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11월 4일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시리아가 미국의 새 정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긋나긋(nicely) 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에 따라 백악관의 분석가들은 시리아에 대한 보상(대사 복귀) 없이 (정보 공유 재개라는) '공짜 경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시리아 정부는 미국의 그같은 행동에 대해 워싱턴의 친구들(부시 행정부)이 보내는 작별 인사로 간주할 것으로 보인다."


"네오콘의 미끼…시리아 물면 안 돼"

반면 미국 조지메이슨대 '분쟁 분석 및 해결 연구소'의 마크 고핀 교수는 이번 공격에 대해 패색이 짙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살리기 위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음모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고핀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올린 '시리아 공격은 체니(미 부통령)가 매케인에 주는 선물?'이란 글을 통해 이번 공격을 미국 내 정치 투쟁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네오콘들이 미 유권자들을 향해 '공포 전략'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최근 전례 없이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고 시리아는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레바논과의 국경을 인정했다. 이것은 이라크와 이란, 시리아를 굴복시키려면 무력을 써야 한다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시리아의 보복 공격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선거 직전 미국인들을 겁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미국인들은 실용주의나 현실주의적 관점이 아닌 공포에 의해 투표할 것이다. 과거 역사에서 그런 사례는 있었다.

시리아는 이번 공격이 미국이 던진 미끼임을 알아야 하고, 동시에 이 미끼를 물지 않아야 하며 미국 내의 정치투쟁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미국인들은 '공포 전략'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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