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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 대통령, 100일 안에 군사정책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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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 대통령, 100일 안에 군사정책 바꿀 것"

광주평화회의 참석자들 "동북아에 유럽식 다자안보 체제를"

미국의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찰머스 존슨은 최근 한 언론 기고문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어도 그가 말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16개에 달하는 정보기관들이 정치·군사 정보를 주무르고 있고, 미국의 '군사 경제'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군산복합체들이 강하게 저항하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였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비대해진 펜타곤(미 국방부)의 조직과 영향력, '제2의 펜타곤'인 국토안보부의 존재 등도 변화를 막는 구조라고 찰머스 존슨은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오바마 승리하면 40년 민주당 시대도 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평화·군축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오바마의 등장과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준 금융·경제위기가 군축까지는 아니더라도 군비를 동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제공했다는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다.
  
  "금융위기, 군축으로 돌파하자"
  
  24일 광주 호남대학교에서 열린 '2008 광주평화회의'에 참석한 존 페퍼 미국 공공정책연구소 국제담당 소장이 밝힌 견해는 바로 그러한 희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존 페퍼 소장은 '동북아 군비경쟁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국제시민사회의 제안'이란 발표에서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평화운동이 할 수 없었던 것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며 "군사비에 관한 긴축정책을 강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페퍼 소장은 "금융위기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경제적 현실을 인정하도록 만드는데 유용할 것이며 그는 재임 100일 안에 군사비에 관한 후보 시절의 정책(군사비 동결에 인색했던 정책)을 뒤집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에 미국이 할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군비 동결은 (중국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와의 군사적) 불균형 상태를 임시로 동결시킬 것이지만, 동시에 미국이 상당한 차이로 앞서나가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단 동결이 되면 평화운동가들은 관련국들의 군비를 축소해 현재 크게 벌어진 군사력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군비 축소 혹은 동결이 세계적인 수준의 군축운동으로 번질 수 있으며 평화운동 세력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퍼 소장은 "평화활동가들은 지난 몇 년간 (미국) 국방부의 손발을 묶어 두려고 노력해왔으나 국방부가 얼룩이 번지듯 순식간에 커지는 것을 지켜봤다"라면서도 "군비 문제를 알리기 위해 금융위기의 부정적 영향과 6자회담의 긍정적 진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페퍼 소장은 "지난 경기회복과 침체 기간 동안 (미국) 정부는 군사비를 고용 유지와 경제 활성화에 썼다"라며 군비 동결을 억제하는 요소도 만만치 않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루스벨트의 '뉴딜'은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에 의해 전시경제로 바뀌었고, 그것이 결국 미국 경제를 일으켰던 역사가 있다. "이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할 때"라는 페퍼 소장의 말은 전쟁을 통해 경제난을 돌파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국의 군비증강, 동북아 평화에 걸림돌 될 수도"
  
  '동북아 평화체제와 국제연대'라는 주제로 진행된 광주평화회의는 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군축, 다자안보협력 등의 화두가 던져진 자리였다.
  
  페퍼 소장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를 뒷받침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면서도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강국들의 군비증강 외에 한국의 군사력 강화 추세가 그같은 기구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국방개혁 2020'에 따른 군비증강과 군 현대화 사업을 거론하며 "(한국의) 보수세력은 노무현 대통령이 온건한 국방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결국 그는 그의 반대파와 마찬가지로 국방예산 증액에 있어 매우 적극적이었다"며 "이는 한국의 정치세력 가운데 온건파와 강경파 모두 군비증강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군비증강이 6자회담의 진전과 궁극적으로는 통일의 가능성에 있어서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군비라는 더 넓은 차원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6자회담은 비핵화된 동북아의 먼 미래를 향해 '기어가면서' 1보 전진과 반보 후퇴를 되풀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군사 불안 해결책 있어야"
  
  이에 대해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한국으로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남북간 군축을 촉진하면서도 자신이 '일방적 군축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며 "협력적 안보 개념에 기초한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회의의 제도화는 군사적 투명성에 기반하고 있는 동북아의 안정을 도모해 한반도 군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이행과 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영 교수는 협력적 안보의 개념에 대해 "국가안보를 공동안보(common security)의 맥락에서 추구하고, 군사적 억지보다는 안보위협의 해소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안보 개념의 철학적 전환을 의미한다"라며 냉전의 종식에 기여했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OSCE)를 모델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외교·안보 목표는 유럽에서와 같이 다자간 안보협력이 (양자간) 동맹과 공존하는 안보 구도의 창출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동맹을 대체하는 다자간 안보협력은 현 단계에서 현실성이 없고 따라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공존하는 유럽의 OSCE를 동북아의 맥락에 맞게 벤치마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동북아 안보협력에서 한국이 가진 특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동북아 어느 국가에도 군사적으로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이들 국가 모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며 "자신의 이익과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에 관해 박 교수는 "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대북 안전보장에 있으므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핵문제 해결 이후로 미루고자 한다면 이는 협상 상대인 북한의 사활적 이익을 무시하는 것으로 핵협상 자체를 일탈시킬 위험을 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관계 개선, 미국의 영향력 유지에 도움"
  
  이날 회의에서 기조연설자을 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북핵 문제를 푸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해법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은 90년대 초부터 체제인정과 경제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카드를 써왔다"며 "북한이 핵카드와 미사일 카드를 가지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자체가 비도덕적이거나 파괴적이지 않다면 그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는 발생 이후 관계국들이 전략적이고 구조적으로 다루지 않고 전술적이고 부분적으로 해법을 찾으려 했기 때문에 지금 복잡하게 꼬여 있다"며 "그러나 해법은 간단하다.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방식으로 체제안정을 보장해 주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적 지원을 허용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북한을 핑계로 동북아의 긴장을 유지시키고 그 긴장을 구실로 동북아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북한을 계속 봉쇄하고 압박할 이유가 없다"라며 "오히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하는 경우 동북아 냉전구조가 해체되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축의 중심축은 미북관계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광주를 근거로 활동하는 평화운동단체인 아리랑국제평화재단(대표 정영재)과 평화네트워크(대표 정욱식)가 공동 주최한 광주평화회의는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각국 전문가 및 엔지오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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