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장 오영란(36.벽산건설)은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소리 내어 울며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아쉬워했다. 오영란은 "금이 아니어서 아쉬운 게 아니다. 다들 잘 싸워줬고 감독님, 코치님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마지막에 감독님이 '단 1분이라도 너희가 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1개월 된 딸 서희에게 한 마디를 해 달라고 기자들이 말하자 "서희야 사랑해. 엄마가 더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동메달도) 값지게 딴 것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다. 내 딸 서희야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안고도 투혼을 펼친 '아줌마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허순영(33.오르후스)은 "코는 괜찮다. 그냥 기뻐야 되는데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경기 직후 다른 선수와는 달리 임영철 감독과 꽉 끌어안고 기쁨의 포옹을 나눈 홍정호(34.오므론)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끝나고 나니까 모든 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감독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에 이어 4년 뒤 애틀랜타에서는 은메달을 따낸 홍정호는 이날 승리로 오성옥(36.히포방크)과 함께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따낸 선수로 기록됐다.
그는 "올림픽에 딱 3번 나갔는데 처음에는 10대였고 두번째는 20대, 지금은 30대다. 출전할 때마다 모두 메달을 따내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작전타임
이날 임영철 감독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겨 두고 고참들을 투입해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장식케 했다.
임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을 모은 뒤 "마지막을 너희가 장식해라"라며, 다른 선수들에게는 "앞으로 계속 뛸 수 있으니 이해해라. 선배에게 맡겨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을 만나 "페어플레이를 지키는 편이다. 이미 결정난 경기에 타임아웃을 거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 행동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이유가 있었다. 아줌마 선수들을 데리고 엄청난 훈련을 했는데 이들은 앞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타임아웃을 불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임 감독은 "선수들 몸이 상당히 안 좋았다. 좋은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오성옥을 비롯해 최임정, 허순영, 오영란 등이 너무 컨디션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전반 초반 4점을 뒤질 때 작전 시간을 불러 나도 모르게 안 좋은 말이 입에서 나왔다. 작전을 지시해서 될 일이 아니었고 정신무장을 시켜주는 일 밖에 없었다. 후반 중반까지 어렵게 갔는데 이후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동메달의 의미를 묻자 "시드니대회에서도 메달을 못 따고 3-4위전에서 졌는데 이번 동메달은 금메달보다 더 하다. 열정과 혼을 담은 메달"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제 고참들이 은퇴하면 경기력 쪽에 더 고민을 하며 훈련을 해야 한다. 해외 전지훈련을 자주 나가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한다. 밑에서 받쳐주는 선수가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누가 하더라도 투혼을 발휘할 것이다. 다만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을 마친 소감에 대해 "모든 대회가 끝나면 허무하다. 이것 하나 때문에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혹독한 언어를 써가면서 했다. 끝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허무에 빠진다.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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